한 인간이 어떻게 동시에 의심하고 또 믿을 수 있을까? 바울로가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그리고 귀욤의 책들에서도, 온 세상의 구원에 가장 실질적 협력이 되는 '믿음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은 어느 수도자이든지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믿음이란 하느님께서 유대인이든 그리스도인이든 혹은 미개인이든 간에 모든 인간에게 열어 주신 문이기 때문이다. 의심이 일어날 때 수도자는 왜 그리고 어떻게 인내로워야 하는지를 배울 것이다. 비록 의심이 꼭 일어나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의심이 일어난다는 것은 실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시련들을 겪게 될 것이다. 신자들은 믿기 어려울 터이나 이성적 정신을, 몹시도 혼돈 시키는 그리스도의 신비 앞에서 주저하는 인간 전체가 지금 의심하고 있는 그 사람 안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인간 마음을 형성해 가는 작업을 끊이지 않으시어, 그를 부르시고 표지를 주시고 바로 이 의심들을 통해 그 마음을 정화시키시어 참된 응답, 곧 구원의 응답이 그 안에 샘솟게 하신다. 그렇다면 영혼의 어둔 밤을 겪는 시간이야말로 몸소 끝없는 의문들을 경험하셨던 그리스도께 자신을 결합시키는 최선의 때가 아니겠는가? 나는 여기 교황 바울로 6세께서 교황으로서 형제자매들의 신앙을 견고케 해주기 위해, 가장 어려운 질문들에 관한 자문을 받기 위하여 세우신 국제신학위원회의 보고서 몇 줄을 인용하고자 한다. 내가 인용하는 구절은 그리스도론에 관한 문헌에서 발췌한 것인데(Doc. Catholique, 1981, 228), 거기에는 물론 다른 것들도 많이 쓰여 있다. '예수께서는 비록 아버지의 뜻에 온전히 자신을 열고 계셨지만, 피어오르는 질문에 대해서도 의식하고 계셨다. 아버지께서는 그분의 다스림을 세우고 싶어 하실까? 아버지께서는 예수가 '다른 이들을 위해 죽기까지' 고통당한 것을 이용해 마침내 구원을 가져다주실 것인가? 예수께서는 자신이 하느님 나라의 종말론적 중계자임을 깨닫고 이 의문들에 긍정적 대답을 내리셨다. 그래서 그분은 일어난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을 완전한 신뢰를 가지고 기다리실 수 있었다. ''예수의 믿음', 과거에는 감히 사용하지 못했던 이 표현을 요즈음엔 자주 사용하며, 또 이것은 옳은 표현이다. 폰 발타살이 말하듯 예수는 믿음에 있어서도 참으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믿음의 창시자이신 예수의 믿음은 세상을 위해 그리고 우리 자신들을 위해 특별히 의혹의 순간들에 '하느님의 자비에 대해 결코 희망을 잃지 말라'(규칙 4참조)며 우리가 수도자로서 하는 분투를 가장 잘 지탱해 준다.

   순수 신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런 믿음은 하느님 왕국이 현존한다는 확실한 표지이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사람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한 가지 일, 곧 '함께 살면서 정의와 평화 안에 함께 머무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어떤 공동체생활에서건 당연히 오는 어려움둘이 특별히 평생의 순명과 정주 서원으로 말미암아 더 강조되는 수도원에서는 이것은 진실을 결정짓는 순간이다. 이 생활은 평화로운 생존인가, 아니면 길고 끔찍스러운 길을 발을 질질 끌며 걸어가는 것인가? 그 양상이야 시시각각 다를 터이지만, 이는 주로 믿음에 관한 문제, 다시 말해 하느님과의 일치에 관한 문제에 달렸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아버지와 아들을 결합시키는 관계를 나눌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만일 이런 소원이 없다면, 그 수도원은 더 이상 성 베네딕도가 원했던 하느님의 집이 아니며, 라마르띠느(Lamartine)시인이 집 가까이에 있어 방문했던 그 수도원 같은 비인간적인 집이 될 것이다. 그 수도원에서는 서로를 모르는 채 살아가며 다른 이의 추도(追悼)도 없이 죽었다. 우리는 그 시인이 자기 좋을 대로 생각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있겠지만, 우리자신에 대해서는 정말 면밀히 지켜보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