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들은 이 드라마에 온전히 개입되어 있다. 일부에서 병과 죽음 그리고 죄가 수도원의 삶 안에 한 몫을 차지한다고 그 나름대로 얘기해오던 그 '옛 폐허'위에 수도원들이 머문다는 것은 실로 아무 의미가 없다. 그들에게 참으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인들로서 싸우는 것, 곧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싸움을 하는 것뿐이다.

   그러면 이 싸움은 어떤 것인가? 바로 이렇다. 신앙은 실제(実際)이고, 모름지기 믿는 이의 정신만 아니라 온 인류를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신앙의 세계에 들어간다 함은 바오로가 로마서에 쓴 가르침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신앙이란 남자를 여자로부터, 시민(市民)을 이민(移民)으로부터 갈라놓고, 또한 세대를 구분 짓고, 주인을 종으로부터, 재능 있는 이와 못난이를 갈라놓는 차이점들을 인식하여 그것들을 극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0년 삼위일체 대축일에 르부르제(Le Bourget)에서 호소한 것처럼 영구히 스러지지 않는 자유, 평등, 형제애를 이루는 것이다. 다른 어느 축일보다도 이 축일에 우리는, 인간으로부터라기보다는,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참으로 인간적인 이 선물들을 청해야만 한다. 그러면 그것들로 하여 우리는 인간적이며 동시에 신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리라.

   그러나 자유, 평등, 형제애를 구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실상 '일'이란 그 작업을 표현하기 위한 적합한 단어이다. 그러나 이 말은 그리스도교 안에서 새 이름을 갖는다. '함께 일한다'고 하는 동일한 뜻을 지닌 협조(cooperation) 흑은 협력(synergy)이다. 전자는 라틴어에서 유래했으나, 후자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후자(synergy란 단어)는 과학과 형이상학의 세계에서 주로 쓰이는데 신약성서도 이 단어를 쓰고 있다. 사도들의 일에 협력한다는 의미로 그리스도인들의 상호관계를 표시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인들이, 이 하느님의 일, 곧 구원 사업에 동참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래서 썼다. 이제 이 협력(synergy), 이 하느님과 '함께 일함'은 인간이 믿음 희망 혹은 사랑으로 행한 모든 행위의 절정을 이룬다. 온전히 거룩하신 하느님 그리고 온전한 인간 전체가 이 행위 안에 현존하여 각각 전 인류를 위한 구원 사업에 직접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수도원이란 구원 사업을 위한 그런 완전한 협력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아니겠는가? 실로 그렇다. 적어도 수도승들이 기술적이거나 경제적인 놀이에 매혹되어 일을 시작하지 않고, 곤란을 극복하고, 필요에 응답하기 위해서 헌신하며 믿음과 사랑의 사람으로 애쓴다면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해야 할 바이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그렇게 한단들, 하느님 안에 숨어서 사는 수도승의 삶인데 과연 그들은 형제와 자매들의 '구원자들'로서 성공했다는 어떤 증거를 보여줄 수 있는가?그런 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아마 너무 과하리라. 특히 그것은 더 이상 신앙과 사랑의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에. 여기서 나는 평화로운 수도자, 늘'하늘의 일'만을 '관상하는' 수도승을 상상하고 있는 사람들이 알고서는 놀랄, 수도생활의 한 면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테면 믿음에 대한 의심이다. 이 의심은 불가피한 것인데, 까닭인즉 믿음이란 희미한 빛 이니 의심은 믿음의 본질 중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의심이 일어날 때면 몸이나 감성이 겪는 고통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베르나르도 성인의 친구였으며 셍티에리(51. Thierry)에 있는 베네딕도 수도원의 아빠스였고 그가 쓴 믿음과 수도승 생활에 관한 책들 『황금 글자」 (Lettred'Or), 『로마서 주석」 (Commentaire sur 1'Epitre aux Rormins), 『신앙의 거울』(Miroir do la foi)등으로 말미암아 지금까지도 유명한 귀욤(Guilliom은 자신이 체험하고 겪은 이 고통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