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한 번, 그지없이 고귀하면서도 그지없이 진부하게도 된 말, 사랑이란이 말을 강조하고 싶다. 이 말을 들을 때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바울로는 고린토 전서 13장에서 그 답을 주고 있다. 그는 형제애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탐내 엄청나게 싸우던, 마치 예수 수난 전에 열두 제자가 그랬던 것처럼 높은 자리를, 가장 높은 자리보다 더 높은 자리를 탐내어 맹렬히 싸우던 고린토의 교회에 진정 대단히 필요했던 것이다. 바울로는 형제애란 그냥 각자에게 한 자리씩 주고 모든 것을 균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를 형제애의 맨 중심, 그 원천에까지 데리고 가니, 이는 곧 하느님 그분, 우리가 지금은 '거울을 통해서 보듯 어렴풋하게 보지만, '그 때가 되면' '얼굴과 얼굴을 마주 대하듯' 알게 될 그 하느님이시다(1고린 13,12).

   몸인 교회를 이루기 위한 완전한 길은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을 만나는 것에 단단히 매여 있는 형제애의 길이다. 한 마디로 이것이야말로 '관상적 삶'이니, 이 말은 '얼굴과 얼굴을 마주 대하듯'이라는 바울로의 어구를 아주 잘 표현해 주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이해하면, 관상이란 바로 교회의 존재 이유이며 우리의 유한한 시간 조건이 부과하는 어떠한 한계에도 제한 받지 않고 마치 하느님께서 그들을 아시듯 그들도 알도록 초대된 교회 일원들 각자의 운명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관상적 삶이란 확실히 어떤 지나가는 봉사직이 아니다. 관상적 삶은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또 교회가 점차 하느님께 대한 지식을 얻게 되는 길이다. 이러한 지식은 하느님께서 이미 사람들에 대해 갖고 계신 지식에 온전히 의존한다. 그것은 인간 마음의 창조나 정복이 아니요, '다른 분'의 눈길에 마주 응하는 것이다. 그 내용과 정신에 대해 할 말이 많은 교회가 이를 내내 정의해 오다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의 선교 활동에 관한 교령」 (Ad Gentes)에서 명확히 설명하였다. 교회의 관상적 생활이란 순전히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이니, '말씀'에 대해 말하고 있는 요한 1서에서 그 핵심을 취한다‥‥‥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보았으니 증언하며 여러분에게 알려 드립니다. 그 (생명)은 아버지와 함께 계셨으며 이제 우리에게도 나타나신 것입니다. " 이는 곧 시편 62의 저자가 읊고 있는 새벽 시간의 갈망이기도 하다. 하느님을 향한 고투, 못견뎌함, 그리고 리요네(Lyonnet) 신부가 우주의 갈망에 대한 로마서 8장 19절과 믿는 이들의 갈망에 대한 필립비서 1장 20절을 직역한 것을 빌리자면, '보려고 길게 뺀 목'(Contenddu comme pour épier)이다. 관상적 삶이란 '하느님의 현존'을 깨닫는 것이며 실상 친밀한 일치인 것이다.

   그리스도의 교회가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느니 만큼, 세계 교회 그리고 각 지역교회는 인류가 아버지를 향해 돌아서는 것이 그리스도 몸의 기본 성격이라는 것을 모든 이에게 보여줄 과업을 지니고 있다. 만일 어떤 수도원이 참 수도원이거나 또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이 점을 확실하게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수도승들만이 이를 공적으로 증거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실로 모든 그리스도교인의 삶, 훨씬 낫게는 가족 공동체든 사회 공동체든 모든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사람들 사이에 나누어지는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낼 똑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이 늘 잘 의식하고 사는 건 아니지만, 하느님을 향한 욕구는 인간 존재외 특성이다. 그리고 수도원은 이 하느님을 향한 욕구의 특별한 표현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도원이 지상의 천국은 아니며, 거기서 모든 일이 하느님의 뜻대로만 이루어지는 거룩한 산도 아니다. 전체 교회처럼 그리고 세례 받은 모든 사람처럼 수도원에 사는 사람들은 거룩한 산, 새 예루살렘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성 베네딕도는 항상 위로 오르고 있는 이 등반자들이 잘 오를 수 있도록 규칙이라는 기초를 놓아주었다. 규칙에서 그들이 높은 데 올랐다고 하는 것은 정상을 향할 때를 이름이요, 정상 앞에 섰을 때가 아니다. 규칙은 그들에게 길의 끝까지 항구하라는 것, 그리고 이 어려운 등반에 가장 훌륭한 안내자들의 인도를 받으라는 것만을 이야기해 준다 (규칙 73 참조). 이 등반은 수도승들과 거룩해 보이는 그들의 외양만을 멀리서 바라보는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등반이다. 수도승들은 세례 받은 모든 이와 완전히 연대하여 이 길을 오른다. 이 연대성은 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