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지따 템포라(seposita tempora)!

성 아우구스티노는 독서를 위한 여유 시간(seposita tempora)을 따로 할애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펠라지오는 우리는 밤낮으로 주님의 법을 되새겨야(시편 1,2)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      

                                                 <허 성준 著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p.47에서 인용>

여유 시간!
그냥 남는 시간이 아닌 여여한 시간...
성경독서는 하느님과 이야기하는 가장 좋은 시간이다.

도시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옷차림에서 느끼지만 시골로 들어서면
하느님이 만드신 자연에서 계절의 변화와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산과 들이 새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운전하면서도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익어가는 홍시들과
연보라빛 들국화들의 자태에 눈을 뗄 수가 없군요.

하느님 말씀으로 태어난 사랑스러운 것들!
그들은 이미 '여유 시간'을 보내고 있군요.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도착하였지요.

별*신부님 특유의 나직하고 여유로운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성서를 읽고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은 수도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던 회 수도생활의 창시자 성 파코미오의 생애와 체사레아의 성 바실리오, 동방 수도 전통을 서방에 알려 준 요한 카시아노, 히뽀의 주교가 된 성 아우구스티노에 대한 이야기와 클뤼니 수도원의 흥망성쇠를 예화와 함께 들려 주셨습니다. 특히 요한 카시아노는 『담화집』제14권에서 “영적 인식gnosis"은 성경으로부터 비롯되며 그리스도인들의 영성생활 중심에 성경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10세기 교회 쇄신의 상징이었던 클뤼니 수도원이 불과 한 세기 만인 11세기 말에는 부의 상징이 되어 교회 쇄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었고, 그 배경에는 지나친 부의 축적과 일 ․ 기도 ․ 렉시오 디비나의 균형반감과 더불어 수도생활의 관상적 측면을 소홀히 한점을 지적하셨습니다.

회 수도승들 혹은 초기 수도원의 위대한 아빠스들이 수도원 물이 흐려질 때마다 환골탈태로 거듭나면서 하느님 말씀인 생명수로서 소생시켰음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세상이 편리해지고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다고 하나...
그 어느 것도 채워주지 못하고 그 어느 것에도 갈피를 잡을 수 없는지 여기가 좋다 저기가 기돗발이 세다하며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교회 안에서도 자주 봅니다. 그래 봤자 나무에 기어 올라가 물고기를 잡을려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은 일.

성독피정 한 방이면 끝나는 것을...

이어서 조별나눔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여기 저기 많이 찾아 다니신 듯..
그동안 갈증으로 목말라 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지요.

* 이렇게 수도원에서 하는 프로그램 자체가 너무 좋아요. 수사님들도 보기만 해도 좋구요. ...
  그러자 당장 수사님께서 손사레를 휘저으며 아휴~사는 거 똑 같애요 똑 같애...하시네요.

* 여기 프로그램 마치고 돌아가서 매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성경독서하고 반추기도하니
   참 편안하였어요. 앞으로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 대구지역도 빨리 월모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돌아가면 혼자하니까 벌써 까먹었더랬어예...
   모두 하하하 웃었죠

* 전에도 복음말씀을 듣는 것이 좋았는데 성독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들어보니 너무 편안하고 좋습니다.

* 클뤼니 수도원이야 돈 때문에 망했든지 말든지 우리 속세 사람들은 돈이 있으면 더 좋은데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 성독 프로그램을 잘 듣도록 하겠습니다.

아쉬운 20분간의 나눔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이 음력으로 며칠인가...고운 반달이 함초롬히 떠 있습니다.

성독홈피(lectio.or.kr)에서 퍼옴

                                                                                                    허 가브리엘 신부 (O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