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HOME > 자료실 > 전례학자료  

 
작성일 : 07-10-07 21:16
성 베네딕도회 시간전례 총지침
 글쓴이 : 인 끌레멘스 신부
조회 : 10,689   추천 : 0  
** '성 베네딕도회 시간전례 총지침'을 올립니다. 이 총지침은 교황청 경신성사성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새로 만들어진 성 베네딕도회의 수도승 시간전례를 위해 1977년 10월 2일에 인준한 "Thesaurus Liturgiae Horarum monasticae" 4쪽-18쪽에 있습니다. 이 시몬 아빠스님이 번역한 것을 전례 용어에 맞게 약간 손질했습니다. 이 총지침에는 시간전례, 곧 '하느님의 일'(Opus Dei)에 관한 베네딕도회의 고유한 영성과 신학과 지침이 잘 담겨있다.



성 베네딕도회 시간전례 총지침


제1장 하느님의 일(Opus Dei)의 신학

1. 베네딕도회 전통에서 본 하느님의 일의 중요성
베네딕도회의 모든 전통 중에서 하느님의 일의 거행은 항상 첫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참된 영성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뿐 아니라 잘 짜여진 생활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아무것도 하느님의 일보다 낫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성규의 규정을 충실히 지키고 보존함으로써, 베네딕도회 전통은 "하느님 백성의 공적이고 공동체적인 기도가 마땅히 교회의 첫째가는 의무의 하나로 간주되며", "신자는 공동으로 기도하도록 불림을 받았다"는 교회의 한결같은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성 베네딕도 규칙서의 구절은 규율적인 명령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수도승들이 기도와 전례거행을 하는데 가지는 정신의 표현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수도승은, "참으로 하느님을 찾으며, 하느님의 일에 열심함으로써" 자신의 진정한 성소를 드러낸다. 그는 "주님을 섬기는 학원"에 들어가기를 원한다. 그 학원 안에서 "하느님의 일에 참여하는 것"은 틀림없이 하나의 특전이며, 특별한 방법으로 "자기의 거룩한 봉사"를 드러내는 것이다.

2. 하느님의 일의 교회적 차원
수도 공동체가 하느님의 일을 함께 바치기 위해 모일 때마다, "기도하는 교회를 특별한 방법으로 드러낸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끊임없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교회의 모습을 더욱 완전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첫째 자리를 차지해야 할 하느님의 일이 지닌 이러한 교회적 차원은, 수도 공동체가 교회의 "위임"이나 "이름"으로 거행한다는 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시간전례를 거행하기 위해 모인 공동체 자체가, 비록 일정한 장소와 시간에 한정되어있지만, 실제로 "기도하는 교회"이며, 그리고 "인류를 구원하고 하느님께 완전한 영광을 드리는 일"인 그리스도의 사제직이 그 안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인 것이다. 이로써 기도하는 구체적인 공동체와 보편교회 사이의 관계가 더 잘 이해될 수 있다. 우리는 보편교회로부터 전례거행의 규범들을 받았을 뿐 아니라 또한 기도의 내용도 받은 것이다. 우리 기도의 내용은 교회의 믿음의 표현인 것이다("기도하는 내용은 믿는 내용을 규정한다": Legem credendi lex statuat supplicandi). 우리가 하느님의 일을 이렇게 이해하려고 힘쓸 때, 이 기도 거행이 단순히 공동체에 속한 각 개인의 기도들을 외적으로 거창하게 쌓아올린 합계라고 생각하는 그런 한심스러운 잘못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수도 공동체가 거행하는 시간전례는 단순히 개인 기도의 총합이 아니며, 오히려 남녀 수도승들이 이를 통해 참다운 "기도하는 교회"를 이루는 것이다.

3. "친교"의 표지
하느님의 일을 거행하기 위해 함께 모인 수도 공동체가 가지는 교회적인 차원은 "수직적인" 일치, 말하자면, 시간전례를 통해 각 수도승들과 하느님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치의 의미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이 일치는 "수평적인" 차원, 곧 형제들 서로의 일치를 이루고 있을 때, 또 하느님의 일이 성체성사처럼 수도적 친교의 표지가 될 때 비로소 참되고 진정한 하느님과의 일치가 되는 것이다.
성 베네딕도는, 하느님의 일에 늦게 오는 이들은 "공동 기도석에 있는 자기 자리에 서지 말며", "시편을 외우는 동료들의 기도석에 감히 들어가지 못하게 할 것이다"라고 명한다. 이것은 하느님의 일을 거행하기 위해 공동체의 모든 형제들이 입석하도록 하기 위한 조처들로 보여지는데, 사실 전례 공동체는 그리스도 안에 모든 이의 생생한 친교이지 단순히 한 곳에 모인 어떤 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수도원의 파문이 얼마나 엄한 벌인지를 감지할 수 있으니, 왜냐하면 하느님의 일은 "교회의 온 몸에 관계되고 교회를 나타내고 교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원의 파문을 받은 자는 합당한 보속을 할 때까지, 그의 잘못의 정도에 따라 하느님의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거나 완전히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4. 하느님과의 대화
시간전례의 본질 구조는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대화"이다. 이 대화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지체이며 하느님을 아버지라 감히 부르기 때문에, 옛 수도승들이 기도에 대해 정의한 바대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대화"인 것이다.
하느님의 일이 참으로 영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 각자가 마음을 다해 하느님과 대화하려고 노력하며, "하느님의 이름을 고백하는 입술의 열매를 바치기"(히브 13, 15) 앞서 먼저 영적인 생활을 하면서 진정한 체험을 얻을 수 있기까지 자신의 기도에 날로 더욱 깊이 몰입해야 한다. 끝으로 전례거행의 형식적인 요소들, 말하자면 말씀을 듣고, 시편과 공동으로 침묵 중에 바치는 기도로 그 말씀에 응답하는 것 등은 모두 대화를 항상 밀도있게 하기 위한 방도이므로 그 가치를 보존하도록 유의해야 한다. 찬미의 거행을 구성하는 이러한 형식적이고 외적인 요소들을 결코 무관심하게 간과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기도하는 이의 태도에 따라 하느님의 일의 본질을 이루는 하느님과의 대화에 도움이 되거나 반대로 해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5. 거룩한 침묵에 대하여
하느님과의 대화가 한층 더 깊어질수록, "적당한 때에 침묵을 지킬"것을 권하는 바이다. "마음 속에 성령의 소리가 더 완전히 메아리쳐오게 하고 우리의 개인 기도가 하느님의 말씀과 교회의 공적 목소리에 더 밀접히 결합되기 위하여" 기도하는 공동체는 침묵의 시간을 둘 것이다. 이 침묵의 순간들에도, 모든 신도들의 기도를 가능케 하시는 성령께서는 "몸소 이루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대신 빌어주시며", "하느님께 맞갖게"(로마 8, 26-27) 간구해 주신다.
수도생활은 본질적으로 침묵을 요구하는 것이기에, 수도원 안에서 외적 침묵이 지켜지며 또한 수도승은 내적 침묵을 누리도록 힘써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성무일도에까지 이런 거룩한 침묵의 순간을 꼭 삽입해야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많은 수도원에서는 옛 수도 전통에 따라 말씀의 전례, 곧 성무일도에서 각 시편이나 독서 후에, 응송의 앞이나 뒤에 침묵의 전례(liturgiae silentii)를 지킴으로써 그 효과를 보았다. 이런 침묵의 시간들은 들은 말씀에 몰입하고 맛들이고 더 깊이 이해하며 또한 응답의 말을 마음 속에서 더 활발히 우러나오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이사 55, 10-11 참조). "그러나 기도의 체제를 망가뜨리고 참석자를 당황케 하거나 싫증나게 하는 침묵의 순간을 삽입시키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래서 이 문제에 있어서도 "모든 것을 절도있게 하여 강한 사람은 전진하게 하고 약한 사람은 물러나게 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6. 성음악
하느님과 인간과의 대화를 돕는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예술은 음악이다. 기도의 모든 방법과 표시들에 있어서 음악을 단지 기도에 덧붙여진 외적인 장식으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께 대한 찬미를 완성시키고 훨씬 효과있게 하는 요소로 보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성음악을 "간곡히 권하는" 바이니, "기도를 노래로 바치는 것은... 더욱 큰 장엄성을 나타내며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이들의 마음이 더 깊이 일치한다는 것을 표시하며", 또한 하느님 말씀의 충만한 뜻이 더 효과적으로 표현되게 한다. 끝으로, 하느님 말씀에 대한 사람의 응답이 "하느님께 기도 드리고 그분을 찬미하는 영혼의 깊은 내면에서 흘러나오도록" 해야 한다.
전례음악은 음악 감상을 위한 것도 아니요 예술을 위한 예술도 아니다. 전례음악은 항상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방법이며 기도를 한층 더 높은 차원으로 이끌어준다. 수도승들은 지난날의 예술작품을 역사적인 기념비의 표본인양 보존하라는 사명을 받은 것이 아니라, 어떤 양식의 음악을 사용하든 간에 전례의 경문을 표현하는데 알맞고, 또한 기도하는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양식을 채택해야 한다. 예부터 전해 오는 여러 성가 양식 가운데서 그레고리오 성가는 그 첫 자리를 차지한다. 그 이유로서는 그레고리오 성가가 라틴어 전례거행을 위해서 다른 어떤 것보다 적합하기 때문이다.

7. 외적인 표지들
수도 공동체에 속하는 사람들은 영과 육 모두로 함께 모여 하느님의 일의 거행에 참여하는 것이다. 복장과 동작 그리고 목소리까지도 내적 신심의 표시가 되어야 하며, 이로써 성령의 도움을 받은 공동체는 능동적이고 의식적인 활발한 참여를 통해 그리스도의 신비의 현존을 드러내는 것이다.
외적인 요소들이 효과적인 표지들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관련된 영적인 내용을 감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일정한 시간에 기도소에 모이는 것이 단지 주어진 명령에 대한 순종의 행위가 아니라 무엇보다 먼저 "교회이기를" 원하는 원의의 표현인 것이다. 전례의 독서들은 듣는 이들의 마음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똑똑히 선포되어야 한다. 시편을 노래하거나 낭송할 때에는 그리스도로부터 감동된 목소리로 전 인류의 청원과 찬미가 "우리 안에 와 있다"는 생각을 갖고 할 것이다. 환호는 내적 충동이 "의식화"되어 울려나오는 것처럼 해야 한다. 침묵의 순간은 마음 속에 기도의 샘이 용솟음치게 하고, 들은 말씀으로 응답하도록 해주며, 성령 안에서 "들은 말씀을 더 깊이 깨달으려는 원의"인 것이다.
전례거행이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첫째로는 예절 자체보다는 그 표지의 이면에 있는 신비의 내용을 중시하며, 둘째로는 표지는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여 헛된 표지가 되지 않도록 하며, 셋째로는 기계적으로 반복하여 불합리한 표지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잘못된 외적 표지는 정신과 생명을 전해주는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
하느님의 일의 거행은 이런 잘못된 점들을 피하여 정해진 법과 규정에 따라 잘 거행할 것이다. 그러나 예절의 유효성을 걱정하는 법적인 면이 전례를 전적으로 좌우해서는 안된다. 세세한 규정까지도 어기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다보면, 전례거행은 인간적인 면의 중요성을 무시하면서 형식만의 차가운 허례가 될 수 있다. 전례는 기도문의 내용이나 전례 규정뿐만 아니라 거행의 형식을 통해서도 그 의미를 살리고 표출해야 한다. 여기서 형식이란, 품위 있는 동작, 서두르지 않음, 안정되고 관상적인 분위기 그리고 적어도 두 개의 중요 시간경을 노래로 장엄하게 거행하는 것 등을 말한다. 이외에도 우리 신심의 이성적 혹은 개념적인 면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너무 수다스러운 예절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물론 말씀들은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음악, 조명, 몸가짐, 장식 등과 같은 다른 요소들이 없다면 빈약한 전례가 될 수 있다.
믿음에 기초를 둔 전례 공동체는 이러한 표지들을 통하여 자신이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우리가 전례에 성실하고 열성적으로 참여할 때, 소리의 조절, 몸 동작, 기도문을 외우는 방법과 독서하는 방법 등 이 모든 것들이 더욱 생기를 띠게된다. 이로써 우리는 그분의 말씀 안에 그리고 우리의 대답 안에서 감지하고 있는 "그리스도의 생생한 현존"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줄 수 있게 된다.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 우리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던가?..." 주님, "우리와 함께 묵으소서!"(루가 24,32.29).

8. 수도승의 기도생활의 핵심인 공동기도
하느님의 일이 기도생활의 전체는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비록 공동으로 기도하도록 부름을 받았더라도 방에 들어가 은밀한 곳에서 성부께 기도할 것이다." 특히 수도승은 "기도에 자주 열중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수도원 안에서 하느님의 일은 모든 기도에 우선되며 기도생활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기도 중에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께 응답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신비를 공동으로 체험하는 거행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일은 기도의 핵심이므로 이미 공동체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더욱 더 생생하게 해 줄 뿐 아니라 하느님께서 공동체에게 특별히 부여하신 구원의 신비와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외에도 공동체 지체들의 상호일치를 가장 뚜렷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가 목소리와 "마음을 모아서"(마태 18,19) 공동체 가운데 계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할 때(마태 18,20), 아버지께서는 즐겨 들어주신다. 끝으로, 수도승 각자가 "하느님의 은총에서 영감을 받아" 마음을 열 때 "눈물과 마음의 지향을 가지고 가만히 기도"할 수 있으며 공동으로 시작된 하느님과의 대화를 계속할 수 있게 된다.

9. 하느님의 일을 바치는 시간들
하느님의 일을 바치는 시간들은 우주적인 자연 시간 (그리스인들은 "chronos"라 함)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도우러 오시도록 구원역사의 중요 순간들을 예배화시킨 시간들(곧 kairoi)이다.
하느님의 일을 바치는 시간들은, 우리가 하느님께 달려가고 그분이 우리 안에 당신 약속을 완성하실 수 있도록(마르 1,15) 그분께서 우리에게 내려 주신(루가 19,44) 순간들이다. 이 순간들은 그리스도의 때(kairoi)이니(마태 26,18; 요한 7,6.8), 우리는 모든 시간전례에서 주님께서 파스카 신비를(요한 13,1) 이루시던 그 시간에(요한 2,4; 7,30 그리고 여러 곳) 참여하게 된다. 이 시간에 주님께서는 약속하신 구원을 완성하셨고 또 앞으로도 계속 완성하실 것이다. 하느님의 일을 바치는 모든 시간은 그리스도의 때이니, 공동체는 이 때를 매일 인간적인 시간 안에서 여러 차례 연장하여 "영과 진리 안에서"(요한 4,23) 아버지께 예배드린다. 따라서 이 시간들은 그리스도의 때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의 일을 여러 시간으로 나누어 바치는 것은 하루에 바쳐야 할 일정한 기도 시간의 양을 채우기 위해 간격을 두어 조금씩 조금씩 할려는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는 기도를 위해 일정한 시간을 어김없이 할애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기도하라"(루가 18,1)는 말씀을 마땅히 지켜야 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바치는 것이다.

10. 그리스도 신비의 기념
하느님의 일은 모든 다른 기도를 능가하는 기도이며, 그래서 다른 모든 기도의 양식과 구별되는 기도이니, 왜냐하면 그 독특한 본성상 그리스도의 신비를 거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찬례처럼 하느님의 일도 그리스도 신비의 "기념" (Memoriale)이며 구원역사를 상기시키고 재현시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구원역사의 시작이며 중심이며 끝이시다. 시간기도를 통해 수도승은 가장 중요한 사명인 "하느님을 찾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다.
1) 인간의 구원이 실현되는 유일한 성사인 그리스도 안에서 기도는 항상 "구원의 사건"이 되었다. 왜냐하면 "완전한 인간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인류가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 자녀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그분께로 나아가는 문을 전 인류에게 열어주셨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에 모인 교회인 공동체에는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마태 18,20). 완전한 인간이신 그리스도께서 그 공동체 안에 현존하심으로, 따라서 전례적인 기도는 그분의 기도이며 그 본질상 "구원의 사건"인 것이다.
2) 하느님의 일을 거행할 때 그리스도의 신비가 참으로 실현되므로 공동체의 회원 각자는 신앙과 개인적인 신심을 통해 이 신비에 참여하며 그 은총으로 생활 할 수 있게 된다.
3) 여기에는 성찬례와 비슷한 점이 있다. 성찬례에서의 기념은 다음의 두 가지 방법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객관적인 것으로, 감사와 찬미의 행위가 제단에서 재현된 그리스도의 희생제사 안에서 보편적인 구원의 가치를 가지고 실제로 구현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주관적인 것으로, 구세주의 몸과 피를 영함으로써 그분을 체험하고 그분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성체성사에 참여함으로써 얻어지는 인격적인 만남이 그 중심이라면, 하느님의 일은 찬미와 감사의 행위들을 인간생활의 리듬에 따라 짜여진 "하루의 여러 시간에 두루 퍼지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일과 성찬례의 관계는 "밀물과 썰물"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곧 하느님의 일은 성찬례의 준비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성찬례의 연장이 되기도 한다.
하느님의 일은 구원역사의 "기념 기도"(oratio-memoriale)이므로 성찬례와 같이 "영적 제사"라고 할 수 있다.

11. 세 가지 주기
그리스도의 신비를 거행하는 하느님의 일은 구원 예고, 그리스도에 의한 그 성취, 교회를 통한 그 성취의 연장 그리고 세말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구원의 신비 전체를 거행하는 것이다.
이 모든 시기에 있어서 하느님의 일은 세 가지 주기, 즉 하루와 주간과 한 해의 주기에 따라 거행된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인간의 해방을 완성시키시는 유일한 "파스카 사건"이 항상 새로이 주기적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전례 하루: 하루에 거행되는 하느님의 일은 그리스도의 신비를 매번 새로이 그리고 직접 우리에게 제시한다. 특정한 날에 기념하는 어떤 신비나 축일이든 간에 모두 궁극적으로는 항상 "파스카의 사건"에 기초를 두고 있다. 히뽈리뚜스는 '사도전승' 41에서 시간경들의 의미를 다루면서, 모든 시간경들은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업적들의 기념이다"고 말한다.
전례 주간: 전례 주간은 한편으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신비인 파스카를 실현하는 다양한 시기에 따라(보기를 들면, 대림시기의 주간, 성탄신비의 주간 등) 묵상한다. 또 다른 한편, 전례 주간은 "빵의 나눔"(fractio panis)으로 이루어지는 파스카 신비의 유일성과 전체성을 실현시키는 날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 날을 "주님의 날"(主日)이라고 가장 영예롭게 부른다.
전례주년: 전례주년은 그리스도 안에 인간의 모든 때를 포괄하는 "구원의 해"를 종합하므로(루가 4,16-21) "파스카의 사건"을 거행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주일은 일년 내내 지낸다. 그리고 구원 신비의 이면 저면을 특별하게 기념하는 전례 축일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파스카 축일과 성탄 축일은 준비하는 기간과 축일을 연장하는 기간들로 둘러싸여 있다. 순교자들의 기념일과 다른 성인들의 축일들은 그리스도의 신비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는 그리스도의 신비체(Christus-totus)로서 지상교회와 천상교회의 일치를 드러내 준다.

12. 수도원 일과(日課)의 정점과 원천
"아무것도 하느님의 일 보다 낫게 여기지 말라"는 명령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으므로, 하느님의 일의 거행은 수도원 안에서 어떠한 다른 일보다 우선하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수도 공동체의 일과는 시간전례의 고유한 리듬에 따라 배정되어야 한다. 하느님의 일은 수도승들이 하느님과 만날 수 있는 시간들 중에 그 첫째 자리를 차지한다.
물론 노동과 성독(lectio divina)도 수도 생활의 기본 요소에 속한다. 그러나 하느님을 찾으며 하느님과 일치되기를 추구하는 수도승은 베네딕도회 수도승 생활의 가장 고유하고 최고의 표현을 하느님의 일 안에서 발견하게 된다.
성규에서 하느님의 일이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 명약관화하며, 수도원의 낮 시간 일과는 이에 따라 결정된다. 수도생활은 어떠한 문화권에서 또 어떠한 생활조건의 전제 하에서도 하느님을 찾아야 하는 생활이므로, 우리가 하루의 일과에서 하느님의 일을 항상 가장 중요하게 여길 때에 비로소 성규의 정신을 참으로 지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3. 관상적인 찬미
하느님의 일을 거행하는 목적은 그리스도 신비의 기념이다. 이 신비를 기념하는 기도 공동체는 "관상적인 찬미"를 첫째가는 마음의 기본 자세로 삼아야 한다.
이른 아침에 수도승들의 마음에 기도를 용솟음쳐 나오게 하는 첫 번째 자극은 "주님, 제 입시울을 열어주소서. 당신 찬미를 전하리이다"라고 하는 기도이다. 성찬례에서처럼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모든 놀라운 일들에 대해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서 이 찬미를 관상하게 된다. 우리는 하느님의 일에서 하느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 우리를 찬미의 합창으로 불러주신 그 "중요한 시간"에 들어가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예정하신 대로 상속자로 뽑히어...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도록 하셨습니다"(에페 1,11-12).
성 베네딕도 규칙서는 성서의 말씀을 토대로 하여(시편 118,164) 하느님의 일이 가지는 찬미의 가능성을 "이 때에 우리 창조주께 당신 정의의 판결에 대한 찬미를 바칠 것이다"라는 말로 명백히 제시한다. 또한 성규는 주일과 평일 매일 세 개의 시편을 아침기도, 즉 찬미의 기도(Laudes)에 바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성규는 또한 수도원의 기도석에는 천사들이 함께 있음을 명심할 것이니, 그들은 하느님을 찬미하는 제일의 합창대이며 그 본성상 하느님을 흠숭하는 자들이다고 기억한다. "우리도 천사들과 기꺼이 결합되어 소리 맞춰 주님을 찬미하며 노래한다."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일이 가지는 찬미의 기능이 수도승들에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명백히 말해 준다. 수도승들은 하느님을 찬미할 뿐만 아니라 또한 자기 목소리를 통해서 "하늘 아래 조물이"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고 있음을 의식한다. 또한 수도승들은 하느님을 찬미할 뿐만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순히 들어 그 영을 시행하는" 천사들과 더불어 목소리와 마음이 완전히 조화되도록 힘쓴다.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목소리와 조화될"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찬미가 될 것이다.

14. 기도의 직무
하느님의 일을 바치는 것은 마땅히 특별한 은사로 간주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성령께서 수도 공동체에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도록"(에페 4,12) 고유한 직무를 주셨으니, 이 직무는 "기도의 직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승들은 "천상의 것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에서 하느님께 예배를 열심히 드린다. 왜냐하면 그들은 만민을 위해 자신을 가장 높으신 하느님께 봉헌하였으며 자신과 다른 모든 이를 위해 사제직을 맡았기 때문이다." 수도승들은 기도를 통해 기도로 형성된 삶을 통해 인류의 회개를 위한 일을 수행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이 직무는 바로 수도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의 일을 통해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모든 수도 공동체는 "기도하는 교회"를 이루며 "그리스도께서는 사랑하시는 당신의 정배인 성교회를 항상 당신과 결합시키시고 성교회는 주님께 간구하고 주님을 통하여 영원하신 성부께 흠숭을 드리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 건물은 조화를 이루며 자라서 주님의 성전...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가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수도 공동체의 범위를 넘어 구원을 기다리는 세상에 유익이 된다. 사실 "수도승들의 공동체는... 한 목소리로 끊임없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교회의 모습을 더욱 완전하게 드러내고, 무엇보다 기도로써 '그리스도 신비체 전체의 설립과 성장을 위하여 노력할 의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 공동체는 영혼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어머니의 사명을 자선사업, 좋은 표양 그리고 참회의 행위로써만이 아니라 기도를 통해서도 수행하는 것이다."

15. 수도영성의 가장 고유한 요소
하느님의 일은 수도 공동체의 특권적인 활동일 뿐만 아니라 수도영성의 가장 고유한 요소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일은 다음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1) 객관적인 영성: 이것은 구원 역사의 주기적인 전개, 즉 중심이 되는 전례거행을 통해 결정된다. 2) 하느님과의 대화와 관상의 영성: 이것은 주로 기도를 통해 실현된다. 3) 친교의 영성: 이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드러낸다.
객관적인 영성: 수도 성소는 근본적으로 회개의 생활이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시오" 하신 말씀대로 수도승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구원사업에 대한 믿음을 갖고 살면서 회개의 생활을 철저히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내적 활동(곧 신앙)으로 이해한 그리스도의 신비가 갖고 있는 모든 면이 연속적인 전례거행을 통해 기념된다. 기도의 공동체는 이 길을 계속해 가면서, "그리스도의 충만한 경지에 이르기까지" 이 객관적인 영성을 통해 그리스도의 신비 전체에 날로 더욱 더 가까이 간다. 이와 동시에, 전례시기 그리고 매일의 전례를 연속적으로 거행함으로써 이를 통해 부각되는 신비의 여러 측면에 맞추어 공동체를 그리스도의 신비에 동화시키고 성장의 리듬을 얻게 된다.
하느님과의 대화와 관상의 영성: 하느님 말씀인 주님과의 만남은 하느님의 일에서 시작되고 침묵 중에 은밀히 바치는 기도를 통해 계속되는데, 이를 통해 수도승은 주님의 모습을 더욱 더 관상함으로써 주님의 영광에 가까이 가며 그래서 주님과 같은 모상으로 변화되기에 이른다.
친교의 영성: 하느님의 일이 거행되는 때에만 한정되고 베네딕도회 영성의 근본 요소인 친교의 분위기를 수도원 안에 형성하지 못한다면, 매일 반복되는 하느님의 일은 "친교의 진정한 표지"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회수도원의 영성은 "친교의 삶" 외에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일은 그리스도의 신비를 거행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해야 하며, 이로써 우리는 "외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주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아가페)이" 매일 새로이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형제들과 진실한 사랑의 친교로써 서로 결합되어 있다면, 그때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의 일 안에서 하느님을 참으로 뵙게 될 것이며, 그분의 "사랑"의 계시를 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에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시기 때문이다." 성규는 이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위의 3항: "친교의 표지" 참조).

16. 속이 텅빈 예식주의의 위험
그리스도의 신비를 재현하는 하느님의 일은 참으로 숭고한 것이지만, 그 일이 매일의 영적 생활의 정점이 되도록 전례를 생동감 있게 거행하지 못한다면, 수다스러운 허례가 되어 버릴 위험이 크다. 이러한 허례는 예절이 장엄하면 할수록 더욱 더 허무맹랑하게 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위험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경험이 말해준다. 영성사를 보면, 개인적인 신심을 북돋우려는 열망에서 정신적인 기도를 권장하는 경향이 생겨났고 이 때문에 전례거행이 자주 소홀히 되어왔다. 항상 똑같이 틀에 박힌 공동기도, 변화없이 반복되는 경문들, 이 모든 것들이 내적인 활력으로 쇄신되지 않는다면, 좋지 못한 숙련을 가져오며 기계적이 되기 쉽다. 전례 규정을 잘 지키려고 조심한 나머지 기도의 질보다 양을, 담겨진 내용보다 외적 형식을 중시할 때, 속이 텅 빈 예식주의에 떨어지는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하여 결국 영성생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느님의 일이 완전한 전례로서 충만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신자들이 올바른 마음의 자세로 전례에 참여하고 자기 소리에 마음을 합하며 천상의 은총을 헛되이 받지 않도록 은총과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도생활에서 그리스도와 내적으로 꾸준히 대화하는 습관을 가질 때 그 수도승은 생기없는 허례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습관은 성서를 통해 우리에게 선포된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되새기며 맛들이게 하는 성독을 열심히 자주 함으로써 자라게 된다.


제2장 하느님의 일을 거행하는 원칙


17. 전례의 표지와 그 표지가 의미하는 내용
수도 공동체의 사명으로서 거행되는 하느님의 일은 인간적인 행위(철학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자유의지에서 나온 행위")에 속한다. 이 행위는 기도 안에서 그리스도와의 만남이 이루어질 때 표지로서의 가치를 갖게 된다.
만일 인간 행위들 중에 최고 행위인 전례거행의 형태가 참으로 인간적인 활동이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느님의 현존을 내포할 수 있겠으며 성화의 가치를 나타낼 수 있겠는가? 외적인 전례거행과 그것이 내포하고 있어야 하는 실재 사이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의미하는 표지"(성사)와 "의미된 사실" 사이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전례거행이 "표지"가 되지 못한다면 완전히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동작과 그것이 의미해야 하는 내용 사이의 객관적인 관계 이외에도 또한 인간의 노력, 곧 의식(意識)이 요구된다. 이 의식은 우리를 위의 관계로 향하게 하며 동작의 의미를 통찰할 수 있게 한다.
모든 전례는 이래야 한다. "진정한 전례는 내면화에 적합한 전례, 의미하는 것을 신도들의 마음 속에 심어줄 수 있는 전례, 각자 자기 방식대로 사람들의 의식 속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전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참으로 완성되는 전례인 것이다."
만일 수도승들의 공동체가 하나의 교회라는 영적 본성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바치는 기도가 자체의 힘으로 가치를 갖는다고 잘못 생각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가 있지 않는 곳에는 "기도하는 교회"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본성상 기도를 의미하는 동작들(예를 들면, 십자가 형태로 손을 올리고 벌리는 동작)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안에 정신이 결여되어 있는 전례 표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기서 다음의 두 가지가 요청된다: 1) 우리의 시간전례 거행에서는 그 자체의 성질상 이미 매우 제한되어 있는 외적 표지들을 더 이상 축소시키지 말 것이다. 2) 내적인 정신을 통해 이 표지들의 가치를 증대시킬 것이다. 정신은 상징적인 가치를 통해 표지에 생명을 주어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때에 비로소 "인간의 표지"가 되며 따라서 유효한 표지가 된다.

18. "거룩한" 모임
하느님의 일은 공동체의 다른 어떠한 모임과는 질이 다른 전례모임이 되어야 한다.
공동체의 모든 회원들이 하느님의 일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신비를 거행하기 위해 모일 때 이 모임은 궁극적으로 참석한 각 사람들을 더 높은 영적 일치로 인도하는 목적을 갖게된다. 따라서 하느님의 일은 어떠한 다른 공동체 모임보다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산만한 마음(노동이나 여러 가지 소임, 따라서 서로 다른 마음의 태도)에서부터 전례를 거행하기 위해 전제되는 내적인 자세로 넘어가는 것은 우리가 내적인 마음의 일치를 갖기 위해 잡다한 잡념들을 의식적으로 떨쳐버리려 할 때 가능하다. 따라서 정화된 마음 또는 평온한 마음에 빨리 그리고 확고히 나아감으로써 "예수의 소리만" 들리는 침묵의 분위기를 형성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러므로 전례 공동체는 삶의 분주함을 떠남과 기도 사이에 "중간의 시간적인 공간"(spatium intermedium)을 둠으로써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하느님의 일에 앞서 예비종이 울리면 모든 이가 입장하기에 앞서 잠시동안 한 곳에 모이는 "스타시오"(statio)를 하는 관례가 있는데, 이것은 전례거행을 기다리며 마음으로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혹시 각자가 개별적으로 성당에 들어갈 때라도 전례를 시작하기에 앞서 어떤 방법으로든지 마음을 모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준비 시간을 단지 우리의 여러 가지 소임거리에서부터 단절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수도생활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시간에 들어가기에 앞서 마음을 정화하고 여과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전례거행이 "뜻 있는" 행위가 되기 위해서 다음의 세 가지가 요구된다. 1) 표지들이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2) 남녀 수도승들이 성서와 교부문헌들에 대한 교육을 진지하게 받음으로써 선포된 말씀들을 쉽게 이해하며 하느님의 씨가 좋은 땅에 심겨질 수 있도록 한다. 3) 전례거행이 연극이나 연주회 시간처럼 되지 않도록 남녀 수도승들은 전례성가와 전례예절 교육도 받아야 한다.

19. 전통적인 요소와 창의적인 요소
성 베네딕도 규칙서 8장-20장에 묘사되어 있는 하느님의 일에 관한 규정은 베네딕도회의 고유한 전례 전통이 있음을 분명히 말해 준다. 여기에는 다음의 이중의 기준이 기초가 되어 있다: 1) 수도원은 하나의 지역교회인 만큼 그 지역에 맞는 고유한 매일의 시간전례로 짜여져 있다. 2) 이 시간전례는 기존의 것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데 그 윤곽에는 옛 수도 전통에서 자유롭게 채택한 요소가 있는 반면 그의 실제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새로운 것을 적용하도록 개방되어 있다.
성 베네딕도 규칙서는 당시 사용되던 주교좌 성당의 성무일도의 구조(cursus cathedralis)를 과감히 버리고, 매우 오래된 교회 전통의 유산인 삼시경, 육시경, 구시경을 새로 도입하였다. 당시 수도원 밖에서는 매 주간(주일)이나 주년(순교자들의 기념일)이나 주요 계절(사계(Quattuor Temporum)의 토요일)에만 바치던 야간기도(오늘날의 독서기도)를 매일 거행하게 되어있다.
또 당시와는 달리 옛 수도승 전통에서 받아들인 새로운 것은, 야간기도에 바치던 시편들의 수, 일시경과 끝기도,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끝에 아빠스 홀로 큰소리로 외는 주님의 기도 등이다. 또 규칙서는 야간기도와 낮의 시간경들을 위해 시편 배열을 새롭게 하였고, 여러 하느님의 일에 찬미가를 도입하였다.
또한 구체적인 생활 조건들, 예를 들면, 공동체의 수도승들의 숫자가 많고 적음, 겨울철과 여름철의 시간의 차이, 노동의 필요성, 잘못에 의해 성무일도 시간이 늦어짐 등에 여러 가지 관면을 허용하였다. 끝으로, 만일 시편들의 배정이 마음에 맞지 않는다면, 달리 배정할 수 있는 자유도 주었다.
이러한 전통과 정신을 갖고 있는 오늘날의 베네딕도회는 하느님의 일을 거행하는 형태를 정하는 데 합당한 것이라면 복수주의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것이 성 베네딕도 규칙서와 그 전통에 기초를 둔 기도와 관상의 정신을 흐리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정해진 규정에 따라 거의 모든 수도원에서 하느님의 일을 활성화하려는 운동이 다음의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다. 하나는, 베네딕도 규칙서에 나오는 순서를 보존하면서, 공의회에서 공인한 몇 가지 지침과 전례 역사가 허용하는 몇 가지 변경사항을 적용하는 경향이다. 다른 하나는, 전례헌장을 실천하기 위해 1968년 12월 29일에 반포된 훈령에서 허용된 사항들과 그리고 경신성사성이 1971년 7월 8일에 수석 아빠스에게 보낸 서한을 적용하는 경향이다. 이 서한은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모든 공동체는 성무일도를 공동으로 거행할 수 있다면, 그 공동체의 성격과 외부 활동의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거행할 수 있다". 이러한 수도원들에서는 성규와 다른 시편과 독서의 배열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매일의 시간전례 거행의 정신에 완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모든 이는 하나가 되어 수도원적 전례의 특성을 보존하도록 힘써야 한다. 경신성사성은 앞에서 인용된 편지에서 이 특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수도승들의 "기도는 시간경으로 나누어져 공동으로 바쳐지며, 일반 성무일도보다 약간 긴 기도이다." 또한 각 수도원에서 기도를 다양하게 하는 이유는 현시대의 문화에서 오는 영적인 요구들에 더 잘 상응하고 각 공동체의 특별한 여건들을 고려하는데 있다.

20. 창의성의 객관적인 한계
수도 공동체가 바치는 하느님의 일은, 원래 외적 형식뿐 아니라 그 형식이 내포하고 있는 내용까지도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기도이어야 한다.
제19항에 따라, 공동체는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하느님의 일의 거행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일단 선택하였으면 그대로 지켜야 한다. 수도승 각 개인에게는 아직 이런 선택을 할 자유가 없지만, 전례거행 중 어떤 역할을 담당한 사람에게는 이런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기도 하는데, 보기를 들면 시작 예식 때 권고의 말이나 훈시, 신자들의 기도와 끝맺는 말, 본기도를 선택할 수 있는 것 등이다.
따라서 일단 거행이 시작된 후에는, 전례 집회는 다음의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1) 전례시기와 해당 시간경에 따라 거행하도록 객관적으로 정해진 경문을 따를 것이다. 2) 객관적으로 정해진 형식과 본질적 구조를 따를 것이니, "찬미가는 항상 맨 앞에 나오고 다음으로 시편이 뒤따르며 그 다음 성서의 긴 독서 또는 짧은 독서가 따르고 마지막으로 청하는 기도가 나온다." 기도하는 공동체에 맞는 방법을 미리 확정하여 그대로 지켜야 한다. 보기를 들면, 시편들과 독서들을 교대로 하는 방법, 시편의 수와 배열, 시편기도를 바칠 때 노래로 할 것인가 낭송으로 할 것인가, 선창자만 할 것인가 회중 전체가 할 것인가, 이때에 응송과 후렴의 형식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서는 것, 앉는 것, 무릎을 꿇는 것, 손을 올리는 것 등 여러 가지 몸 동작에 대해서도 미리 정해야 한다.

21. 전례거행의 세 가지 차원
하느님의 일이 합당하게 거행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차원이 전례모임 안에서 본래의 의미대로 항상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교회적인 차원: 비록 시간과 공간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하더라도 교회의 신비를 실현하는 공동체이어야 한다. 둘째, 공동체적인 차원: 모든 이가 하나로 모여 있지만 각자는 자신의 위치를 차지하면서 자기 역할을 담당한다. 셋째, 인격적인 차원: 하느님과의 만남이 이름없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의 인격적인 기쁨과 완전한 의식 안에서 이루어진다.
인격적인 차원이 다른 두 차원의 기초이며 조건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이것이 결여되어 있을 때 다른 두 차원은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하느님의 일을 거행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인격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 1) 기도하는 공동체 구성원 각자는 정신과 마음으로 서로 밀접하게 일치하여 서로를 받아들이는 참다운 표지가 되어야 한다. 영혼들의 밀접한 일치가 한 목소리를 통해 나타날 때 비로소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참다운 기도가 된다. 2)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목소리와 조화되도록" 능동적이며 의식적으로 전례에 참여함으로써 우리 각자는 공동기도에 주도면밀하게 결합된다.

22. 모든 이에게 열린 거행
수도원의 전례모임은 남녀 수도승들이 공동 기도석(chorus)에 모인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모임은 수도승들만으로 폐쇄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전례 행위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드리는 것을 배우려고" 거기에 참여하려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전례모임이 모든 이에게 열려야 한다는 이 말은, 수도 공동체가 외부세계로 분산되어 나가는 개방이 아니라 외부인들을 기도하는 공동체 품안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개방으로 이해해야 한다.
1) 수도승들의 전례 기도가 모든 이에게 개방된다는 것은, 비록 수도원의 고유한 전례 리듬은 물론 고유한 전례 용어까지도 보전하더라도, 남녀 수도승들의 수도원이 그 지역교회 안에 누룩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에 적응하는 사목적인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은 반드시 모든 이에게 그리고 분별없이 항상 개방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개방해야 할지 결정할 것이다. 그렇지만 기도를 하려는 누구든지 능동적 참여로써 공동 기도석에 결합할 수 있도록 공동체 편에서 하느님의 일을 조직해야 한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일은 참으로 "교회의 공적기도"이기 때문이다.
2) 또한 수도원 전례모임의 개방은, 공동체가 보편적인 구원의 신비를 거행하는 전례 안에 온 인류의 모든 필요와 상황까지도 포용할 수 있도록 "시대의 징표"를 항상 주의 깊게 관찰할 것을 전제로 한다. 그 지역과 그 시대에 관련되는 일상사들은 물론 하느님 나라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돕거나 해치는 사상과 움직임들에 대해서도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수도 공동체는 "공적 예배와 기도로써 온 인류에게 가 닿고 온 세계의 구원을 위해 다대한 공헌을 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또한 하느님의 일이 누구나 와서 남녀 수도승들의 기도에 하나되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느님 말씀에서 탄생하는 기도는, 그리스도를 항상 새로이 체험하게 해주기 때문에, 하느님과의 긴밀하고 활력있는 일치를 창조한다는 사실을 수도 공동체는 생생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23. 하느님의 일을 구성하는 각종 요소들이 가지는 중요성
하느님의 일이 의도하는 목적, 곧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대화"를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 여러 부분들이 있다. 절대로 없어서는 안되며 정확한 순서에 따라 배열되어 있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들은, 찬미가, 시편, 독서, 청하는 기도 등이다. 그 외 다른 요소들은 전례거행의 공동체적 성격 때문에 있으며 전례의 의미를 심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다음의 것들은 이 이차적인 중요성을 가진 요소들에 속한다. 곧 시작 환호("주님, 제 입시울을 열어주소서", "하느님 저를 구하소서")와 마침 환호("주님을 찬미합시다"), 한 쪽에서 하면 다른 쪽에서 받아 응답하는 계응송과 응송과 인사말("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시편을 해설하며 곡조를 붙여 노래할 수 있게 되어 있는 후렴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요소들은 하느님의 일의 공동체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표지이며 수단이다. 따라서 전례거행에서 가지는 기능에 따라 그것들의 가치가 측정된다(보기를 들면, 성규 17, 6: "만일 인원수가 많다면 후렴과 함께 외울 것이며 만일 적다면 바로 시편을 외울 것이다"; 성규 11, 12: "혹시라도 늦게 일어나는 일이 있거든 독서들이나 응송들을 짧게 할 것이다").
미사와 다른 성사 거행 때에 하는 것처럼 하느님의 일에서도 주례자는 공동체에 인사하고, 그 다음 그 날 거행하는 전례시기나 축일 또는 시간경의 신비를 참석자 모두에게 짧은 말로 해설하는 개회식을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이차적인 요소이기는 하지만 해당되는 전례시기나 축일 그리고 시간경의 신비에 맞게 잘하면 기도 전체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생각하기 귀찮다는 핑계로 이런 여러 가지 요소들을 무시한 채 아주 간편한 형식만을 골라 함으로써 실로 빈약한 전례거행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24. 거행의 수도승적 성격의 보존
앞에서 언급된 바대로(제20항), 객관적으로 규정된 경문과 양식에 따라 하느님의 일을 거행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일을 거행하는 것과 이를 거행하는 집회 사이에 서로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점도 확실해 졌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 각 공동체는 자기만의 고유한 전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전례 행위와 이를 거행하는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주의 깊게 따져 보면, 수도 공동체는 보편교회의 "지역적인 부분"이라는 점이 확실하다. 따라서 수도 공동체는 전례 행위를 통해 기도하는 교회를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이 교회적인 공동체는 동시에 "수도원적인"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베네딕도회 공동체는 필연적으로 이 이중의 성격을 나타내야 하며, 둘 중에 어느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까닭에, 수도원의 시간전례는,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제19항), 처음부터 주교좌 성당에서 바치던 일반 성무일도와는 다른 구조(cursus)를 채택하였으니, 일반 성무일도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던 여러 가지 시간경들을 더 바쳐왔다. 따라서 만일 오늘날 어느 수도원이 로마 예법(ritus romanus)에 따라 시간전례를 채택하더라도 수도원적 특성에 맞게 거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수도 공동체가 전례 문제에 있어서 독자성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일이 지역 교회적인 성격과 특히 수도승적 성격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절대로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일은 수도원 일과의 다른 모든 영적인 가치들 위에 있으며 관상과 찬미의 성격을 띤 공동기도가 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해한 것으로 여겨지는 "배타주의"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며, 오히려 공동체와 그의 전례 사이에 참다운 통합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 "획일적인 형식"(uniformitas)만을 보존하려는 것은 진정한 일치라 할 수 없다. 공동체와 그의 전례 양편에 서로 꼭 필요한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이에 대한 의미도 찾지 않은 채 그냥 "공동체가 있으므로 하느님의 일이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면 그것은 모든 것을 법적인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뜻한다. 오히려 "'이' 공동체가 있으므로 '이러한' 하느님의 일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25. 시간경의 수
수도원의 하느님의 일을 낮 시간경 일곱과 밤기도(야간기도) 하나로 배열한 것은 항상 끊임없이 계속해서 기도하라는 명령에 순종하는 데 있으며, 남녀 수도승들은 서원으로써 이에 특별히 봉헌되었다.
우리 시대의 새로운 영성적인 관점들에 따라 하루에 바칠 시간경의 수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고 또 달리 결정될 수 있지만, 위에서 말한 하느님의 계명에 어긋나지 않고 수도승들의 봉헌을 축소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때 우리 시대의 정당한 요구들을 감안하여 더 높은 차원의 기도가 되도록 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우리 시대의 여러 가지 여건들을 고려하여 전례를 정해야 한다고, 적어도 함축적으로, 현명하게 확인하였다. "봉사의 분량", 곧 시간전례를 줄이려 하면, 그 대신 영적인 새로운 비중, 다시 말해서 그 질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세상사에 대해서도 그러하듯이 기도의 양과 질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논의되고 있다. 성 베네딕도 규칙서 18,22-24에서 이미 이 문제에 대해 거론하는데 양보다 질을 중시한다. (성 베네딕도 규칙서 9장에 나오는 야간기도는 그 당시 로마 전례의 야간기도에 비해 짧다. 로마 성무일도의 주일 야간기도에서는 24개의 시편을 하는데 비해 베네딕도회 야간기도에서는 12개의 시편과 3개의 찬가를 한다).
기도의 질은 바치는 시편의 수나 거행하는 시간경의 수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의 내적 자세에 달려 있다. 이 내적 자세가 갖추어지기 위해서는 다음의 태도가 요구된다: 1) 기도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니 만큼 모든 이는 기도를 공동체 삶의 중심으로 삼아 기도하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을 모든 이가 가질 것이다. 기도로 하느님과 대화했을 때에는 그가 하는 모든 일과 활동이 그분께 영광을 드리기 위한 것이 된다. 2) 이와 같은 열성으로 모든 이는 기도를 통해 부름받은대로 공동체가 일치로 건설되도록 힘써야 한다.
"모든 회원이" 관심을 갖고 기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일이 공동으로 거행되도록 구성될 때 기도의 질이 높아진다. 사실 이것은 바쳐야 할 시간경의 수가 너무 많거나, 반면에 육체 노동이나 사도직 활동을 수행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예는 "지방 형편이나 (수도원의) 가난함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육체 노동이 유일한 생계 수단이라면 수도원은 그 지역에 가난의 증거가 된다. 만일 수도원 안의 생활과 수도원 밖의 생활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매일 해야될 하느님의 일을 이에 맞추어 바칠 수밖에 없다면, 결국에는 자신의 수도생활을 보편적인 구원 신비에 연결시킬 수 없는 고통을 안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 비록 수도생활 자체에 높은 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바깥 세상"에서 온전히 탈진되어 버릴 위험이 있다.
만일 부득이 하느님의 일을 거행하는 시간경의 수를 줄여야 할 경우에는 다음의 두 가지를 잘 고려해야 한다. 1) 기도 시간 전체와 기도의 질을 해치지 말고 시간경을 줄여야 한다. 하느님의 일을 유효하게 거행하기 위해서는 그 형식에 있어 다음의 요소들이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 독서들을 주의 깊게 조용히 즐겨 들고, 침묵 기도를 더 길게 하며, 노래로 할 부분을 더 늘리고, 거행 방식을 좀 더 다양하게 할 것 등이다. 2) 시간경의 수는 줄이는 대신 각 시간경의 시간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러나 절대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시간경을 몰아서 한꺼번에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단지 하느님의 일을 바칠 모든 의무를 다 채웠다는 이유로 양심의 가책을 면하려는 태도이다. 보기를 들어, 삼시경과 육시경과 구시경을 합쳐 거행하는 경우에는 단지 명칭으로 구분된 세 개의 시간경이 바쳐진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것은 "해당 시간"에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규정에는 사실 반대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일을 바치는 것은 마치 법에 의해 부여된 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율법적인 사고 방식이다. 이것은 하느님의 일을 여러 시간경으로 구분하여 바치는 참다운 목적, 곧 "하루 전체와 인간 활동의 성화"라는 목적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26. 중요한 시간경들
하느님의 일을 바치는 시간경의 전통적인 수를 그대로 지키든지 축소하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규정되었고 로마 시간전례 총지침에서 재확인된 규정은 항상 유효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온 교회의 전통에 따라 아침에 드리는 찬미의 기도(Laudes)와 저녁 때 드리는 저녁기도(Vesperae)는 매일의 성무일도에 있어서 두 개의 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주요 시간경으로 존중하여야 하고 또 그러한 비중에서 거행해야 한다."
이 두 개의 시간경이 뛰어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기념"(memoriale)이라는데 그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기념이고, 다른 하나는 그분의 돌아가심에 대한 기념이다. 따라서 양쪽 모두 성찬례와 연관되어 있으며, 성찬례와 함께 하나의 삼위를 이루어 수도승들의 하루의 영성생활에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된다. 성찬례와 두 시간경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공동체 모두가 능동적으로 이에 참여하며 외적으로 좀 더 장엄하게 노래로 거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침기도 거행에서는 "빛의 전례", 저녁기도 거행에서는 "분향의 전례"의 의미를 살리는 것이 좋다.
앞에서 말한 두 개의 시간경이 매우 중요한 시간경임에는 두 말할 여지가 없지만, 수도 전통에 있어서는 야간기도(독서기도)가 매우 의미있는 시간경이다. 이 시간경은 종말론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야간기도의 거행이 외적인 장엄함 때문이 아니라, 관상적이고 조용하며 긴 기도라는 특성 때문에 중요성을 갖는다.

27. 전례거행 안에서의 성가
고정된 교회 공동체인 수도 공동체는 다음의 상황을 고려하여 노래를 다양한 방식으로 할 수 있다. 1) 대축일, 축일, 기념일 또는 평일에 따른 전례 등급, 2) 같은 날의 다른 시간경들, 3) 기도문의 성격.
수도승들은 하느님의 일을 거행하는데 노래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여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노래가 수도승 전례거행의 가장 고유한 특징인 찬미와 관상의 분위기를 나타내는데 가장 적절한 수단이 되게 할 것이다. 각 전례 집회의 여건에 따라 주일과 축제날에는 더 많이 노래하고 더 장엄한 곡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시간경, 곧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를 노래로 장엄하게 거행한다면 모든 이는 이로써 하루의 시간경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성무일도를 바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찬미가와 찬가와 시편들과 같은 확실한 본문들은 그 본성상 노래로 해야 한다. 음악적 선율은 환호와 후렴과 응송의 특성을 한층 고조시킨다.

28. 전례거행 담당자
하느님의 일은 하나의 기도로서 각자의 내면에서 잉태된 하느님과의 대화이다. 이때 하느님의 일은 공동체의 목소리로 표현된다. 이 공동체의 회원이 전례거행의 담당자들이 된다.
모든 전례거행은 전례집회에 모인 공동체와 이 공동체 안에 전례거행을 주도해 가는 여러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전제로 한다.
하느님의 일을 거행하는데 중요한 담당자는 다음과 같다. 집회의 주도자(praeses)는 거행을 시작하고 (마침 기도로써) 끝맺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수도원에서 지키고 있는 베네딕도회 전통에 따라 아빠스나 아빠티싸(여자 아빠스)가 직접 수행하거나 어떤 부분을 담당자에게 위임하기도 한다. 독서자(lector)는 성경 또는 다른 문헌에서 뽑은 독서를 봉독한다. 선창자(cantor)는 찬미가와 후렴과 계응송과 응송을 선창한다. 공동 기도석 한편에 속한 시편 선창자들(psalmistae)은 시편을 교송할 때는 시편을 시작하거나 그들 중 한 사람이 시편을 독송한다. 이때 다른 선창자와 함께, 또는 회중과 함께 주고받으면서 독송하기도 한다. 훈시자(monitor)는 예를 들어 시편 혹은 독서에 앞서 짧은 해설 내지 훈시를 한다. 성가대(schola cantorum)는 선창자(cantor)의 지휘 아래 회중과 번갈아 노래를 부른다. 끝으로 회중(congregatio)은 모두가 다같이 하거나 또는 두 개의 공동 기도석으로 나뉘어 시편과 찬가를 교대로 노래한다. 앞에서 언급한 담당자들의 상대편 역할로서 회중은 경청하고 응답하면서 능동적인 참여자가 된다.
모든 담당자들은 "듣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만한 사람이 아니면 노래하거나 독서하는 직무를 감히 맡지 말 것이다"는 성 베네딕도 규칙서의 지시를 마음 속에 새겨 두어야 한다. 담당자가 "겸손과 신중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자기 직무를 행할 때 듣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수도원에서는 성무일도 거행에 있어 적임자를 고려하지 않고 차례대로 이런 직무들을 맡기는데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전례 담당자들은 참석자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제대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