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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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10-07 21:10
김수환 추기경님의 아빠스 축복미사 강론
 글쓴이 : 인 끌레멘스 신부
조회 : 9,527   추천 : 0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이 날은 주께서 마련하신 날, 이 날을 기뻐하자 춤들을 추자"라고 시편 말씀 대로입니다. 왜냐하면 여러 해 동안 공석으로 있던 이 수도원의 대원장되시는 아빠스가 얼마 전 선거를 통해서 선출되고 오늘 아빠스로 축복되시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아빠스로 축복되시는 이형우, 시몬 베드로 수사신부님께 축하를 드립니다. 동시에 이곳 성 베네딕도 수도 공동체 모든 분들께도 축하와 기쁨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수도원을 돌보기에 적합한 아빠스는 항상 그 호칭을 기억하여 행동으로써 으뜸이란 명칭을 채워야 합니다. 아빠스는 수도원 안에서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믿어지며 그리스도께 바치는 호칭으로 불려집니다. 그러므로 아빠스는 주님의 계명 이외에는 아무 것도 가르치거나 정하거나 명해서는 안됩니다. 아빠스는 자신의 가르침과 제자들의 순종, 이 두 가지에 대해 하느님의 무서운 심판 때 심문을 받으리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누가 아빠스의 이름을 받게 되거든 두 가지 방법으로 제자들을 지도해야 할 것이니, 곧 모든 좋은 것과 거룩한 것을 말보다는 행동으로써 보여줄 것입니다. 지혜로운 제자들에게는 주님의 계명을 말로써 설명하고, 마음이 무디고 우둔한 자에게는 실제 행동으로 하느님의 계명을 밝혀 주어야 합니다.아빠스는 자기의 교훈에 있어 항상 사도께서 하신 방식을 따라야 할 것이니, 즉 "타이르고 설득하여 책벌하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때에 따라 엄격하게도 하고 온순하게도 하여, 준엄한 스승과 어진 아버지의 정을 드러내라는 말입니다.
아빠스는 자기의 지위와 명칭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하며 많이 맡겨진 이에게는 많이 요구됨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아빠스는 영혼을 다스리고 많은 사람들의 기질을 맞추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수도승들은 하느님을 사랑하여 두려워할 것이며 자기 아빠스를 진실하고 겸손한 애덕으로 사랑하고,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더 낫게 여기지 말 것이니, 그분은 우리를 다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이형우 신임 아빠스님은 "서로 섬기자" (Serviamus invicem)을 문장 표어로 택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곧 새 아빠스께서 당신 자신을 포함하여 이곳 수도 가족이 살아야할 영성의 지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씀에는 곧 '우리 서로 서로에게 그리스도가 됩시다'라고 호소하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마음이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지 않고서는 서로에게 봉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보면, 특히 루가 복음을 보면, 바로 수난 전날 저녁 마지막 만찬 석상에서, 주님의 나라가 오면 누가 제일 높게 될 것이냐는 문제로 제자들이 옥신각신 하고 있었습니다. 주님은 당신의 수난을 앞두고 마음이 극도로 괴로우신 그런 시간인데, 제자들의 마음은 전혀 이 주님의 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자기 출세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주님은 이런 그들을 보시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겠습니까? 그러나 주님은 그들을 조용히 타이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민족들의 왕들은 백성을 지배한다... 그러나 그대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제일 큰 사람이 제일 어린 사람처럼 되고 다스리는 사람이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합니다" (루가 22,24-26)고 하셨습니다. 또 마태오 복음에 보면 주님은 이 말씀에 이어서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많은 사람을 대신해서 (모든 사람을 위하여) 속전으로 목숨을 내주러 왔습니다" (마태 20,28) 라고 하셨습니다.

과연 주님은 이 말씀대로 죄많은 우리를 죄와 그 결과인 죽음에서 구하기 위해 당신을 비우시고 낮추시어 사람이 되어 오셨고 우리 모두의 죄를 대신 지시고 속죄의 제물이 되시어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이 주님의 비우심, 이 주님의 겸손과 사랑, 이른바 그리스도의 케노시스 (Kenosis)를 우리가 본받아 살 때, 우리는 비로소 참으로 서로 섬길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섬기자"는 '우리 서로 서로에게 그리스도처럼 사랑하고 섬기는 사람이 됩시다'입니다. 아빠스님의 표어에 담긴 깊은 뜻을 우리는 깨닫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이 Ora et Labora (기도하고 일하라)와 함께 이런 정신에 삶으로써 아름다운 믿음과 사랑의 공동체가 되고, 우리 한국 교회 모든 이가 이를 본받아 살 수 있도록 기도하는 공동체, 사랑으로 봉사하는 공동체, 믿음의 모범이 되는 공동체 되기를 빕니다.

오늘날 이 땅에는 목말라하는 영혼들이 많고,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진 영혼들이 많습니다. 이 수도원이 이런 이들이 갈증을 풀 수 있는 생명의 물, 샘터가 되고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