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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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10-08 20:02
마리아, 교회의 어머니 (주님 승천 이콘)
 글쓴이 : 인 끌레멘스 신부
조회 : 11,940   추천 : 0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오월 한 달을 성모 성월이라 하여 동정 마리아를 특히 우리 모두의 어머니로 기리고 그분께 기도를 청한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어머니라는 말보다는 엄마라는 말을 좋아한다. 약간은 창피한 일이지만 나는 아버지한테는 “아버지”라고 하지만 아직도 어머니한테는 “엄마”라고 부른다. 서울에서 몸이 아프신 아버지 병간호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않으신 엄마 생각이 요즘 더 많이 난다. 그 만큼 어머니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가장 친숙한 존재이다. 육신의 엄마도 중요하지만 영적 엄마는 내 영혼 깊은 곳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리하신다. 어릴 적 내 기억 속에 잔잔히 떠오르는 아름다운 밤, 해마다 오월이면 우리 본당에서 열렸던 성모의 밤, 어둠이 살포시 내려 깔린 성당 마당에 온갖 초와 꽃으로 아름답게 수놓아진 성모님이 얼마나 아름다우셨던지. 그 앞으로 많은 신자들이 경건하게 모여 기도의 영적 꽃다발을 거룩하신 동정 어머니께 바쳤다. 잘은 몰랐지만 나 역시 작은 마음에 정성을 듬뿍 담아 내 자신을 성모님께 봉헌했다.

성모님은 무엇보다도 교회의 어머니이시다.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할 ‘주님 승천’ 이콘(71×59cm)에서 특별히 우리 모두의 어머니로서 동정 마리아를 잘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15세기 초 것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의 트레챠코프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물론 이 작품은 사도행전에 나오는 주님의 승천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도 1,6-11).
우선 이콘의 공간 배치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하자. 크게 보면 주님 예수님이 천사들과 함께 계시는 천상 공간과 성모님을 중심으로 사도들이 있는 지상 공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있다. 주님 승천 이콘은 하늘로 올라가시는 주님을 그린 그리스도 중심적 이콘이지만, 교회를 더욱 교회답게 드러내는 교회론적 이콘이기도 하다. 하늘로 올라가신 그리스도께서는 이 지상에서 교회 안에 살아 계시다. 교회는 하늘로 올라가신 주님을 바라보고 있는 사도들의 공동체로 대표된다. 사도들은 바로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자신들을 상징한다. 그런데 사도들은 성모님을 중심으로 하여 두 무리로 나뉘어 있다. 왼편의 사도들은 역동적인 모습으로, 다른 편의 사도들은 좀 더 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있다. 이는 교회가 활동적인 삶에 투신하는 이들과 관상적인 삶에 몸 바치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잘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교회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새의 두 날개를 연상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서 하늘로 올라가신 주님을 따라 교회는 활동의 삶과 관상의 삶이라는 날개로 승천하는 것이다. 교회의 이러한 삶은 올리브 나무 네 그루로 상징되고 그 열매는 주님이 계신 하늘에 열린다. 이 땅에서 순례 여정 중에 있는 교회 자신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땅에 있는 하늘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놀랍고도 기묘한 전환을 볼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사람으로 하늘로 올라가시는 그 순간부터 하늘은 우리가 사는 땅에 내려온다. 그래서 천상 존재를 상징하는 흰옷을 입은 두 천사가 사도들 사이에 있으면서 감사의 희생제사인 성찬례용 잔의 형상을 만들고 있다. 마리아는 천사 한 가운데 자리하면서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상징이 되신다. 또한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은 여러 색으로 된 사도들의 의복과 비교해서 보면 매우 단순하지만 무척 존귀하고 돋보이기까지 한다. 사실 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뒤에 사도 공동체가 다락방에 모여 성령을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을 때, 마리아도 거기 있었다(사도 1,12-14). 늘 성모님은 기도하는 하느님 백성 한 가운데 현존하신다. 그래서 어머니는 기도하는 동작으로 그려져 있다. 어머니의 기도 목적은 성령께서 사도들을 기초로 세워진 하느님 백성 위에 내려오시도록 간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성찬례 때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모든 거룩함의 샘이시옵니다. 간구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 하면서 성령께서 포도주 잔에 내려오시도록 기도하는 것처럼, 성모님은 교회가 사랑의 성령을 충만히 받아 그리스도의 신비체가 되기를 간청하신다.

그렇다면 왜 성모님이 교회의 어머니이실까. 그것은 이분의 존재, 이분이 소유한 모든 것은 우리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6-27).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전 당신 어머니를 제자에게 내어주신 숭고한 이 말씀에서 세상 종말에 이르기까지 교회를 위한, 아니 인류를 위한 마리아의 사명이 명백히 표현되어 있다. 이 사명은 모든 시련을 이겨내야 하는 사랑의 사명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아기는 본능적으로 엄마의 팔을 찾는 법이다. 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이나 삶을 마감하는 노인은 사랑으로 돌보는 이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고통받는 모든 이는 자기를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어머니를 필요로 한다. 교회의 어머니로서 마리아는 당신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의 봉사자가 되신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사랑이 지극하신 마리아의 어머니다움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천사의 인사를 받는 순간부터 몸과 영혼이 하늘의 영광에 불림을 받을 때까지 겸손하신 주님의 종의 생애 전체는 사랑으로 넘치는 봉사의 삶이었습니다.” 참으로 가치있는 은사(카리스마)는 봉사와 섬김의 은사이다.

성령을 힘입어 당신 아드님과 일치하여 온전한 기도와 흠숭과 순종을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시는 동정녀는 교회의 표상이요 실현으로서 교회를 위한 사랑과 봉사의 어머니로 현존하신다. 사도들과 함께 기도하며 성령 강림을 기다렸던 것처럼 어머니이신 마리아는 우리의 여정에서도 우리의 고통과 불안을 없애기 위해 우리와 함께 머물고 우리를 위로하며 우리에게 희망을 베푼다. 또 마리아는 우리가 겪는 고통을 당신 자신의 고통으로 생각하며 우리의 고통을 참된 기쁨으로 변화시켜 준다. 우리의 진실한 기쁨은 당신 신랑이신 주님의 신부이시며 어머니이신 동정 마리아와 함께, 주 예수님께서 재림하시리라는 복된 희망 속에서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묵시 22,20) 하고 기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