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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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10-08 19:33
가톨릭 교회의 사순절 3 (개신교 '들소리 신문')
 글쓴이 : 인 끌레멘스 신부
조회 : 11,440   추천 : 0  
가톨릭 교회에서는 신앙의 원천을 성경과 성전(聖傳)으로 보고 있다. 개신교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천주교에서도 특히 성경은 신앙의 핵심을 담고 있는 하느님의 말씀 자체로, 사순절 전례(典禮)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순시기 동안 신자들은 성경 말씀을 경청하면서 구원 역사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것만이 아니라, 그 구원 사건들이 교회 안에서 실제로 계속되고 완성된다는 사실을 체험한다. 사실 사순절은 교회가 한 공동체로서 하느님께 걸어가는 은총의 기간이다. 사순시기에 오는 주일은 사순절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주간 파스카인 사순절 주일 미사 말씀 전례에서 교회는 성경 독서들 (구약, 신약 서간, 복음서)과 강론(설교)을 통하여 사순절 동안 걸어가는 영적 여정이 무엇인지를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들려준다.

가톨릭 교회에서 주일에 듣는 성경 독서는 3년 주기 (가해, 나해, 다해)로 마련되어 있다. 3년 주기 독서 배열이란 기원 후 1년부터 차례로 3배수로 계산하여, 기원 후 1년은 가해, 2년은 나해, 3년은 다해에 해당하고, 6년, 9년, 12년은 다시 다해가 되는 배열을 말한다. 그래서 올해는 나해가 된다. 모두 여섯 주간으로 되어 있는 사순시기 가운데 사순 제1주일, 제2주일, 제6주일 각 해의 성경 독서는 주제에서 볼 때 모두 같다. 사순 첫째와 둘째 주일에는 주님께서 광야에서 악마에게서 유혹받으시는 이야기와 거룩한 변모 기사에 관한 이야기를 세 공관 복음서의 차례(가해-마태오, 나해-마르코, 다해-루가)에 따라 듣는다. 그리고 성지주일인 사순 제6주일에는 나뭇가지를 들고 행렬을 할 때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에 관한 이야기를 (예를 들어, 나해에는 마르 11,1-10), 미사 말씀 전례에서는 주님 수난 기사를 그 해에 해당하는 공관 복음서에 따라 듣는다 (나해에는 마르 14.1-15,47).

그래서 사순시기 각 해의 고유한 주제를 보려면 사순 제3주일, 제4주일, 제5주일의 독서들을 살펴봐야 한다. 우선 가해는 입문성사, 특히 세례를 위한 교리 교육에 적합한 여정으로, 나해에는 십자가에 매달리심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을 선언하고, 그리고 다해에는 주님의 자비하심을 드러내는 가운데 사람들에게 회개할 것을 촉구한다. 각 해의 주제를 보기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해: 세례의 여정
가해의 독서에서 그리스도교 입문성사를 위한 교리 교육의 절정을 만날 수 있다. 세례의 “물-성령”을 통해 (제3주일)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빛-신앙”에 다다르게 되고 (제4주일) 하느님에게서 “생명”을 받는다 (제5주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된 하느님의 모든 구원 계획은 살아있는 인간 안에서 실현된다.

나해: 파스카 여정
나해에서는 몇 가지 상징을 통해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에 관한 요한복음의 말씀을 듣는다. 파괴되고 재건되는 “성전”, 사막에서 모세의 손으로 올려지는 구리 “뱀”, 죽은 후 많은 열매를 맺는 “밀알”이 예수님의 구원 사건을 상징한다. 이 상징 안에서 죽음과 부활로 이루어지는 그리스도의 파스카와 이것에 참여하는 우리의 파스카가 하나가 된다.

다해: 참회의 여정
다해의 독서를 들으면서 우리는,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 “탕자의 회개”, “간음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회개-화해에 관해 가르치는 루가와 요한복음의 말씀이 참회의 여정을 걸어가는 우리를 인도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느님과 우리가 맺는 화해와 친교는 그리스도의 파스카에서 성취된다.

사순절 주일 말씀전례에서 하느님 말씀을 경청하고 이 말씀에 응답하면서 우리는 모두 순례의 여정을 걷는 사람임을 다시 깨닫는다. 우리의 육신이 얼마나 약한지, 또 우리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를 아프게 되새긴다. 그러나 우리가 죄인이라는 조건에 대해 안다는 것이 아무런 희망도 없는 낙담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실망과는 반대로 용서하시기 위해 우리를 기다리는 자비로우신 주님의 사랑에 우리의 신뢰는 더욱 새롭게 된다.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한 이 영적 순례의 발걸음이 파스카 밤에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다. 희생과 극기의 은혜로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마태 4,4) 양육되는 사람은 육신을 깨끗이 하고 파스카 밤에 성령과 물로 다시 태어남으로써 우주적인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