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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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30 20:50
성 마크리나의 생애(본문6)
 글쓴이 : 허 로무알도
조회 : 10,370   추천 : 0  
성 마크리나의 생애(본문6)
 
 
그레고리우스가 처한 상황에 대한 마크리나의 의견
21. 저는 마크리나에게 제가 겪고 있었던 어려움들에 대해 털어놓았습니다. 먼저 믿음 때문에 발렌티아누스 황제에 의해 추방당한 것과 이어서 교회안의 혼란 때문에 논쟁과 싸움에 휘말리게 된 것을 이야기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그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선물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습니까? 당신은 영혼의 배은망덕을 구제하지 않으려 합니까? 당신은 우리 부모님의 처지와 자신의 입장을 비교해보지도 않으려 합니까? 실상 이 세상의 눈으로 본다면 우리가 귀족 가문 출신으로 좋은 가정에서 태어난 것은 자랑 거리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우리 아버지는 그 당시 높은 학식으로 존경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명성이 주(州)의 법정에까지 떨치지는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아버지는 수사학에 있어 다른 어떤 사람보다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명망이 폰투스 밖으로는 뻗어나가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자신의 고장에서의 명성에 만족하셨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여러 도시와 민족과 주에 이르기까지 명망이 높습니다. 어떤 교회들은 당신을 대표로 파견하고 또 다른 교회들은 당신께 도움을 청하고 질서를 바로 세우도록 당신을 부릅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이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보지 못한단 말입니까? 당신은 그처럼 큰 은총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우리 부모님의 기도가 당신을 지금의 위치에 이르게 했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그래서 이 모든 것에 당신의 생각대로 헤아려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없거나 혹은 있어도 극히 미미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까?”

마지막 날에 마크리나가 삶을 정리함
22. 마크리나가 이런 말을 하는 동안 저는 하루가 길어져 우리가 계속 그의 감미로운 말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성가대의 노래 소리가 들려왔고 우리는 저녁 기도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위대한 마크리나는 저를 성당으로 보낸 후에 다시 기도 안에서 하느님 곁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그 밤을 보냈습니다. 다음 날 그를 보았을 때 저는 그날이 마크리나가 육신 안에서 지내는 삶의 마지막 날이 될 것임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이미열 때문에 그에게는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힘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우리 마음의 약함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비탄에 젖게 만드는 죽음의 예감을 잠시나마 잊게 하려고 다시 한 번 아름다운 말로 우리 마음의 고통을 없애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거칠게 헐떡이는 숨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보면서 복잡한 감정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음성을 들으리라고 기대할 수 없고 우리 집안 모두의 자랑이었던 그가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아야하는 저의 마음은 슬픔으로 미어지는 듯 했습니다. 저의 이런 인간적인 심정에 대해서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런 모습을 보고 제 마음은 고양되어 그가 일반적인 자연 법칙을 초월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마크리나가 어떤 신묘한 체험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는 마지막 숨에 이르기까지 숭고한 정신으로 그가 선택했던 이 삶에 대해 처음부터 깊이 묵상할 뿐이었는데, 이것이 저에게는 그가 이미 인간이라는 존재를 넘어섰다는 느낌이 들게 하였습니다. 마크리나는 마치 육신 안에서의 삶과 관계가 없어 육신에 묶여있거나 육신으로 인해 격정에 휘말리지도 않는, 그래서 그에게는 마음의 평정이 전혀 이상할 것도 없는 한 천사가 하느님의 섭리에 의해 인간의 모습을 취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저와 함께 있던 모든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자신의 정배에 대한 신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명백히 드러내 보였습니다. 마크리나는 자기 영혼의 가장 내밀한 곳에다 그 정배를 감추어 두고 그를 살지게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마음을 사랑하는 정배께로 향하도록 재촉하는 갈망을 털어놓고, 육신의 사슬이 끊어지는 그 때에 한시바삐 그에게로 달려가 그와 함께 있고자 하였습니다. 사실 그는 여태까지도 자신을 위해서는 어떠한 삶의 쾌락에도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자신의 정배를 향해서 달려왔었습니다.

생애 마지막 순간
23. 날이 다 저물어 해가 서산에 걸릴 무렵에도 그의 열정은 사그라질 줄 몰랐고, 오히려 그가 세상을 떠날 시간이 가까워올수록 더욱 거세게 그를 자신의 정배께로 재촉하였습니다. 그는 마치 정배의 아름다움을 더 강렬하게 주시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는 곁에 있던 우리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직 그분께만 시선을 고정시켜 그분만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는 그녀의 침상을 돌려 동쪽을 향하게 하였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 이야기할 뿐이었습니다. 그분께로 손을 들어 간청하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말을 가까스로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기에 그의 기도를 옮겨 적습니다. 그의 기도가 하느님께 이르렀고 하느님께서도 그의 기도를 들으셨다는 사실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마크리나의 기도
24. “주님, 저희에게서 죽음의 두려움을 거두어 가신 분은 바로 당신이십니다.
당신은 저희를 위해 이승살이의 마지막이 참된 삶의 시작이 되게 하셨습니다.
당신은 저희 육신을 잠시 동안 잠들게 하시고 마지막 나팔 소리에 다시 깨어나게 하십니다.
당신은 손수 지으신 우리 인간을 땅에다 두셨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께서는 이 땅에 우리 인간을 다시 일으키실 것이고 그 때 당신은 우리 안의 죽음과 추함을 불멸과 아름다움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당신은 우리를 위하여 저주받은 몸이 되시고 죄인이 되시어 우리를 저주와 죄에서 구해내셨습니다.
당신은 용들의 머리를 부수시고 그 입에서 우리를 건져내셨고 불순종의 구렁에서 우리를 끌어 올리셨습니다.
당신은 지옥문을 부수시고 죽음의 권능을 쥐고 있는 자를 무력하게 만드신 후 우리에게 부활의 길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당신은 당신을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당신의 문장(紋章)으로 거룩한 십자가의 표지를 주셨고 이로써 적들을 멸하시고 우리 목숨을 지켜주셨나이다.

영원하신 하느님,

어머니의 태 안에서부터 저는 당신을 향하여 비상하였고, 제 영혼이 온 힘을 다하여 사랑한 것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저는 제 몸과 영혼을 당신께 바쳤습니다.
제 곁에 빛의 천사를 보내주시고 그가 손수 저를 새 생명의 땅으로 인도하게 하시어 거기에서 성조들의 품에 안겨 안식의 샘을 찾게 하소서.
당신은 번쩍이는 불 칼을 부수셨고 당신과 함께 십자가에 달려 당신 자비에 의탁하였던 사람을 낙원에 들게 하셨습니다.
당신 나라에서 저를 기억하여주십시오. 저 역시 당신과 함께 십자가에 달렸습니다. 당신을 경외하여 제 육신을 십자가에 못 박았고 당신의 심판을 두려워한 저입니다.
어떤 심연도 당신께서 저를 택하시지 못하도록 저와 당신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으며, 어떠한 시새움도 당신을 향한 제 길에 방해가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의 눈앞에서 저의 죄는 낱낱이 드러날 것입니다. 인간 본성의 나약함으로 말미암아 저는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지었습니다.
당신은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저의 죄를 용서하시어 생기를 되찾게 하시고, 제가 육신을 벗어버린 후에 제 영혼이 티나 주름 없는 모습으로 당신 앞에 서게 하소서. 또한 제 영혼이 당신 면전의 분향처럼 나무랄 데 없고 순결한 상태로 당신 손에 받아들여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