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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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30 20:47
성 마크리나의 생애(본문3)
 글쓴이 : 허 로무알도
조회 : 10,614   추천 : 0  
성 마크리나의 생애(본문3)
 
 
나우크라시우스(Naucratius)의 삶
8. 네 남동생들 가운데 대(大) 바실리우스 다음으로 태어난 둘째는 나우크라시우스였습니다. 그는 다른 형제들보다 타고난 재능과 아름다운 용모, 힘과 순발력 그리고 일처리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그가 스물한 살이 되었을 때, 대중 앞에서 한 연설을 통해 자신이 공부했던 것을 펼쳐보였을 때 극장 안에 있던 모든 청중은 깊이 감동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하느님의 섭리에 이끌려 지기 수중에 있던 모든 것을 천히 여겼고 억누를 수 없는 갈망으로 인해 고독하고 가난한 삶에로 나아갔습니다. 그는 자신 이외에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하인 중 하나인 크리사피우스는 주인과 같은 방식의 삶을 살기로 마음먹고 한결같은 애정으로 그를 따랐습니다. 나우크라시우스는 이리스 근처의 외딴 곳에서 홀로 살았습니다. 이리스는 폰투스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인데, 이 강은 아르메니아에서 발원하여 우리 고장을 가로질러 흑해로 흘러듭니다. 그는 강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데서 무성한 숲으로 덮이고, 산을 둘러 우뚝 솟은 절벽에 있는 한 동굴 속에 숨겨진 곳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도시의 소란을 멀리하고, 힘을 쏟아 부어야 했던 제국의 병역과 법정의 변론으로부터 떨어져 살았습니다. 이렇게 삶의 주변에서 사람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진 그는 몸소 병들고 가진 것 없는 노인들을 돌보았습니다. 그는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자기가 원한 삶의 방식에 어울리는 일이라 여겼던 것입니다. 모든 사냥 기술에 관해 능숙했던 그는 사냥으로 노인들에게 먹을 양식을 마련해주는 한편 사냥의 고단함으로 자신의 젊은 혈기를 다스려나갔습니다. 한편 그는 어머니가 어떤 것을 자기에게 명할 때마다 기꺼이 순명하였습니다. 이처럼 그는 이중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다잡아갔던 것입니다. 자신의 젊은 혈기를 다스리는 고된 노동과 어머니의 뜻에 대한 순종으로 그는 신적 계명을 지키면서 복되게 하느님께로 나아갔습니다.

나우크라시우스의 죽음
9. 5년 동안 그는 이렇게 철학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이런 삶의 방식이 어머니에게는 기쁨이 되었습니다. 그가 개인적으로는 절제로써 삶을 꾸려가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의 뜻을 따르는데 전심을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감당하기 버겁고 비극적인 시련이 어머니를 덮쳤고 우리 가족 모두를 불행과 비탄 속에 빠뜨렸습니다. 제 생각에 그것은 적들의 흉계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나우크라시우스가 어느 날 별안간 세상을 떠나버렸던 것입니다. 병치레가 잦지 않았던 그였기 때문에 가족들은 이런 불행을 전혀 예상치 못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이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아야하는 납득할 수 있는 아무런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느 날 자기가 보살피고 있던 노인들의 양식을 마련하러 사냥을 나갔던 나우크라시우스는 그의 동료인 크리사피우스와 함께 시체가 되어 집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어머니는 당시 멀리 계셨는데, 그 곳은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서 걸어서 사흘 걸리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어머니에게 가서 그동안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알렸습니다. 어머니는 모든 덕에 있어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어머니에게서와 마찬가지로 모정은 강한 것이었습니다. 그의 마음은 일순간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의 감각은 마비되고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고통으로 이성을 잃은 어머니는 예기치 않은 공격을 받은 명문가 출신의 운동선수처럼 이 비극적인 소식이 가한 충격으로 땅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시련 앞에서 마크리나와 어머니의 태도
10. 이런 상황에서 위대한 마크리나의 덕은 빛을 발했습니다. 고통에 직면하여 흔들림 없이 온전한 정신으로 자신을 곧추 세우고, 어머니의 약함을 받치는 버팀목이 되어 그를 슬픔의 심연에서 다시 일어서게 하였습니다. 마크리나의 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태도는 어머니의 마음에 용기를 가르쳤습니다. 그리하여 어머니는 고통에 휩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어머니는 고통 앞에서도 울부짖거나 겉옷을 찢거나 하지 않았고, 불행에 대해 탄식하거나 구슬프게 곡소리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더 이상 여인네들의 저급한 행동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히려 그는 침묵을 통하여 모정의 충동을 잠재우고 스스로의 숙고와 딸이 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제시했던 권고를 통해 그것을 몰아내버렸습니다. 이렇게 마크리나라는 동정녀의 한없이 위대한 영혼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 역시 인간적인 정으로 어머니처럼 고통스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죽음이 그렇게 앗아 가버린 것은 바로 자기 형제, 더구나 그가 가장 사랑하는 형제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리나는 숙고를 통하여 육정을 극복하고 어머니 역시 모정을 극복하여 고통을 이겨내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자기 행실로써 모범을 보이며 인내와 용기를 갖도록 어머니를 이끌었습니다. 부단히 덕에 나아갔던 그의 삶은 어머니에게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한 슬픔에 빠져있기보다는 자기가 받은 축복을 향유하는 기쁨을 누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안니사에서의 수도승생활
11. 어머니는 자녀들의 양육에 대한 책임과 교육과 혼인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자 사람들을 세속적인 삶으로 끌어들이는 주된 빌미가 되는 재산을 자녀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한편 제가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마크리나라는 동정녀가 살아가는 모습은 어머니를 이런 종류의 철학적이고 영적인 삶으로 인도하는 안내자가 되었습니다. 마크리나는 어머니가 익숙해져 있던 호사스런 것들을 버리게 하여 자신과 같은 정도의 겸손을 지니도록 어머니를 이끌어 동정녀들의 무리(공동체)와 같은 수준에 맞추어 생활하도록 하였습니다. 이것은 어머니가 모든 계급적인 특권을 거부하고 그들과 동등한 처지의 사람으로서 같은 식탁에서 먹고, 같은 잠자리에서 자고, 같은 생계 수단으로 그네들과 같은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마크리나와 그의 어머니는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그들의 철학이 너무나도 고결하고 밤낮의 행실로 드러나는 삶의 모습이 하도 거룩하여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죽음으로 육신에서 자유로워진 영혼이 삶의 근심에서도 해방되는 것처럼 그들의 삶은 그런 근심들로부터 해방되고, 세상의 모든 헛된 것에서 멀어져 천사의 삶을 닮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분노, 시기, 증오, 거만 혹은 그와 비슷한 것들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는 그들이 명예나 영화, 야망이나 자부심 그리고 그와 비슷한 모든 헛된 것에 대한 욕망을 물리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쾌락이란 바로 금욕이었고, 영화란 사람들에게서 잊히는 것이었습니다. 부유함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었고 그것은 마치 먼지를 털어내듯 자신의 몸에서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털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또 노동이라는 것은, 이런 삶에서 사람들이 힘을 기울여 해야 하는 어떤 일 - 그것이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 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신적 실재에 대한 묵상과 계속되는 기도, 모든 시간에 걸쳐 고르게 배분되어 밤낮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찬송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묵상과 기도와 찬송, 이러한 것들은 그들에게 노동인 동시에 휴식이었습니다. 인간적 속성과 영적 속성의 경계선에 놓인 이러한 삶의 모습을 인간의 말로 어찌 묘사할 수 있겠습니까? 인간의 격정으로부터 해방된 그들의 본성은 인간 그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육체 안에 한정되어 감각기관에 의존해 살아가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천사와 영적 실재의 본성에는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차이가 극히 적은 것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육신을 지니고 살아가면서도 영적 존재를 닮아 육체의 무게에 짓눌려 쓰러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삶은 육체의 부담에서 벗어나 천상으로 고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미 높은 곳에서 천상의 지배자들과 함께 거닐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그러한 삶을 살았고 그들의 덕행은 시간이 감에 따라 더욱 자라났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철학은 그것이 드러내는 선이 커져감에 따라 부단히 보다 큰 순수함으로 나아갔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