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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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30 20:10
동방 규칙(1)
 글쓴이 : 허 로무알도
조회 : 9,492   추천 : 0  
『동방 규칙』

다섯 개 규칙 중 가장 긴『동방 규칙』(Regula Orientalis)은 성 히에로니무스의『파코미우스 규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규칙의 거의 절반이『파코미우스 규칙』을 문자 그대로 따르고 있다. 따라서 고유부분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파코미우스의 계명들이 두 부분, 즉 시작 부분(4-23장)과 끝부분(36-47장)에 모여 있다. 가운데(27장)에는 지원자 입회에 관한 파코미우스『계명집』의 한 장(Praecepta 49)이 위치해 있다. 고유부분에서 편집자는 다른 원전들을 참조하였다. 특히 보다 흔히 자유로이 사용된『교부들의 제2규칙』에서 많은 특성을 취하고 있다.
『동방 규칙』은 다른 규칙들에 비해 보다 단순하고 일관된 구성을 띠고 있다. 편집자의 관심은 공동체 구조와 거기서 구성원들이 이행하는 역할을 향해 있다. 편집자는 아빠스로부터 평수도승에 이르기까지 위계적 서열에 따라 다양한 봉사 책임자들에 대해서 차례로 다루고 있다. 즉, 두 명의 장로, 당가, 문지기, 주간봉사자들, 물건 구입을 위해 외출하는 형제들이다. 개인의 행위에 관한 권고는 매우 자주 책임자들의 의무에 대한 언급과 연결된다. 아빠스의 통치 지침 안에 윤리적 요구들이 특별히 강조되고 있다. 고대 규칙들 중 처음으로 주간봉사자들과 문지기에게 별도의 장을 할애하고 있다. 아빠스 옆에 두 명의 장로를 두어 한 사람은 수도원 내부에서 또 다른 사람은 외부에서 형제들을 돌보게 하는 제도도 새로운 것처럼 보인다.
『동방 규칙』의 경우 역시 천 년의 익명성을 깨려는 또 편집자에게 역사성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몇 안 되는 모호하고 단편적인 고대의 증언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주라 교부들의 생애』(Vita Patrum Iurensium)이다. 이것은 익명의 작품으로서 520년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년대에 저술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주라에 있는 꽁다(Condat) 수도원 아빠스들의 생애를 소개하고 있다. 이 익명의 저자는 레랭의 아빠스인 사제 마리누스(Marinus)의 긴급 요청에 따라 아카우노(Acauno) 수도원 제도를 소개하는 문헌을 서둘러 작성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가장 신빙성 있는 추측은 아카우노 수도원에서 사용된 갈리아 규칙들의 편집을『주라 교부들의 생애』저자에게 돌리는 것이다. 레랭 수도원의 개혁을 위한 마리누스의 요청에 따라 그가 이 규칙들을 편집했을 것으로 보인다. 드 보궤 신부는 이 익명의 저자가 작성한 설립문헌이 아카우노 수도원에서 사용된 규칙들을 모아 파코미우스 규칙과 섞어 편집한 것이며, 이것이 바로『동방 규칙』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본문

동방 규칙 시작

[I] 형제들을 지도하는데 있어 장로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고 또 아빠스의 생활방식으로써 견실하고 굳건해진 젊은 형제들의 규율이 동요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아빠스가 흠잡을 데가 없어야 하고, 위엄 있고, 참을성이 있고, 단식하고, 경건하며, 겸손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는 교사이자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선행의 미덕을 보여주어야 한다. 모든 형제는 아빠스가 지도하는 바를 잘 살펴 그의 의견이나 결정 없이는 어떤 것도 하지 말 것이다. 수도원의 필요를 돌봐야 하는 아빠스는 수도원의 모든 일에 대해서 자유롭게 결정할 것이다. 아빠스는 사람을 차별해서도 또 편애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매일의 생활 공적에 따라 진실하게 각자를 판단하여 훈계하고, 격려하고, 견책하며, 책벌할 것이다. 수도원에 찾아 온 이는 만일 유익하다고 여겨지면 받아들일 것이며, 악습을 일삼는 이는 필요하다면 (수도원에서) 쫓아낼 것이다.

[II] 수도원에는 두 명의 장로를 두어, 아빠스가 (수도원에) 있든지 없든지 그들로 하여금 모든 형제의 규율과 수도원의 모든 일을 돌보게 할 것이다. 그들은 매일 교대로 역할을 바꾸어 수도원의 필요와 짐을 서로 분담하여 맡을 것이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자기 차례에 항상 수도원에 머무르면서 아빠스를 돕고, (수도원을) 찾아오는 형제들을 맞이할 것이며, 공적인 필요가 있을 경우 외출하고, 수도원 생활과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돌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수도원 관리와 규율을 위해 해야 할 모든 바를 게으름이나 불평 없이 행할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자기 차례에 형제들과 함께 머무르면서 어떤 노동이든지 또 필요한 온갖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경우) 그들과 함께 나가서 그들이 규율에 어긋나는 일을 행하지 않도록 돌볼 것이다. 그가 각 사람의 행동을 살피면서 만일 규칙에 어긋나는 점을 발견하거든 자신이 직접 고치거나 아니면 이것을 아빠스에게 알릴 것이다.

[III] 정해진 규정에 따라 아빠스가 모든 형제의 의견과 뜻을 참작하여 형제들의 책임자로 임명한 사람은 아빠스의 부재시, 아빠스가 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형제들의 규율과 수도원 관리에 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는 참을성이 있어야 하고, 온유하고 겸손하며 자애롭고 또 사람을 차별함 없이 공평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그는 아빠스에게 괴로움을 주지 않고, 자신의 과도함으로 형제들을 시달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원장으로 임명된 수도원의 장로는 이 점을 유념하여 아빠스에게 모든 것을 보고할 것이며, 자기가 해결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특히 그러할 것이다.

[IV] 아무도 (누가) 어떤 것을 주었더라도 받아서는 안 된다. 그것이 자기 친형제가 준 것이라도 마찬가지다. 원장의 허락 없이 아무도 자기 독방에 어떤 것을 소유할 수 없으며, 그것이 매우 싼 과일이나 그런 종류의 다른 어떤 것이라고 해도 그러하다.

[V] 일을 할 때 형제들이 세속적인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게 하고 오히려 그들이 거룩한 것들을 되새김하거나 아니면 침묵하게 할 것이다.

[VI] 음식을 만드는 형제는 형제들이 식사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맛보지 말 것이다.

[VII] 아무도 자기 독방이나 거주처 안에 수도원의 공동규칙으로 정해진 것 외에 어떤 것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

[VIII] 잠자리에 들었을 때는 누구도 다른 형제에게 말을 걸지 말 것이다. 먼저 방문을 두드리지 않고서는 다른 형제의 방에 감히 들어가지 말 것이다.

[IX] 원장에게서 받은 물건을 감히 다른 형제가 가진 어떤 것과 교환하지 말 것이다. 보다 좋은 것을 받고 그보다 못한 것을 주지 말 것이며, 반대로 보다 좋은 것을 주고 그보다 못한 것을 받지도 말 것이다. 누구도 원장의 허락 없이 다른 형제에게서 어떤 것도 받지 못하게 할 것이다.

[X] 만일 아빠스가 어떤 형제의 연로함이나 병약함을 배려하여 허락한 경우가 아니면, 누구도 문을 잠근 채 독방 안에서 잠을 잘 수 없고, 문을 잠글 수 있는 침실을 사용할 수 없다.

[XI] 아빠스의 명령 없이 아무도 땅에서 밧줄을 풀어서는 안 된다. 형제들의 모임에서 어떤 물건을 주운 사람은 (그것을) 메달아 두어 자기 것임을 알게 된 사람이 가져가게 할 것이다.

[XII] 아무도 공동 집회나 시편낭송에 불참하려는 구실을 찾지 않도록 할 것이다. 수도원 안에 있든지 혹은 경작지에 있든지, 또 여행 중이거나 다른 어떤 일을 하고 있든지 간에 기도와 시편낭송 시간을 그냥 지나쳐 버려서는 안 된다.

[XIII] 감독자는 형제들이 어떤 일을 하든지 수도원 안에서 아무것도 파손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일 어떤 것을 망치거나 부주의로 파손하다면, 일 감독자가 아빠스에게 견책을 받아야 한다. 그런 다음 감독자는 일을 망친 형제를 견책하되, 항상 장상이 있을 때 또 장상의 뜻에 따라 그렇게 할 것이다. 장상의 명령 없이 아무도 어떤 형제를 견책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XIV] 만일 형제들 중 누가 논쟁을 일으키거나 장상의 명령에 반하는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발견되면 그 잘못의 정도에 따라 그를 견책할 것이다.

[XV] 누가 거짓말을 하거나 어떤 형제를 미워하는 것이 발각되면, 또 불순종하거나 점잖지 못하고 희롱에 열중하거나, 할일 없이 빈둥거리거나 퉁명스럽게 대답하거나, 형제들이나 외부인들을 헐뜯는 습관을 가졌다면, 결국 성서의 가르침과 수도원의 규율에 반하는 모든 것을 행했다면, 아빠스가 이에 대해 들었을 때 그는 그 잘못의 정도와 결과에 따라 그 형제를 책벌할 것이다.

[XVI] 만일 모든 형제가 원장이 너무 게으르거나 형제들을 심하게 책벌하거나, 또 수도원의 관례를 무시하는 것을 보거든, 아빠스에게 이것을 알려 그가 원장을 책벌하게 할 것이다. 원장은 아빠스가 명한 것이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이며, 선례가 없는 일에 대해서는 특히 그러할 것이다. 원장은 관례에서 나온 수도원의 규칙을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