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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27 21:44

순명에 대하여(RB 5장)

글쓴이 : 허 로무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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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은 또한 규칙서의 다른 장들(RB 7; 68; 71; 72)과의 관계 안에서 보아야 한다. RB 안에 나타난 순명은 크게 두 가지 차원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수직적인 차원으로서 이는 장상에 대한 순명이다. RB 5장은 주로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둘째는 순명의 수평적인 차원이다. 이는 형제들 상호간의 순명으로 RB 71장에서 다루어진다.

RB 5장에 따르면 장상에 대한 순명의 근거는 하느님께 대한 순명에 있다(5,15). 이는 장상을 그리스도의 대리자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를 통해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고 믿는다.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더 소중히 여기지 말라"는 RB 5,2에서 순명은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은 성부께 대한 그분의 순종의 모범을 본받게 한다. 따라서 장상에 대한 순명을 단순히 한 인간에 대한 순명으로 생각해서는 안되며, 그를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간주하여 그리스도께 순명한다고 생각할 때 참된 순명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순명의 동기는 그리스도이다. RB 72,11에서 역시 "아무것도 그리스도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고 하고 있다(RB 4,21 참조). 순명은 '그리스도께', 그리고 성부께 순명하신 '그리스도처럼'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순명의 토대이다. RB의 순명의 토대는 RM과 거의 비슷하다.

RB 71,1은 하느님께서 장상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어떤 형제를 통해서도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따라서 형제들은 서로 순명해야 하며 그럼으로서 하느님께 나아가게 된다(71,1). 장상에 대한 순명(수직적인 차원)과 마찬가지로 형제들 상호간의 순명(수평적인 차원) 없이 공동생활은 불가능하다. '순명'의 한 복판에는 '공동체'가 있다. 오로지 순명하는 사람들만이 공동체에서 생활할 수 있다. 이처럼 순명은 공동체 생활과 연결된다(수평적 차원). 이 수평적 차원은 RM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반면, RB에서는 부각되고 있는 RB의 특징적인 면 중 하나이다.

하느님께서는 또한 장상과 형제들을 통해서만 당신 뚯을 전달하시지 않는다. 우리 양심 또한 하느님 계시의 값진 원천이다. RB 68장은 어떤 형제가 불가능한 일을 명령받았을 때 겸손되이 말씀드리는 한 양심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모든 것은 장상의 판단에 달려 있다. 불가능한 일을 명령받았을 때 하는 순명은 보다 완전하고 차원 높은 순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