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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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세례자 요한 대축일 강론-김마태오신부 07-07-14 19:41: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588   
오늘은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였던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기념하는 대축일입니다. 그는 헤로데의 무지막지함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하느님 나라에 대한 열정과 예수 그리스도를 위한 길을 닦는 충직함을 통하여 우리에게 여전히 살아있는 신앙의 모범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 이 미사 중에 세례자 요한을 닮아가는 삶을 살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 이 미사를 봉헌하도록 합시다.

(Homilis)
세례자 요한의 탄생은 참으로 기이했습니다. 엘리사벳과 즈카르야가 나이가 많았다고도 복음은 전합니다. 이와 함께 루카복음은 엘리사벳이 아이를 못낳는 여자, 즉 석녀라고 전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커다란 구원 업적을 이루시고자 이 부부에게 세례자 요한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주십니다.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앞서 그분의 길을 준비하였습니다. 요한과 예수님의 첫 만남은 둘 다 태중이었습니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였을 때 둘 다 태중에서 뛰놀았다고 전합니다.

또한 복음이 전하는 세례자 요한의 삶은 참으로 복되면서도 기구한 운명이었습니다. 세상의 쾌락과 기쁨보다는 고행의 길을 선택한 그의 결연한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그의 소리는 세상에 울려 퍼지는 참으로 진리의 참된 목소리였습니다.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라.’라며 외치는 그의 소리는 삶 안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의 소리는 온몸으로 외치는 참된 말이며, 죽음으로 새 생명을 탄생하는 말씀이었으며, 주님의 앞길을 예고하는 울림의 말이었습니다. 참으로 겸손된 이의 겸손된 말씀이었습니다. 단순히 의미가 없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는 요한의 겸손함을 이렇게 전합니다. ‘나는 오시기로 한 그분이 아니다. 그분께서는 내 뒤에 오시는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자신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드러낼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자의 모습을 말로써 행동으로써 철저히 실천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두 가지 한자어가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거룩할 성(聖)이요 다른 하나는 정성 성(誠)입니다. 거룩할 성(聖)은 짊어지는 것을 뜻하는 아홉째 천간 임(壬)자 위에 귀 이(耳)와 입 구(口)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귀로 들은 것과 입으로 내뱉는 것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뜻, 즉 귀로 듣는 것을 가려듣고, 입으로 말하는 것에 책임을 다하는 삶이 거룩한 삶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성, 순수한 마음, 참되게 하다 등의 뜻을 지닌 성(誠)은 말씀 언(言)변에 이룰 성(成)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말로써 하는 모든 것을 행동으로써 이루어내는 것이 참된 정성이며 순수한 마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삶은 거룩한 삶이었으며 순수한 삶이었고 하느님 나라를 위한 정성되고 충직한 삶이었습니다. 그는 헛된 말을 하지 않고 참된 말만 하였고 그것을 실천에 옮긴 성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하일언 중천금’이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말에 대한 책임과 소중함을 강조하는 속담들입니다.

우리는 많은 말을 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의 말은 말이 아니라 의미가 없는 소리로 전락할 때가 많습니다. 의미가 있고 좋은 말은 마음에 새겨집니다. 이 말은 다른 이에게 소중한 생명의 씨앗이 되기도 하며, 영혼과 정신을 굳건히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미가 없는 말은 공허한 소리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귀를 아프게 하고, 사람들을 혼동에 빠뜨리기도 하며, 상처를 주고 증오를 만들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어떤 말들을 많이 하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삶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지키지도 못하는 말을 할 때도 봅니다. 그리고 남을 험담하고 상처를 주는 말, 아무 의미도 없는 말들을 하며 듣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사제로서 많은 말을 하고 살아갑니다. 때론 그 말들을 나 스스로 지키지 못할 때 참으로 부끄럽고, 더 이상 말을 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합니다. 그리고 말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이들, 예를 들어 장상들의 어려움도 헤아려봅니다. 비록 그 말을 자신이 지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말을 할 수밖에, 더 나아가 복음을 선포할 수밖에 없는 고충을 헤아려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의 존재는 말과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품을 지녔는지는 우리의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오늘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을 맞아 정성을 다하여 말과 행동으로 거룩함에로 나아간 요한의 삶을 다시 되새기도록 합시다. 우리 역시도 그 거룩함에로 나아갈 수 있는 은총을, 우리의 말을 실천할 수 있는 의지와 강한 힘의 은총을 주님께 간구합시다. 의미가 없는 말,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말, 남을 비방하는 말보다는 칭찬하고 사랑하고 다른 이에게 기운을 북도는 말을 많이 하며, 나 또한 복음의 말씀을 실천하여 다른 이에게 생명을 주는 새 생명의 말씀이 될 수 있도록 주님께 은총을 간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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