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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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28주일-군인주일(가해, 2017.10.15) - 서 베네딕도 신부 17-10-16 12:59: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15   

20171015연중 제28주일 강론(군인주일)

 

1독서 : 이사 25,6-10

2독서 : 필리 4,12-14.19-20

복음 : 마태 22,1-14


내가 잔칫상을 이미 차렸소. (...) 어서 혼인잔치에 오시오.”(마태 22,4)


요즘 군생활은 예전에 비해 많이 다르고 합니다. 아버지의 복무시절과, 저의 복무시절에 당연했던 악습들이 하나 둘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자율적 모병제가 아니라, 의무적 징병제로 인한 부작용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가톨릭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대체 복무 프로그램을 나라가 적절하게 마련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이들에 대한 대체 복무 프로그램은 거의 없는 실정이고, 군내에서 폭력을 쓰면 안 된다니까 학교 내 왕따가 고스란히 옮겨갔습니다. 내 아들이 군대에서 열심히 나라를 지킬 줄 알았더니, 상관 부인을 위한 호출용 팔찌를 차고 머슴살이를 하지 않나, 작업하고 돌아가는 길이 사격장 코앞이라 어이없게 희생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직업군인들의 상황도 아직 개선할 점이 많아 보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주어진 각종 보급품을 사적인 용도로 쓰거나, 여군에 대한 성추행 소식까지 종종 들려옵니다. 정직한 군인들의 양심이 고통 받는가 하면, 장병들의 고귀한 생명이 어이없게 희생되거나, 이를 묵과하기 위한 입단속은 얼마나 철저한지 진실 규정조차 어렵습니다.

연중 제28주일이자 군인주일인 오늘,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국군장병들을 생각하면서 오늘 복음에서 듣게 되는 임금의 초대를 묵상합니다. 임금이 마련한 아들의 혼인잔치에 왜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습니까? 자기들의 이익에 손해가 될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임금의 초대가 당장 자기에게 전혀 이익 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잔칫상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불안한 국제 정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보자니,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서슴없이 전쟁을 입에 올립니다. 근래에 더욱 과감해진 북한의 핵폭탄 개발과, 이에 못지않은 미국 대통령의 핵폭탄 막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로 대화도 없는 감정적 말싸움을 지속하고,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을 해보자는 국제사회의 초대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있습니다. 자국민의 안정과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경향과 알량한 자존심의 대결이 우리나라 국민과 주변 국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더 불안하게 이것을 지켜보는 이들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철책을 순찰하고 있을 우리네 젊은 군인들이 아닐까 합니다.

지도자들의 부족한 인성과 광기 어린 행동은 잠시 뒤로하고, 우리부터 한 번 돌아봅시다. 어느 공동체건, 10명 중 7명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2명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며, 1명만이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 10명 모두를 외진 길거리에서 풍성한 잔칫상으로 초대해야 합니다.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 초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분명 누구나 초대할 수 있는 넓은 포용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적대적 관계 안에서도 양보와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교회는 주님을 머리로 하여 모인 그분의 지체들이고, 그리스도께서 각자가 완전하고 거룩한 사람이 되도록 부르셨으며, 그러한 능력을 하느님 모상과 십자가의 은총으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일방적이지 않고 쌍방에서 해야 가능하다는 어느 신부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다만 우리가 먼저 다가가야 하겠습니다. 먼저 일방적인 사랑을 베풀지 않고 상대의 마음이 열리길 마냥 기다릴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나에게 냉소적이고 호전적인 사람들에게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그 아낌없는 사랑을 지금 당장 실천해보면, 상황은 변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변화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서서히 가능할 것입니다.

교회는 세상의 등불입니다. 그 등불이 어둡다면, 세상의 어둠은 얼마나 더 심하겠습니까? 우리가 먼저 화해와 평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세상이 지닌 암흑을 걷어치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오늘 제1독서에서처럼 이 산 위에서 모든 겨레들에게 씌워진 너울과, 모든 민족들에게 덮인 덮개는 없어질것입니다. 자기 이익만 추구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나와 전혀 다른 길로 가는 사람을 위해서도 마음을 쓰는 일은, 상대방의 닫힌 마음을 열어줍니다. 서로 죽이려고 애를 쓰면서 얻은 승리는 헛됩니다. 서로를 살리면서 함께 걸어가는 길을 열 때라야, 비로소 참된 승자가 된다는 것을 확인시켜줘야 하겠습니다. 불안한 정세를 오로지 정치와 외교 문제로만 치부하거나 멀찍이서 비방만 하지 말고, 그 나라에 지금 무엇이 절박하게 필요한지를 알려고 노력해 보십시오. 자연스럽게 실질적인 도움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도 바오로처럼 어떤 처지가 되었건,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도 군대가 등장합니다. 초대에 불응한 사람들에 대한 임금의 정의로운 징벌에 파견되는 것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군대는 그러한 곳입니다. 각국의 국방력 과시로 상대국에 대한 위협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억울하게 죽어갈 수 있는 무죄한 사람들을, 극단적인 폭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평화와 방어의 수단입니다. 수단이 목적으로 쓰이게 되면, 희생이 강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파괴되고, 진실은 사라지며, 권력에 의해 이용당하면서 가장 쓸모없는 조직으로 전락할 뿐입니다. 사제와 수도자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소명의 삶이라면, 군복무 역시 고귀한 소명의 한 가지입니다. 우리 장병들이 군대에 마지못해 끌려와, 시간만 보내는 인생의 낭비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신자 여러분의 기도와 응원을 보태 주십시오. 군생활 안에서 인생의 참된 가치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국군장병들 역시, 멋지게 예복을 갖춰 입은 하느님 잔칫상의 일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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