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에게 주님의 평화와 평안을 기원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어제 떠오른 것과 같은 해가 떠올랐지만, 우리는 새로운 한 해에 대한 희망으로 이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였습니다. 어제까지 우리를 괴롭히던 문제들은 2016년이라는 캐비닛으로 들어가 정리가 되는 것 같지만, 아직도 해결하고 채워넣어야 할 또 다른 빈 케비넷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야 할 일들이 2017년이란 이름으로 또 다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2017년의 첫날이면서, 성탄 팔일 축제를 마무리하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제50차 ‘세계 평화의 날’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탄생과 생애는 금수저 인생이 아니었습니다. 배경 좋은 부모가 모든 것을 다 갖추어주는 집안도 아니었습니다. 그 분이 태어난 곳은 마굿간의 구유였고, 친지들의 따뜻한 축복이 아니라, 알지 못하는 목동들이 그 탄생을 알아채고 방문하는 것으로 새 생명의 탄생이 드러납니다.

성모님의 생애를 보면, 여왕이나, 황후의 모습이기 보다, 우리가 쉽게 부를 수 있는 어머니, 엄마, 엄니, 어무이… 이런 모습의 어머니였습니다. 고요와 침묵과 인내 속에서 자신을 통해 하느님의 계획이 이루어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으신 분,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협력하신 분, 이해할 수 없는 일조차 신앙 안에서 믿으신 분입니다.

구세주 탄생의 소식을 동네 방네 소리치며 다닐 수도 없이, 죽음의 칼날을 위해 먼 길을 피난해야 했던 분. 아들에게 금수저를 물려 줄 수 있는 그런 어머니가 아니라, 이해 못할 하느님의 일과 당신 아들의 일을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곰곰히 되새기신 분입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 이 복음 말씀을 들으며 성모님의 모성을 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분이 어떤 어머니인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하고 겸손하신 성모님.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단순하고 겸손한 성모님의 모습을 통해 당신의 구원 계획이 현실화 될 수 있게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이 일하시는 방식이 이러한 단순함과 겸손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팔자 기구한 이러한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하느님의 거룩한 어머니’라는 칭호가 주어집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의 신비가 그 어머니를 영광스럽게 하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성모님의 칭호 ‘하느님의 성모’라는 호칭에서 우리는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고, 신성과 인성이 만나고, 거룩함과 일상이 만나고, 특별함과 평범함이 만나는 신비를 경축합니다.

평화를 주시는 분, 평화의 왕이신 예수님께서 태어나셨지만, 그 순간 마저 세상은 평화롭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인간과 함께 하시려고 탄생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참된 평화를 염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50차 세계평화의 날로, 1968년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첫번째 평화의날 메시지를 반포하고 매년 이 날을 기해 메시지를 발표한지 50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평화를 위한 정치적 방식인 비폭력’에 대한 주제로 올해 평화의 메시지를 발표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전임 교황님(베네딕도 16세)의 메시지를 언급하시며, ‘세상에 너무 많은 폭력과 너무 많은 불의가 있는데, 이러한 상황은 더 많은 사랑과 더 많은 선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으며, 이 더 많은 것은 하느님으로 부터 온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써 비폭력에 호소하는 것은 악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선으로 악에 응답하여 불의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메시지 참조).

지난 연말 우리는 비폭력에 대하여 온 국민이 체험할 수 있었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비폭력의 정신은 우리 마음 안에 깊이 뿌리내려 비복음의 상황을 그리스도의 복음의 힘으로 밝힐 수 있어야 하고, 가정이나 공동체 역시 이 비폭력의 정신 안에서 사랑과 평화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의 대축일에 우리에게 주어지는 새로움이 나와 공동체를 감싸며 새로운 나, 새로운 공동체로 탄생할 수 있도록 기도 청하도록 합니다. 하느님의 성모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