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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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예수 성탄 대축일 밤미사(가해, 2016.12.24)-박 블라시오 아빠스 17-01-10 09:52: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078   


여러분들은 교황님이 선출되는 날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교황님 선출은 언제나 가슴 졸이는 순간이고, 온 가톨릭 교회뿐 아니라 온 세계가 숨죽여 그 결과를 기다립니다. 교황님이 새로 선출되면 시스티나 경당에 특별히 설치한 굴뚝으로 흰 연기를 피워 새 교황님이 탄생하신 것을 먼저 알리고, 잠시 후에 로마 성 베드로 대성전 정면의 발코니에 추기경님 한 분이 나오셔서 새 교황님의 선출 소식과 새 교황님의 이름을 알려줍니다. 이 장면들은 새로운 시대가 열림을 알리는 극적인 순간이기도 합니다. 

자료를 찾다보니, 1417년 교황 선출 때 부터 줄곧 같은 발표 양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추기경님은 항상 똑 같이 새 교황님의 선출을 발표합니다. 제가 한번 해 볼까요!  “Annuntio vobis gaudium magnum: (여러분들에게 큰 기쁨을 알려드립니다.) Habemus papam (새 교황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사람이나 텔레비전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그리고 이어서 새 교황님의 성함과 그 분이 선택한 교황명을 발표합니다. 제가 왜 이 밤에 이런 말씀을 드리냐 하면, 이 발표문은 우리가 방금 전에 들은 복음에서 따온 문장들입니다. 

들판에서 밤을 지새우며 양떼를 돌보던 목자들에게 주님의 천사가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을 비춥니다. 그때 천사가 목자들에게 한 말이 교황님의 선출 발표문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천사가 말합니다. ‘큰 기쁨이 될 소식을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evangelízo vobis gáudium magnum 오늘 구세주께서 여러분들에게 탄생하셨습니다. 이 분이 주 그리스도이십니다’ natus est vobis hodie Salvator, qui est Christus Dominus

어떻게 그 분을 알아보느냐 하면,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구세주를 알아보는 표징이라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 천사 곁에 수 많은 하늘의 군대들이 나타나서 찬미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우리가 대림시기 동안에는 부르지 않고, 이제 부터 힘차게 다시 부르는 대영광송입니다. 이 밤은 고요하고 거룩한 밤이지만, 구세주의 탄생에 대해 환호하고 기뻐 소리치는 밤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교황님의 탄생에 비할 수도 없는, 구세주께서 이 세상에 마침내 탄생하셨음을 기뻐하는 밤입니다. 

우리 그리스도교를 계시 종교라고 합니다. 계시라는 말은 감추어져 있던 것이 자기를 드러내는 것, 자기를 열어 밝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원적으로 베일 혹은 장막 속에 감추어져 있던 것들이 장막이 젖혀지며 드러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 이 밤 하느님의 신비 속에 감추어져 있던 구원 계획이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 이 세상에 태어나심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계획이 극적으로 드러난 날입니다. 비록 그 분이 가장 약한 아기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 세상은 새로운 희망을 노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세주께서 우리 가운데 태어나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독서의 기도에서 들은 레오 대교황의 강론은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기뻐해야 할 똑같은 중대한 이유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레오 대교황은 5세기 중엽을 사신 분입니다. 

‘우리를 위하여 오늘 구세주 탄생하셨음을 기뻐합시다. 생명자체이신 분이 탄생하신 오늘 슬퍼하는 것은 당치 않은 일입니다. 누구든지 기쁨을 함께 하기를 거절한다면 옳지 않은 일입니다. 모든 사람은 다같이 기뻐해야 할 똑같은 중대한 이유를 갖고 있습니다. 당신이 만일 성인(거룩한 사람)이라면 당신의 월계관에 보다 가까이 가고 있음을 기뻐하십시요. 당신이 만일 죄인이라도 구세주께서 당신을 용서하심을 기뻐하십시오. 당신이 만일 믿지 않은 이교도라도 기뻐하십시오. 하느님이 당신을 생명에로 부르시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기쁨은 구세주께서 탄생하셨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기쁨의 이유들입니다. 오늘 우리가 1독서 이사야서에서 들은 것 처럼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당신께서는 즐거움을 많게 하시고, 기쁨을 크게 하십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미사에 오시면서 어둠을 통과해 오셨습니다. 밤과 같은 어두움 뿐만 아니라, 나에게 드리워진 어두움의 장막, 우리나라를 감싸고 있는 어두움의 세력과 그 베일을 통과해 여기에 오셨습니다. 빛이 비치는 곳에는 어두움이 즉시 사라져 버립니다. 아무리 두터운, 아무리 짙은 어두움이라도 작은 불빛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 둘레에 어두움은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감춰진 것들은 그 베일이 조금이라도 열리는 날이면 그 틈을 헤집고 들어오는 빛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악의 세력들은 너무나 견고하고, 어떻게 해도 드러나지 않고, 수많은 이들이 단단히 야합하여 나쁜 일들을 숨어서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빛으로써 이것을 드러내려는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 역시 수없이 많습니다. 선의를 가진 사람이 주위에 잘 드러나 보이지 않고, 마치 바람불면 꺼지는 촛불처럼 약한 것 처럼 보이지만 결국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라는 이 말은 빛을 받아들이고, 빛을 증언하고, 빛을 반사하여, 결국 어둠을 이기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평화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 큰 성당에 작은 촛불이 하나라도 켜져 있다면 우리는 어둠속을 헤매지 않습니다. 우리 삶에 아무리 작은 촛불이라도 켤 수 있다면 우리는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신 구세주 역시 약한 바람에도 꺼질 수 있는 작은 촛불과 같은 분이지만, 세상은 이제 그 빛을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수도자들이 매일 아침 바치는 즈가리야의 노래 처럼 ‘떠오르는 태양이 높은 데서 우리를 찾아오게 하시고, 어둠과 죽음의 그늘 밑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시며 우리의 발을 평화의 길로 인도하시리라’. 그 기다림이 이제 우리 가운데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가 이 밤에 환호하고 기뻐해야 할 이유입니다. 

(( 오르간 수사님과 성가하시는 수사님들께 긴급 제안이 있습니다. 오늘 영성체 성가를 할 때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고 나서, 내일 낮미사 영성체 때 부를 ‘경사롭다 고요한 오늘 밤에 아기 예수 탄생하시도다’ 이 노래를 미리 부르면 좋겠습니다. 이 밤에 목이 터져라 구세주 탄생을 노래하도록 합시다!) 

"여러분에게 큰 기쁨을 알려드립니다. 오늘 구세주께 우리들 가운데 탄생하셨습니다.”  다함께 기뻐합시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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