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성모승천 대축일

(루카 1,39-56)

오늘은 성모승천 대축일 입니다. 성모승천 대축일은 성모 마리아가 죽는 순간에 영혼과 육체가 함께 하늘나라로 불려갔음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성모님을 통하여 받은 많은 은혜를 하느님께 감사하는 날입니다.

성모승천이 믿을 교리로 공포된 것은 1950년 11월 1일, 모든 성인의 축일에 비오 12세의 회칙 “가장 풍부하신 하느님”에서 입니다. 그러나 신자들은 이미 초 세기부터 마리아의 영혼과 함께 육체의 승천을 믿어왔습니다. 민심이 천심이라 했지요? 거의 모든 신자가 믿어왔던 것을 늦게야 믿을 교리로 선포하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외아들 성자 예수의 어머니로 점지하시면서부터 원죄로부터 해방시켜주셨습니다. 원죄에 물든다함은 죄의 그늘에 들어가는 것으로 악의 세력 곧 마귀의 세력권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구세주인 자신의 어머니가 되실 마리아를 마귀의 세력권에 놓아둘 수는 없었습니다. 장차 마리아의 태중에서 마리아를 통해서 예수의 육체가 성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마리아가 그의 어머니 안나의 품에 잉태되시는 순간, 원죄로부터 자유롭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미 1854년 비오 9세 교황님은 교서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을 통해서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셨습니다. 사실 그 이전 1708년 교황 끌레멘스 11세께서 교서 ‘Commisi novis divinitus'로써 대축일로 공표하신 바 있으며, 9월 8일이 성모성탄이므로 9개월 전 12월 8일을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대축일로 정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육체가 땅에 묻혀 썩어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성모님은 죽는 순간에 영혼과 함께 육체도 하늘나라 예수님 곁에 올라가셨습니다. 어쩌면 육체적으로 죽을 필요도 없었겠지만, 아들 예수님도 죽음을 경험하셨으니 마리아도 죽음을 피하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육체가 땅에 묻혀 썩지는 않도록 바로 하늘나라에 불려 올라가신 것입니다.

원죄 없으신 성모님은 원죄뿐 아니라 본죄로부터도 해방되셨습니다. 마리아가 마귀의 유혹은 받으셨지만 항상 이기셨습니다. 마치 예수님이 유혹을 받으셨지만, 항상 그 유혹을 물리침으로 죄 외에는 우리와 꼭 같은 인성을 지니셨듯이, 마리아도 그 인성이 죄에 물들지 않고 사실 수 있었습니다. 이 또한 하느님께서 아들 구세주의 어머니 마리아께 배려하신 특별한 은총이라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어머니로 불림 받은 마리아는 언제나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사셨습니다. 인간적으로 일반 다른 여인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마리아도 마귀의 유혹도 받고, 때로는 고민도하고, 슬픔도 아픔도 겪으며 사셨습니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점은 항상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사셨다는 것입니다.

- 물론 가브리엘 천사의 잉태 소식에도 돌로 쳐 죽임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처녀의 몸으로 주님의 여종임을 아뢰며 순종하셨을 뿐 아니라

-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예수님을 낳으심도, 그리고 급히 이집트로 피난길에 올라 3년간 고난의 피난생활도

- 그 후 30여년 나자렛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내 생활도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 목수란 직업은 오늘날의 잡부에 해당되는 직업이었습니다. 가난한 이웃들의 의자나 선반도 고쳐주고 문짝도 손봐주지만 때로는 흙일도 마다하지 않는 직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씩 받는 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습니다.

- 그리고 요셉이 죽고 예수는 집을 나갔습니다. 그러니 마리아는 참으로 외로운 과부의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한 번은 아들에 대한 이상한 소문도 들리고 궁금도 해서 아들을 찾아 갔다가 무안만 당하고 와야 했습니다. ‘누가 내 형제 자매이며 어머니인가?’하는 것이 예수의 답변이었습니다.

- 이제 아들의 십자가의 길에서 만남과 운명의 순간에 십자가 아래에서 겪은 아픔을 모든 어머니들이 다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기 교회의 박해와 분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배반을 경험했습니다.

이 모든 일에 있어 마리아는 항상 하느님의 뜻에 신뢰하고 순종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니 죽는 순간에 영혼과 육체가 함께 하늘나라에 불려 올라갈 만 했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어머니로 불림 받아 그 부르심에 충실히 응답하며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사셨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나자렛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늘나라에서도 예수님과 함께 계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큰 희망과 위안이 생겼습니다. 우리는 가나의 혼인잔치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혼인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혼인잔치의 혼주는 큰일 났습니다. 망신당할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침 그 때 그 자리에 성모님과 예수님이 함께 계셨습니다. 예수님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하시면서도 성모님의 청을 들어주셔서, 혼주는 위기를 넘길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서도 예수님과 성모님이 함께 계시기에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에는 언제라도 성모님께 청하면 해결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희망과 위안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우리 대한민국이 강제 합방된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기념일입니다. 이미 조선교구가 설립될 때 조선 교구를 원죄 없으신 성모님께 봉헌했습니다. 그리고 이 해방 기념일이 바로 성모승천 대축일이기에 우리는 더욱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성모님의 축일을 기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오늘을 경축하며 기뻐한다면 하늘나라의 예수님과 성모님도 참 흐뭇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성모님의 승천 축일을 마음껏 기뻐하며 하느님 아버지의 더욱 풍성한 은총을 간구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