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연중 제18주일

(요한 6,24-35)

오늘 복음의 주제는 “생명의 빵”입니다. 이 빵은 본래 예수님 자신, 육화된 하느님의 말씀을 의미하며 우리가 흔히 먹는 빵과는 같지 않습니다. 유대인들이 말하는 만나, 제자들이 말하는 빵,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생명의 빵, 모두 빵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그 빵이 의미하는 것은 다 다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먹는 빵은 우리가 살고 생활할 수 있는 영양분을 제공하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빵은 우리의 영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며 그 효과는 영원합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말씀하시는 빵의 영적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던 제자들을 자주 꾸짖으시곤 했습니다. 특히, 마르코 복음 8장 (14절에서 21절)에서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하고 분부하셨을 때에도, 제자들은 단순히 예수님께서 그들이 가진 빵이 배 안에는 한 개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시는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서로 자기들에게 빵이 없다고 서로 수군거립니다. 지난주 복음에서 들은 것처럼, 이들은 예수님께서 직접 오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직접 본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제자들은 그 기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제자들의 이런 태도를 보면서 약간은 우쭐대는 성향을 드러내곤 합니다. “나라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 “만일 나였으면 예수님의 기적을 제대로 이해했을 거야.” 그러나 이런 생각은 우리의 교만에서 오는 것입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서도 많은 실수를 저지릅니다. 하물며 우리 시야를 넘어서는 어떤 것을 제대로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신앙인이 되는 것은 쉽지만, 항구히 그 믿음을 살아가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찾아다니던 군중에게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고 예수님께서 생활비를 벌기 위한, 생계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나무라시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우리가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필수적인 것입니다. 단지 우리의 이러한 노력이 우리 인생의 더 높은 목표인 영원한 삶, 영원한 행복 등의 가치와 비교될 수 없음을 지적하실 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양식, 만나,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진정으로 의도하시는 바는 궁극적으로는 - 다음 주 복음에서 듣게 될 - 당신의 살과 피에 관한 것이지만, 그러나 오늘은 “당신을 믿는 것”에 대해서만, “당신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만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빵 혹은 만나는 예수님을 통해서 이 세상에 계시된 하느님의 말씀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구약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음식으로 이해한 대목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사야서 55장을 보면, 하느님께서 믿는 이들이 양식도 못 되는 것에 돈을 낭비하는 것을 한탄하면서, 그들이 “돈 없이 술과 젖을 사서 먹고 즐기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여기서 “술과 젖”은 바로 하느님의 말씀을 의미합니다. 이사야서 55장 전체가 하느님의 말씀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음식으로 이해한 또 다른 예는 지혜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지혜서에서는 “광야에서의 만나”를 “당신을 믿는 이들을 돌보는 당신의 말씀”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16, 26)

오늘 제 1독서인 탈출기의 말씀은, 어떻게 하느님께서 광야에서 고생하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를 내려주셨는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만나를 우선은 배고픔에 다른 생각을 못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굶주림을 해결해주는 양식으로 다루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오늘 제1독서로 탈출기의 말씀을 정한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것 - 썩어 없어질 양식 - 만 바라보지 말고, 그것이 가리키는 더 큰 것 -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 - 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만나나 빵 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누구로부터 왜 왔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느님께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당신 백성의 실질적인 배고픔을 채워주시는 것으로 당신의 관심과 사랑을 드러내십니다. 그 다음에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들이 또 다른 차원의 배고픔, 즉 당신 말씀에 대한 배고픔을 느끼고 그것을 여러 표징들 속에서 깨닫고 알기를 원하십니다. 신약시대를 거쳐서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이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육체적인 배고픔을 채워준 만나가, 이제는, 예수님을 통해서, 당신을 믿는 이들에게 나누어 주시는 “하느님의 빵”, “생명의 빵”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수님은 당신의 살과 피로써 우리를 살리고 계십니다.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오늘 복음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곧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다.”라는 말씀도 전해줍니다. 이것은 개개인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누구나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람의 가치를 능력으로만 평가하는 현대에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늙고 병들었다고 해서 괄시해서도 안 되며, 누군가가 일도 안하고 빈둥거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모두 하느님 앞에서는 특별한 존재들입니다. 어떠한 사람일지라도, 어떠한 처지에서라도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으로서 서로 존중해주면서 함께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