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연중 30주일

(마태 22,34-40)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대한 올바른 이해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36절). 한 율법학자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하나로 묶어 대답하십니다. 이 복음 말씀을 사부 성 베네딕도는 규칙서 제4장 ‘착한 일의 도구들’ 중 첫 번째에 놓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첫째로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하느님을 사랑하라. 그 다음으로 이웃을 자기와 같이 사랑하라.”(RB 4,1).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이 두 사랑은 마치 한 나무에서 가지와 뿌리를 따로 떼어놓을 수 없듯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한 사랑의 두 측면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면 이웃을 사랑하게 되고, 이웃을 사랑하면 할수록 하느님께 대한 사랑 또한 깊어집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마음과 목숨과 정신”(37절)을 다하여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적당히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다 바쳐 사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말이나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요 실천이기 때문입니다(루카 6,46 참조).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하느님을 내 마음의 첫 자리에 모시고 있습니까? 하느님께 “매순간 저를 다 바쳐 당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조건 없는 사랑은 변함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말씀과 행동을 통해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분명하게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고 마음에 드는 아들로 여기시는 자비로우신 아버지이심을 확신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런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부성적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신비가가 제자들에게 “하느님을 대하는 인간의 올바른 태도는 무엇이냐?” 하고 물었습니다. 제자들이 대답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하는 일입니다.” 스승은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올바르지 않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심을 분명히 믿는 것’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올바른 태도다.”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를 조건 없이 사랑하신다는 사실에 대해 경외심을 가져야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으면 삶의 많은 부분이 변화됩니다. 하느님의 현존 안에 사는 행복을 체험하게 됩니다. 어린 아이가 아빠와 말하듯 하느님과 대화하게 됩니다.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으로부터의 해방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를 자신으로부터(from) 해방시켜 줍니다. 자신으로부터 해방된 사람은 사랑할 힘을 얻게 됩니다. 이제 하느님께 사랑받는 우리는 자신의 처지에서(to) 사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느님의 사랑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된 우리는 자신이 체험한 하느님 사랑으로 이웃을 깊이 사랑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면서 비로소 사랑을 시작하게 된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신앙이 깊을수록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게 됩니다. 나아가 이웃을 사랑하는 일도 가능해집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은 자신만 생각하기에 삶의 근심에 짓눌리게 됩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고통의 순간에도 고통을 겪는 사람들과 연대하여 그들의 고통도 짊어질 수 있습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내 형제자매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내 이웃이 나와 이해관계를 다투는 원수 같은 사람일지라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사랑은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코린 13,7). 하느님 사랑으로 자신으로부터 해방된 사람은 이런 사랑에 이르게 되고, 이런 사랑으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가득 느끼십시오. 그러면 자신을 사랑할 힘을 얻게 되고, 이웃을 하느님 사랑으로 깊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존재한다(Amor, ergo sum). 이것이 바로 우리의 존재 근거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for) 살아갑니까? 바로 그것은 하느님의 행위인 사랑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