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요한 3,13-17)

 어느 일이나 마찬가지일테지만 특별히 예술을 하는 이들에게는 슬럼프라는 것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이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예술이 더 깊어지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결정되고는 합니다. 특별히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슬럼프가 찾아오면 이 말을 들려준다고 합니다. “바흐로 돌아가라!” 이 말은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만큼 기본기라는 것은 우리가 만나게 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됨을 의미합니다. 이는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해 나가는 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어려움은 자신의 내적인 어려움일수도 있고 외적인 요인에 의한 어려움일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우리가 신앙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어려움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십자가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음악가들의 기본이 바흐라면 우리 그리스도인의 기본, 그 핵심은 바로 십자가이기 때 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그 답을 들려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니코데모에게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올렸던 것처럼 그렇게 인자도 들어올려져야 합니다. 그것은 믿는 이마다 모두 인자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입니다.” 믿는 모든 이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 당신 스스로 내려오신 분께서는 들어올려지셨습다. 여기서 들어올려지셨다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는 들어올려져 죽임을 당하셨음을 말하고 둘째는 들어올려짐으로 인해 영광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의 이 들어올려짐은 십자가형을 통해 당신 자신이 들어올려져 죽임을 당하셨음을 의미하며, 이 죽음은 십자가의 어리석음이 아닌 영광의 죽음, 즉, 들어올려짐으로 인해 영광을 받는 것입니다. 이러한 들어올려짐은 당신이 부활하신 뒤 하느님 오른편에 앉기 위해 하늘로 들어올려짐으로서 그 절정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믿는 이들을 위해 들어올려지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십니다. 당신을 믿는 모든 이가 당신처럼 하늘 나라로 들어올려지길 바라면서 그렇게 십자가 위에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들어올려지신 십자가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기본이며 본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구원을 위한 희생인 동시에 그분의 사랑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사랑하시어 당신 외아들을 우리에게 주셨고 그를 믿는 이는 모두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이는 우리가 믿는 복음의 핵심이며, 이 핵심의 표징이 바로 십자가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앙생활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만나게 될 때, 이 십자가를 향해 우리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려야 하는 것입니다. 사실 십자가는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지 않을 뿐입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기 위해 광야에서 구리뱀을 들어올렸을 때 이스라엘 사람들은 눈을 들어 그 구리뱀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뱀을 본 이들은 모두 낫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십자가를 바라보기 위해 우리의 눈을 들어올리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믿는 모든 이를 위해 당신 자신을 들어올리신 것처럼 우리 역시 우리의 눈을 그 십자가를 향해 들어올려 그 십자가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십자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결국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이 세상을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신지를 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분이 누구신지 알며 그분의 자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분이 하신 그 일을 우리역시 몸소 실천하고 따를 때에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몸소 십자가에 달리시어 들어올려지셨으며 그 죽음을 통해 당신 자신의 영광을 들어내셨고, 그 영광스러운 들어올림은 그분의 부활과 하늘 나라로 들어올려지심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역시 십자가를 향해 우리의 눈을 들어올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의 두 팔을 들어올려야 합니다. 그렇게우리가 우리 자신을 십자가를 향해 들어올린다면 우리는 이 세상을 떠나 그분께로 가는 날 하늘 나라로 들어올려질 것입니다.

 “보라, 십자나무 세상 구원이 달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