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5주일

김에바리스토 수사신부

1독서:　사도행전 6장 1-7절 (일곱 봉사자를 뽑다)

2독서:　1베드로 2장 4-9절 (교회의 기초와 사명)

요한 14장 1-12절 (아버지께 가는 길)

▶오늘 제1독서인 사도행전 6장에 나오는 히브리계 사람들은 이스라엘 토박이 그리스도인들로서, 열 두 사도가 그들의 지도자들이었습니다. 이와는 달리 그리스계 사람들은 해외로 이민 갔다가 되돌아와 예루살렘에 정착한 유다인 그리스도인들로서, 이른바 일곱 봉사자가 그 지도자들이었습니다.

두 부류의 교우들 간에는 여러 가지 알력이 있었는데, “그리스계 과부들이 매일 배급을 받을 때에 홀대를 받았기 때문”(사도행전 6장 1절)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예루살렘 교회가 “히브리계 공동체”와 “그리스계 공동체”로 양분된 결과, 그리스계 과부들에 대한 푸대접에 대한 불평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예루살렘의 그리스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은 성전참배와 율법준수에 충실하지 않은 까닭에 유다인들로부터 박해를 받았을 것입니다.

사도행전과 사도 바오로의 서간들을 통해서 볼 때, 그리스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은 예루살렘에서 박해로 흩어진 것을 계기로 지중해 여러 지역에서 먼저 유다인들에게, 나중에는 이방인들에게까지 전도했습니다. 마침내 그리스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은 예루살렘 사도회의에서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유다교 율법을 강조하지 않게 함으로써 그리스도교를 독립 종단으로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우리의 사부 성베네딕도는 수도승 공동체가 더불어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도승들은 형제애로 서로 깊이 아끼고 서로 존경하기를 먼저 하고(로마서 12장 10절), 육체나 품행상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고 견디며, 서로 다투어 순종하고, 아무도 자기에게 이롭다고 생각되는 것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남에게 이롭다고 생각되는 것을 따라야 한다”(▛수도규칙▟ 제72장 4-7절)고 “좋은 열정”에서 말했습니다.

▶오늘 복음인 요한복음 14장 1-12절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이별을 예고하며 자신의 원의를 당부하는 내용으로 이른바 예수님의 “고별담화”(요한복음 13장 31절-14장 31절)의 머리말입니다. 유다가 떠난 상황에서의 일로 보도되며(13장 30-31절), 유다의 배신으로 이루어진 예수님 체포 장면(요한복음 18장 1-11절)에 직결됩니다.

▶토마스가 예수님께 말합니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요한복음 14장 5절).

토마스의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은 ‘예수님의 자기계시’입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복음 14장 6절)에서 강조점은 “나는 길입니다”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를 계시하시기 때문에(요한복음 1장 18절; 12장 45절) ‘길’이십니다. “진리요 생명입니다”란 말은 ‘길’의 의미를 더욱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생명으로 인도하는 진리를 계시하시고, 그 진리를 믿음으로 받아들여 실천하는 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십니다(요한복음 4장 23-24절; 17장 3절 참조). 이렇게 하심으로써 예수님은 당신을 믿는 사람 모두를 아버지께로 인도하시는 ‘길’이심을 분명히 하십니다.

▶오늘 제2독서인 1베드로 2장에 의하면, 그리스도께서는 ‘살아 있는 돌’(4절)이시고, 그분을 따르는 사람은 ‘산 돌’, 즉 ‘그리스도의 생명을 물려받은 사람’입니다. 사도 베드로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하느님 마음에 드는 영적 제물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바치는 거룩한 사제단이 되십시오”(5절)라고 권고합니다. 이는 그리스도인들이 실제로 제사 예식을 드린다는 뜻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 선포의 핵심 내용인 ‘이웃 사랑과 자비심’을 실천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 사회의 추악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가만히 있어라”는 선장과 구조책임자들이 마땅히 지녀야 할 ‘이웃사랑과 자비심’을 믿고 가만히 기다리다 죽어간 단원고 학생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너무 아깝고, 분하고, 원통하고, 아직도 실감이 안 납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저는 제가 맡고 있는 중학교 학생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294명의 학생들의 상담카드를 살펴볼 때는 많은 기도를 바칩니다. 어린 학생들이 벌써부터 사연들이 굽이굽이라는 데 놀랍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편부, 편모, 조부모 가정, 특수학생수가 10%나 됩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다들 아픔을 가슴에 고이 간직하고 얼마나 씩씩하게 자라는지 보는 저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합니다. “이들과 함께 내가 세월호를 탔다가 침몰했다면 아이들에게 무어라 말했을까?”를 생각해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애타게 챙겨주며 질서를 지킨 단원의 학생들, 그들을 보호하며 목숨을 던진 선생님들, 선박직이 아닌 헌신적 승무원들, 그리고 책임을 통감하고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는 유서를 남기고 떠난 강민규 교감 선생님, 우리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 민족의 도덕성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합니다. 민족 구원의 빛줄기는 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은 살아 있습니다.▟(한겨레 신문에 특별기고로 실린 김용옥 교수님의 글에서). ❉세월호 참사 33일째(4/16(수)~ )총탑승자: 476명 // 생존자: 172명 // 희생자: 304명.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한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윤리적,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바랍니다”고 하셨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304명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며 우리 사회가 무엇보다도 사람과 생명가치를 중시하는 공동체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습니다. 살아남은 우리들은 그들이 그토록 살고 싶었던 ‘이웃사랑과 자비의 삶’을 보다 충실하게 살아가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