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7주일

(마태 5, 38-48)

오늘 복음은 이렇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보복하지 말고 폭력을 포기하라.

2. 원수도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3. 아버지 완전하신 것같이 여러분도 완전해야 한다.

보복은 보복을 낳습니다. 서로 계속되는 보복은 결코 평화를 가져오지 못합니다. 보복은 로미오와 줄리엣 가문같이 후손에까지 대대로 이어지고 젊은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마저도 결국 비극으로 끝나게 합니다. 예수님은 ‘누가 오른편 뺨을 때리거든 그에게 다른 편 뺨을 돌려대시오’ 하시며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복수하듯이 이런 폭력적인 보복을 포기하라고 하십니다. 언제라도 폭력행사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때로는 보복하고 싶은 마음은 저주를 낳습니다. 자기 힘으로 보복할 수 없을 때, 초능력의 힘을 빌려서라도 대신 보복해 주기를 바랍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맞아라!’ 그래서 불의하게 죽음을 맞이하거나 크게 다치기를 바라고, 상대방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기게 됩니다. 예수님은 ‘원수도 사랑하고 자기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나는 이 말씀을 들으면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옛날에 군종신부로 군대를 갔더니 부대의 막사 외벽에 큰 붉은 글씨로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 이렇게 쓰여 있어서 섬뜩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의 오늘 이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김일성을 사랑한다면 이적 행위가 될지 모르지만, 김일성의 회심을 위해서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구호를 볼 때마다 자주 화살기도를 바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도를 하느님이 바로 들어주신 듯 했습니다. 7.4 공동성명이 발표되었습니다. 1972년 7월 4일입니다. 그 당시 느낌으로는 통일도 멀지 않았다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통일은 물거품이 되고 그 후 관계가 많이 악화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 영향인지 지난해 장성택이 총살당했다는 뉴스를 접하고도 바로 죽은 장성택과 김정은을 위하여 하느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죽은 장성택의 영혼과 죽인 김정은의 회심을 위하여 기도했습니다.

우리가 사회적으로도 강력범죄자 얘기를 들으면 탄식하고 비난하고 단죄하기는 잘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하는지 반성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라면 우리의 기도 대상은 모든 사람일 것입니다. 나를 욕하고 다니는 사람도, 모이면 내 흉을 보는 사람들도, 내 돈 떼어 먹은 사람도, 나를 음해하고 내게 대해 나쁜 말을 만들어 낸 사람도 다 내 기도의 대상입니다. 우리가 미사 중에 평화의 축복인사를 나누는 대상은 그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없더라도 나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모든 사람도 함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원수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으로부터 죽이고 싶도록 밉고 보기도 만나기도 싫은 사람과 다정하게 인사한다는 것은 또한 죽도록 싫은 일입니다. 이중인격자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자존심도 상하고 속으로부터 울컥 분노가 치올라오지만, 예수님의 이 말씀을 생각하면서 한번쯤 시도해보면, 상대방에서는 승리의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싹 외면해버립니다. 그때는 ‘내가 다시는 너와의 화해를 시도하나 봐라! 나도 네가 굽히고 들어 올 때까지 두고 보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리고 내가 먼저 다정하게 다가 간 것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예수님 시킨 대로 살면 세상에서는 바보가 되고 낙오자가 되기 꼭 알맞아 보입니다. 그래도 신앙인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신뢰로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살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도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정말 바보로 살았습니다. 30대의 건장한 청년이 결혼도 안하고 그가 원하기만 하면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릴 수도 있었고, 왕이 되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십자가형을 받고 죄인으로 아버지의 뜻을 따라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 얼마나 바보 같은 처신입니까?

우리가 예수님을 따라 살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자녀는 아버지를 당연히 닮아야 합니다. 성경은 우리를 ‘하느님 완전하심과 같이 완전한 자 되라’고 하셨습니다. 그 하느님은 곧 예수님 자신입니다. 예수님은 필립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보는 것이 곧 아버지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느님을 닮으려면 예수님을 따라하면 됩니다. 예수님을 따라 살면 아버지 완전하심같이 완전한 자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게 살고자 노력할 따름일 것입니다.

한데, 예수님도 대제관 앞에서 말버릇이 좋지 않다고 따귀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도 다른 편 뺨을 내 놓지 않고 왜 때리는지 따졌습니다. 그러니까 무조건 맞기만 하지 않고 따질 것은 따질 것은 따졌습니다. 무조건 바보가 되라는 것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따질 줄 아는 사람은 바보가 아닙니다. 단지 세상 사람들의 눈에 바보처럼 보일 뿐입니다.

아버지 완전하심과 같이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은 모든 사람을 대할 때, 나에게 어떻게 했는지 따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사랑으로 대하고 그를 위하여 기도하는 마음이라면 하느님을 닮은 사람이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표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폭력이나 보복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있을 따름입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평화와 기쁨이 있고 거기에 하느님의 나라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이룩해야 하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하느님을 닮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폭력 없는 평화 중에 항상 기쁨을 누리며, 이미 이 세상에서부터 하느님 나라를 사는 세상을 그려보며, 주님께서 꼭 이루어주시리라 믿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이를 위해 애써 노력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