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1일/ 예수 부활 대축일 /

알렐루야!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金鐘弼 폴리카르포 수사신부

<열면서>

“알렐루야!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부활 축하합니다!”

청빈하고 겸손한 목자,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Jorge Mario Bergoglio)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와 함께 하는 때에 맞은 부활대축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로 선택한 즉위식 미사 강론을 통해 그리스도인 뿐만 아니라 모든 보편 인류의 소명은 ‘수호자’로서의 임무라고 했습니다. 모든 인간 존재는 하느님의 피조물, 곧 인간과 자연 모두를 보호해야 하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보편 인류의 진정한 수호자는 “보시니 좋더라”고 창조하신 하느님 아버지이십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하나이신 예수님은 온 인류의 수호자이십니다. 온 인류의 수호자인 예수님의 부활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입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나무에 매달아 죽였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사흘 만에 일으키시어 사람들에게 나타나게 하셨습니다.”(사도행전 10,39ㄴ-40) 예수님의 부활은 모든 그리스도인 삶의 가장 큰 기쁨이요 희망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따른 사랑의 순종으로 죽음과 악의 세력을 극복하셨기 때문입니다. 진정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파스카를 산다면 우리도 주님의 부활에 동참하게 될 것입니다. 부활신앙으로 매 순간순간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생활함으로써 주님께서 우리 각자 안에, 우리 공동체에, 우리 지구촌에 부활하여 현존하시게 했으면 합니다.

 제1독서인 사도행전(10,34ㄱ.37ㄴ-43)의 내용은 베드로가 코르넬리우스의 집에서 한 설교입니다. 복음사가 루카가 편집한 베드로의 설교에는 예수 사건이 잘 요약되어 있고 구세사 전체에 대한 루카의 신학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만민의 주님인 예수님의 구원행위를 선포하는 베드로의 설교에는 그리스도의 구원 앞에 지역이나 민족이나 인종적인 장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도행전의 저자인 복음사가 루카는 예수 사건이 요한의 세례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해합니다. 이 사건은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여 유다 전체를 거쳐 예루살렘에서 끝납니다(루카 23,5). 하지만, 예수 부활 사건은 예루살렘의 열린 돌무덤에서 시작하여 만민에게로 향하는 제자들의 선교활동을 태동시켰습니다.

 제2독서인 콜로새서(3,1-4)의 말씀은 초대교회 공동체의 신경(信經)이며 세례성사와 직결된 표현입니다. 믿는 사람의 일상생활을 일깨우며, 이 세상에 드러나게 될 새로운 삶의 변화를 촉구합니다. 즉, 초대교회 공동체의 훈계용어로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거기에는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십니다.”(1절)라고 깨우칩니다. 믿는 이들은 지금 바로 세상적인 것이나 인간적인 것, 즉 땅에 있는 것들을 내려놓고,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현존에 나아가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공동체의 삶은 이미 가시적이며 감각적인 이 세상의 차원을 뛰어넘은 삶입니다. 세례가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세례로 위선적이고 가시적인 이 세상 삶에 죽고, 주님과 더불어 죽음을 통해 부활하게 된 삶을 사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현양되신 주님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에 ‘지금 여기’라는 현실적 차원과 미래에 완성될 모습 사이에 긴장이 서립니다.

 오늘 복음인 요한복음(20,1-9)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의 빈 무덤을 발견하고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애제자愛弟子]에게 그 사실을 알림(1-2절)과 그 두 제자가 예수님의 빈 무덤을 확인한 내용(3-9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관복음(마르 16,1-8//)과 일치하는 점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의 빈 무덤에 대한 목격증인으로 언급된다는 것입니다.

‘무덤에 가서 보니’(1절),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5절),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6절), ‘그리고 보고 믿었다’(8절) 등과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3절) 또는 ‘사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9절) 등의 표현들이 마음을 건드립니다.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한다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빛이 필요합니다. “부활이요 생명”(요한 11,25)이신 주님께서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라고 하셨는데, 바로 부활 신앙의 빛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 중에 빈무덤사화의 전개과정에서 돋보이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눈으로 본 대상들이 점점 극적으로 고조되어 간다는 점입니다. 즉, 마리아 막달레나는 무덤 입구의 ‘돌’이 치워져 있는 것을 보았고, ‘애제자’는 무덤 안에 놓인 ‘아마포(염포)’를 보았으며, 베드로는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과 ‘아마포(염포)’를 보았다는 묘사입니다.

이런 표현은 저자의 의도가 담긴 문학적인 기교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베드로의 권위와 역할이 반영된 듯합니다. 여하튼 그들이 눈으로 본 대상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알리는 일종의 표징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새로운 천상적인 실존을 취했기 때문에 예수님의 시신(屍身)을 염습(殮襲)할 때 쌓던 ‘아마포(염포)’나 얼굴을 쌌던 ‘수건’을 남겨놓고 무덤을 떠나간 것입니다. 요한복음에 있는 소생한 라자로의 얼굴이 수건으로 감싸여 있었다는 묘사(11,44)와 비교할 때, 예수님은 소생한 것이 아니라 “생명”으로 부활하셨다는 표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8절)는 표현은 빈무덤사화의 절정입니다. ‘애제자’는 무덤 안에 들어가 정황을 보자 즉시 예수님의 부활을 믿게 되었다는 것입니다(8절). 무덤 안의 정황은 예수 부활의 표징이요 동시에 증언의 역할을 하게 된 셈입니다.

<부활신앙의 증인들>

부활대축일인 오늘 그리스도인인 우리의 부활 신앙이 이 시대에 어떤 표징이 될 수 있는지 되돌아보고 싶습니다. 너와 나의 관계에서, 공동체와의 관계에서, 세상과의 관계에서 닫혀 있는 돌무덤 같은 삶이 아니라 열어 향하는 부활 신앙의 증인다운 삶을 위해서 말입니다.

‘신앙의 해(2012. 10.11~2013. 11.24)’를 살면서 기억하고 싶은 착한목자들이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안젤로 주세페 론칼리 교황 요한 23세와 교황 바오로 6세입니다. 한 분은 은혜롭게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여셨고 다른 한 분은 잘 마무리 하셨습니다. 그리고 폴란드 출신의 카롤 보이티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교황 베네딕도 16세를 기억합니다. 한 분은 사도적인 지구촌 순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세상에 두루 펴셨고 다른 한 분은 그 소명을 충실하게 뒷받침했습니다. 그리고 교회를 이끄시는 성령의 신선한 선택으로 드러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교황 프란치스코를 생각합니다. 사실 이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마르 10,45) 주님을 본받아 사셨습니다. 이 분들은 인간의 보편적 구원을 주도하시는 하느님께서 교회에 내리신 극진한 사랑과 자비를 알아차리게 하는 부활 신앙에 투신했습니다.

교회사적으로 오래된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으나 늘 새롭게 일어나는 노르치아(루르시아)의 베네딕도(480~560?), 아씨시의 프란치스코(1182~1226), 로욜라의 이냐시오(1491~1556) 등등 부활 신앙의 고전이 된 증거자들로부터 20세기와 21세기의 부활 신앙의 증인들을 떠올려봅니다. 예컨대, ｢사랑의 선교회｣를 창설한 인도 콜카타(켈커타)의 마더 데레사(1910~1997), ｢떼제 공동체｣의 창설자 프랑스 떼제의 로제 수사(1915~2005), ｢포콜라레운동, 마리아 사업회｣의 창설자 이태리 트렌토의 끼아라 루빅(1920~2008), 그리고 한국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1922~2009) 등등. 동시대의 하늘 아래서 헌신적으로 투신한 부활 신앙의 여정에 영적으로 서로 통했던 분들입니다.

1970년 부활절에 떼제 공동체에서 있은 일화입니다. 30여 개국에서 온 2,500명이 넘는 젊은이들 앞에서, 한 젊은이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해 교회의 봄날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권력을 수단으로 삼지 않는 교회, 모든 이와 나눌 수 있는 곳, 모든 인류를 위한 가시적인 친교의 장을 말입니다. 그분은 우리가 화해의 길을 열도록 상상력과 용기를 넉넉히 주실 것입니다. 인간이 더 이상 인간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그때 로제 수사는 마이크를 건네받아 응답했습니다. “우리는 젊은이들의 공의회를 열 것입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74년 8월 30일에 ‘젊은이들의 공의회’가 공식 개회할 때까지 떼제의 영향력은 계속 커져갔습니다. 로제 수사는 젊은이들에게 떼제에서 경험한 평화와 화해를 자신들의 나라와 도시와 이웃에게 전파하도록 당부했습니다. 젊은이들의 공의회 개회 이후 떼제의 ‘믿음의 순례’란 아이디어는 발전하여 떼제 공동체의 수사들과 많은 젊은이들이 평화와 화해를 살고 전하고자 세계 곳곳으로 순회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부터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수사들은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성실하게 노력했습니다. 그 무렵에 떼제의 로제 수사와 콜카타의 마더 데레사는 가난과 질병과 처절한 절망의 틈바구니에서 함께 다음과 같은 기도문을 작성했습니다.

오, 하느님, 만물의 아버지시여

당신은 우리 모두에게 전파하라고 하십니다.

가난한 이들이 치욕당하는 곳에는 사랑을,

교회가 낮아지는 곳에 기쁨을,

그리고 사람들이 분열된 곳에

아버지와 아들이, 어머니와 딸이,

남편과 아내가,

믿는 자들과 믿을 수 없는 자들이,

그리스도인들과 그들의 사랑받지 못하는 동료 그리스도인들이

분열된 곳에

화해를.

예수 그리스도의 상처받은 몸인 당신의 교회가

지상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그리고

온 인류 가족 안에서 친교의 누룩이 되도록

당신은 우리에게 길을 열어주십니다.

<닫으면서>

새 생명의 봄 길로 맞은 부활대축일인 오늘 옛 사람의 표현으로 스스로를 추스릅니다. 새들의 고운 노래 소리나 골짜기의 생기로운 물소리를 귀머거리는 들을 수 없고, 피어나는 어여쁜 봄꽃들이나 아름다운 나무의 물결무늬를 눈먼 사람은 볼 수가 없습니다. 어디 육신에 귀먹은 사람이나 눈먼 사람만이 그렇겠습니까?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하면서도 부활 신앙으로 늘 새롭게 깨어나지 않는다면 영적으로 이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알렐루야! 부활 축하합니다! 알렐루야!////癸巳年 復活大祝日에 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