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오늘의 강론 > 대림 제3주일- 인 끌레멘스 신부

대림시기를 지내면서 우리는 세레자 요한을 먼저 생각합니다. 평일 미사 복음에서 많이 등장합니다. 낙타털옷을 입고 들꿀과 메뚜기를 먹으며 광야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자 주님이 오시는 길을 준비하기 위하여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회개하라고 외쳤습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당신은 누구요?” 이 질문은 예수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한테도 던지는 물음입니다. 우린 누구입니까?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습니까?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질문에 내가 답을 해야하는데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회피합니다. 아니 어쩌면 이 질문을 아예 하려고 하지 않으려 합니다. 생각하면 머리가 아픈 이 질문을 피하려고 취미 생활로 도망칩니다. 또는 사람들 틈 사이로 도망칩니다. 아니면 컴퓨터나 TV 드라마에 푹 빠집니다.

내 자신이 누구입니까? 우리는 흔히 외적인 것들로 나를 설명합니다. 그렇지만 내 이름이 나를 말해주지 않습니다. 내 학력이, 내 재산이, 내 직업이, 내 부모가, 내 자식이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나를 둘러싼 이런 외적인 것들은 내 자신이 누구인지를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나가면 외적인 것들은 변하고 또 나를 떠나갑니다. 그럼 참된 나를 어떤 것이 설명해줍니까?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도 밖이 아니라 내 안에서 알 수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광야’에서 깨달았습니다. 광야는 죽음의 땅입니다.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입니다. 본질적인 아닌 것은 모두 사멸하고마는 정화의 땅입니다. 그래서 광야는 참된 나 자신과 하느님이 만나는 친교의 자리입니다. 하느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누구인지를,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한테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을 위한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이다”고 자기 자신을 당당하게 밝혔습니다.

우리는 지금 대림3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주님께서 오실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대림 시기 동안 바쁜 일상을 잠시라도 떠나 우리 내면 속으로 들어갑시다. 우리 내면이 영적인 광야입니다. 우리 내면은 어둡습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만 빛을 볼 수 있습니다. 내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그래서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라고 권고합니다. 주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준비한다는 의미는, 기도를 통해 내 자신 안에 계시는 주님을 발견한다는 뜻입니다. 내 안에 계시는 주님을 발견하면 할수록 내 자신이 누구인지를 더 분명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내 안에 계신 주님만이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때 우리는 우리 자신이 주님 안에 있음을 깨닫고 기뻐할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주님을 발견한 내적 기쁨을 제1독서에서 말합니다. “나는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고 내 영혼은 나의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리니, 신랑이 관을 쓰듯, 신부가 패물로 단장하듯, 그분께서 나에게 구원의 옷을 입히시고 의로움의 겉옷으로 둘러주셨도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