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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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그리스도 왕 대축일 (2011.11.20) - 인 끌레멘스 신부 11-11-20 08:15:0
글쓴이 : 양치기 조회 : 2815   
오늘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임금님으로 만방에 선포하는 날입니다. 또한 오늘 우리 공동체는 추수 감사 미사를 드립니다. 교회 달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간을 맞이하여, 지금까지 베풀어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미사의 주제는 본기도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성자를 하나뿐인 임금이며 목자로 삼으시어, 사랑의 나라를 세우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모두의 임금이시며 목자이십니다. 이분이 다스리는 나라는 분명 ‘사랑의 나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최후심판에 관해 말하면서 예수님께서 두려운 심판자로 나오십니다.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의인과 악인을 갈라 의인에게는 상급을, 악인에게는 벌을 내리십니다. 오늘 복음은 왠지 두렵기조차 합니다. ‘심판’이라는 말만 들어도 숨 딱 막히고 가슴이 쫄아드는 느낌입니다. 과연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위협을 주기 위하여 이 말씀을 하신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위협적인 심판을 강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을 격려하고 더욱 매진하도록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당신이 누구이시며 어떤 이들과 함께 계신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시고,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리에서, 당신이 함께 있는 이들을 통해 당신을 만나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그렇습니다, 우리 가운데 가장 힘들고 나약하고 어렵고 비천한 사람이 곧 당신 자신이시다는 사실을 알려주십니다. 가장 없는 이들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십니다. 이것이 사랑입니다. 우리의 임금이신 분의 정체는 가장 낮은 자이며 가장 비천한 자였습니다.

우리는 ‘왕’ ‘군주’라고 생각하면 가장 힘있고 높고 존엄한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역설적이게도 왕국이 아닌 십자가 위에서, 사람들의 놀림을 받으면서 ‘유대인들의 왕’으로 등극하셨습니다. 십자가 옆에 서 있던 사람들은 주님을 놀리며 말합니다. “다른 이들은 구원하였으면서 자신은 구원하지 못하는군. 이스라엘의 임금이시면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시지. 그러면 우리가 믿을 터인데”(마태 27,42). 만민의 왕께서 사람들 가운데서도 가장 비천한 자로 취급받으셨습니다. 당시 권력과 재력으로 사람들 위에 군림하던 자들은 예수님을 배척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는 어떻습니까? 물신주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생계형 도둑'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2008년 2만8000여건이던 서울 시내 절도사건이 올해는 5만건을 넘을 전망이라고 합니다. 빈집털이나 상가털이, 자동차 유리를 깨고 돈 될 만한 것을 훔치는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취업난을 반영해 20대 '청년도둑' '초보도둑'이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젊은 세대를 ‘삼포세대’라고 합니다. 경제여건상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이 다 기성 세대인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권력과 돈을 얻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육강식의 사회를 만든 것은 우리 자신들입니다. 이런 사회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우리는 주님 뜻대로 산다고 말하면서도 계속해서 자신의 탐욕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탐욕과 이기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오늘 복음에서 말한 바대로 우리 스스로 준엄한 심판만을 불러올 따름입니다.

우리 모두의 왕이신 예수님께서는 힘들게 사는 이들, 소외된 이들, 보잘 것 없는 이들 안에서 위로받으시고자 하십니다. 특별히 예수님께서는 20-30대 젊은 세대의 고민과 갈등과 부르짖음에 우리가 응답하도록 촉구하십니다. 이들이 오늘날의 가장 작은 이들입니다. 추수감사 미사의 참된 의미는 나눔의 정신을 우리 마음에 심는 것입니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입니까?” 더불어 함께 잘 사는 것이 참된 재미이지 않겠습니까(상생). 그리고 “네가 아프냐? 나도 아프다” (공감) 마음으로 살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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