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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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18주일-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3 23:24: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397   
연중 제18주일(2001. 8. 5)
제1독서: 전도 1,2; 2,21-23
제2독서: 골로 3,1-5. 9-11
복 음: 루가 12,13-21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들은 언뜻 보면 염세주의나 허무주의적인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특별히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라고 시작하는 제1독서의 전도서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세상에 대한 경멸이나 현실도피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 세상은 허무하고 무가치하니 현실을 등지고 하늘만 바라보며, 공중에 떠서 살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오늘 말씀들은 우리에게 보다 중요하고 본질적인 어떤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먼저 제1독서의 전도서 저자는 이 세상 것들에 대한 집착의 덧없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결국 사라져버릴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에서 역시 예수께서는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통해 세상 재물에 대한 집착의 어리석음을 말씀하십니다. 재물이 생명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하느님 앞에 부요한 사람'이 되라고 촉구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 역시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추구하라고 권고합니다. 결국 오늘 독서와 복음의 말씀들을 한 마디로 묵으면, 이 세상과 그 안의 것들은 사라져 버리고 불완전하니 영원하고 참되고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라는 초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말씀들은 이 세상에 살면서 우리가 일차적으로 추구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찾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그분만이 참되고 영원하며 생명의 근원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는 모든 그리스도교인이 추구해야 할 바이며, 특별히 수도자들의 일차적인 일입니다.

전통적으로 '하느님을 찾는 일'은 크게 두 가지 측면을 지닙니다. 먼저 기도와 성서독서를 통해 하느님과의 내적 일치에 이르는 '관상적인 측면'입니다. 그리고 영적 수행들(askesis), 예컨대 모든 면에 있어서의 절제와 포기, 겸손 등을 통해 마음의 순결에 이르는 '금욕적인 측면'입니다. 영적 수행들은 한마디로 악한 생각들과 악습들과의 싸움을 의미합니다. 이 두 측면은 상호보완적입니다. 영적 수행들은 관상생활을 도와주고, 반대로 관상생활은 영적 수행들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해 줍니다. 만일 금욕적 수행들을 통해서 스스로 정화되지 못하면, 즉 자기통제와 순수한 마음에 이르지 못한다면 결코 하느님과의 일치에로 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찾는' 우리 영성생활은 바로 이 두 측면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 영적 여정, 특별히 수도생활의 본질이자 근본내용입니다.

수도승생활 안에서 이외의 모든 일들은 부차적인 것들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은 바로 이런 하느님 찾는 일을 도와주기 위한 것들일 뿐입니다. 주와 객이 바뀔 때 삶은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게 됩니다. 일들이 주가 될 때, 우리의 관심이 거기에만 기울어지고 일에 대부분의 시간들이 할애될 때, 우리 삶은 방향을 잃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수도생활의 본질도 전부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분명 일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일은 먹고살기에 필요한 만큼 하면 된다고 봅니다. 이는 모두 기도생활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는 규칙서에서 아빠스는 지나가는 세상 것들에 너무 신경을 씀으로 인해 형제들의 영적인 문제들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수도자 개인이나 공동체가 이 세상일들에 너무 파묻힌 나머지 수도생활의 긍극목표인 관상이나 하느님과의 일치를 위한 일들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수도원은 하느님을 찾고, 덕을 닦는 곳이지 결코 문화나 예술활동의 중심지도 또 학문의 전당도 아닙니다. 만일 누가 이것을 위해, 또 이것 때문에 수도원에 산다면, 그는 분명 수도생활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 안에서 베네딕도회 수도원들이 학문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기여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일들이 수도승생활에 근본적인 것은 아닙니다. 단지 수도생활 안에서 시대와 환경에 따라 생겨난 결과물들일 뿐입니다. 수도원은 무엇보다도 기도와 영적 수행들을 통해서 하느님을 찾는 곳이며, 성덕을 닦는 수련장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본질적인 일입니다.

수도자들이 하는 모든 일들은 바로 하느님을 찾는 일의 한 방편이자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흔히 이런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분의 영광을 위하여 시작한 일이나 활동들이, 종국에는 우리 자신의 개인적인 명예나 성취를 위한 것들로 전락해 버리는 경우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위한 일이라면, 거기에는 언제나 우리 자신이 빠져야 합니다. 우리는 숨고 하느님을 드러내야 합니다. 따라서 내가 공동체를 위해서, 또 교회를 위해서 무엇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위험이 따릅니다. 우리는 참으로 공동체적으로도 또 개인적으로도 겸손해져야 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한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단순한 도구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행하시는 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안에서 언제나 우리 자신은 뒤에 숨고 그리스도께서, 하느님께서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사람들이 우리 공동체를 방문하는가? 우리에게는 적지 않은 봉헌회원들이 있는데, 과연 이분들이 우리에게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만일 그 동기나 목적이 문화적이거나 예술적인, 또는 학문적이거나 경제적인 데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 착각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그분들이 더 전문가들일 것입니다. 이 분야에선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뿐더러, 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인가? 아마도 영적인 것들일 것입니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또 교회에 주어야 하는 선물은 바로 영적인 것들이어야 합니다. 영적인 일들을 소홀히 하고서는 결코 사람들의 요구와 갈증을 채워주지 못할 것입니다.

수도자는 '하느님의 사람'이고 '하느님의 사람'은 '기도의 사람'입니다. '기도'는 수도자들의 전공이고 '일'은 부전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의 사람이 아니고, 결국 참된 수도자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생활의 본질적 목표인 하느님과의 일치에 대한 열망과 기도에 대한 열성이 없다면 이 생활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누가 아무리 일을 잘하고 세상 일에 탁월한 능력과 감각을 지녔다 한들, 그에게 하느님을 찾고자 하는 열정, 기도에 대한 열성이 없다면 이 모든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수도승 전통 안에서 기도와 영적 수행들을 통해 하느님을 찾고자하는 열정은 수도성소를 가늠하는 첫 번째 분별기준이었습니다. 특별히 성 베네딕도는 규칙서 58장에서 "수련자가 참으로 하느님을 찾는지" 돌보라고 하였습니다(RB 58,7). 우리는 무슨 일을 하건 간에 수도자로서 해야 합니다. 즉 기도하는 사람으로서 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을 때, 오늘 전도서 저자의 말대로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될 것입니다.

우리는 먼저 하느님을 찾는 진짜 하느님의 사람들, 기도하는 사람들, 자신과의 싸움에 정진하는 수행자들이 되어야 하리라 봅니다. 이를 위해선 우리의 시선을 먼저 밖으로부터 자기 안으로, 공동체 안으로 돌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재물, 권력, 명예 등 모든 우상들로부터 하느님께로 돌아서야 할 것입니다. 그때 우리가 하는 모든 일과 활동들이 참된 결실을 맺게 되고 거기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오늘 말씀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참된 것, 우리가 가치를 두고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신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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