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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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9-20 12:05
왜관수도원 봉헌회 제3차 유럽수도원 성지순례기 (7) - 수비아꼬 수도원 (1/2)
 글쓴이 : 한선희 브리짓다
조회 : 8,298  
 5월25일 (맑음).

   점심식사 후 수비아꼬(Subiaco)에 있는 ‘거룩한 동굴(Sacro Speco, Sacred cave)’을 향하여 떠났습니다. 버스는 산을 넘고 골짜기를 굽이굽이 돌아 약 2시간 후 산골마을 ‘수비아꼬’로 와서, 다시 산속으로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는 도중, 길옆에 종탑이 높은 고색창연한 수도원이 보였습니다. 이 수도원이 성 스콜라스티카 수도원(St. Scholastica)인데, 이 수도원의 종탑은 1052~1053년에 세워진 것으로, 이태리 중부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베네딕도 성인이 수도복을 받은 곳이어서, 지금도 착복식은 이 수도원에서 한다고 합니다. 이 수도원에는 책 10만권, 사본 380개, 고문서(인큐나불라) 212개를 가진 오래된 도서관이 있고, 1464년 독일인 수사 2명이 이태리 최초로 출판했던 곳(수비아꼬 출판, Subiaco Press)으로 유명하고, ‘거룩한 동굴’ 을 이 수도원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성 스콜라스티카 수도원)                            (수도원 종탑)


   우리가 탄 버스는 성 스콜라스티카 수도원 앞을 지나서, 탈레오 산(Mount Taleo)에 있는 ‘거룩한 동굴(Sacro Speco)’로 올라가는 입구 주차장에서 내려주었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좁은 오솔길을 걸어서 올라가니, 바위 위에 수도원이 보이고, 그 아래 절벽같은 계곡이 보였습니다.

    이 동굴 앞에서 김 마티아(Mattia Kim) 수사를 만났습니다. 김 마티아 수사는 성 스콜라스티카 수도원에 있는데, 우리에게 동굴을 안내하여 주었습니다. ‘거룩한 동굴’은 베네딕도 성인이 은거하며 공부한 곳이며, 지금도 수도자가 많이 찾는 성지이며, 교황 베네딕도 16세도 이곳에서 피정을 하셨다고 합니다.


   

      (거룩한 동굴 입구)              (거룩한 동굴, 수비아꼬 수도원)


    좁다란 길을 통하여 건물로 들어가자, 오른쪽 벽에 프레스코로 그려진 그림 안에 계신 분이 우리를 맞아 주셨습니다. 한 손에는 지구를 들고, 다른 한 손은 손가락을 벌려서 하늘을 가리키심으로서 하늘에서 온 구세주 임을 표시하며, 하느님을 의미하는 청색 옷과 사람임을 의미하는 갈색 옷을 입으신 분, 바로 예수 그리스도 이셨습니다. 그 옆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을 쓰고 있는 4 복음사가, 즉 마르코, 요한, 마태오, 루까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 그림들은 16세기 페루지노(school of il Perugino)의 학파의 그림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 그림 앞에서 잠시 경배를 드리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벽화, 예수 그리스도)                             (입구 회랑)  

                  

   (상층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동굴 안에 성당이 있었습니다. 전체 동굴 중 상층성당(Upper church)에 해당하는 데, 마침 결혼식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식에 방해되지 않도록 서둘러 성당 안을 둘러보아야 했습니다.

   성당 안은 모두 프레스코로 채색되어 있었습니다. 프레스코 란 중세시대 유행한 화법으로, 흰 횟가루를 벽에 바르고, 회가루가 굳기 전에 물감을 넣어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물감이 횟가루에 스며들어 함께 굳어지기 때문에 그림이 오랫동안 남게 됩니다. 게다가 이곳은 햇빛이 가려진 동굴 속에 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생생하게 전해진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귀중한 그림을 보호하기 위하여 카메라의 플래시(광)를 사용하지 않고, 감도를 높여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거룩한 동굴 전체가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그리고 베네딕도 성인과 관련된 그림이 프레스코로 가득 차 있어서, 마치 성경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림 하나하나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를 하듯이, 그림을 보고, 내용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단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쉬움이었습니다. 


   상층성당의 첫째 부분, 정면 아취에는 ‘십자가에 처형되는 예수 그리스도’ 그림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못 박힌 예수님의 양 팔에서 피가 흐르고 있고, 천사가 양쪽에서 성혈을 잔에 받고 있고,  천사들이 울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양쪽에는 두 도적이 팔이 꺾인 채 매달려 있습니다. 예수님 쪽에서 볼 때, 오른쪽에 있는 도적(우도, 右盜, 그림에서는 좌측)은 머리색이 예수님과 같은 색으로, 회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좌측에 있는 도적(좌도, 左盜)는 회개를 하지 않아서 머리가 검은색으로 표시되어 있고, 검은 악마가 날아와서, 좌도의 입에서 영혼을 거두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발아래 십자가를 양손으로 붙들고 슬퍼하는 붉은 옷을 입은 금발의 여인은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입니다. 십자가 밑에는 해골이 있어서, 이곳은 죽음의 땅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성녀 뒤에 실신하여 누워있는 성모 마리아를 여인들이 모시고 있고, 성 요한도 있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린 두 도적의 다리를 병사가 부수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앞쪽 다섯 명의 사람들이 예수님의 옷을 놓고 다투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다의 지도자들, 병사들, 말을 탄 귀족도 있습니다. 병사가 들고 있는 깃발에는 용(龍)이 그려져 있는데, 용은 악마로 간주하므로, 이 시간은 사탄이 지배하는 시간입니다.

   그림 하나에 이와 같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자세히 보면, 내용을 읽을 수 있고, 묵상과 기도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상층 성당)                   (상층성당 아취, 확대)


   

 (확대 1)                             (확대 2)

   확대 1,  울고 있는 천사들, 좌도의 입에서 영혼을 거두는 악마

   확대 2. 성모 마리아, 마리아 막달레나, 해골, 예수님 옷을 놓고 다투는 사람들


   왼쪽 편으로는 ‘유다의 키스’, ‘승천하는 사도’, 그리고 ‘매 맞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그림이 있었습니다.

   ‘유다의 키스’ 그림을 살펴보면, 유다가 키스할 때 예수 그리스도는 유다를 보고 계시는데, 유다의 눈동자는 예수님을 바라보지 않고, 전혀 엉뚱한 쪽을 보고 있습니다. 유다는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오른쪽 유다지도자는 병사에게 예수님을 가리키며 고발하고 있고, 예수님의 왼팔은 병사가 잡고 있는데, 뒤의 병사는 주먹으로 예수님을 때리고 있습니다. 악마같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예수 그리스도 이십니다.  

   ‘매 맞으시는 예수 그리스도’ 를 보면, 왼쪽 위에 빌라도가 선고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옷을 벗긴 채 맨발로 기둥에 묶여서, 피를 흘리고 있고, 고문하는 사람이 쇠갈고리가 붙은 채찍을 양쪽에서 휘두르고 있습니다.

       

   

            (유다의 키스)                                (매 맞으심)


   다음 그림은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 입니다. 자세히 보면, 왼쪽 위에 빌라도가 예수 그리스도에게 선고를 합니다. 그다음, 오른쪽 앞에는 용(龍)이 그려진 깃발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맨발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올라가시며, 뒤에서 애절하게 부르는 성모 마리아를 돌아보십니다. 병사는 예수님을 앞으로 밀고, 다른 병사는 성모 마리아를 때리고 있습니다. 모두가 신발을 신었는데, 예수 그리스도는 맨발입니다. 여인들 뒤에 병사들이 있고, 말을 탄 장교들이 뒤따르고, 유다 지도자들도 있습니다. 중세시대의 여러 가지 성벽이 있고, 여러가지 모습의 말이 있습니다. 아마 혼란스러움을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사형선고, 십자가를 지고 가시며 성모 마리아를 만나심)    


   이 옆에 ‘빈 무덤을 찾아온 세 여인’ 그림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천사가 빈 무덤을 가리키며 이야기하는데, “그분께서는 되살아 나셨다(마태 28, 3)”는 말이 들리는 듯 합니다. 흰색 날개와 별이 그려진 흰 옷을 입은 천사는 반투명하게 은은하게 보이고 있고, 발이 공중에 떠 있습니다. 천사가 가리키는 빈 무덤 바로위에 흰 나무 네 그루가 그려져서 부활하셨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세 여인들은 슬퍼하는 표정은 없고, 기대에 찬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프레스코로 이렇게 섬세하게 그렸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빈 무덤에 온 여인)                             (확대, 미소 짓는 세 여인)


   그 다음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그림입니다. 자세히 보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귀를 타고 제자들과 함께 입성하시는데, 한 어린이가 흰 옷을 깔아 드리고, 그 다음 어린이는 붉은 옷을 벗어서 깔아 드리고 있습니다. 어린이를 보니,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마태 18, 3)이 떠오릅니다. 흰 옷은 순결을, 붉은 옷은 다음에 있을 수난을 예고하는 듯 합니다. 예수님 뒤에는 십자가모양의 열쇄가 그려진 옷을 입은 베드로 사도가 따르고 있고, 어린이들이 환영의 노래를 부르고, 나무에 올라 종려가지를 따고 있습니다.

   다음 그림은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손과 가슴, 발에 선명한 상처가 있고, 피의 수난에서 승리하신 의미로 붉은 깃발에 흰 십자가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마리아 막달레나를 보고 계십니다. 마리아를 바라보시는 예수 그리스도는 눈동자가 그려져 있는데, 마리아 막달레나의 눈동자는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 만 보고, 얼굴이 환하게 빛나 있어서, 깊은 믿음과 희열 속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요한 20, 17)” 하는 말씀이 들리는 듯 합니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심)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심)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그림’이 있는데, 토마 사도가  가슴의 상처 안에 손을 넣고 있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손의 상처를 보여주십니다. 그 위에 ‘승천하시는 예수 그리스도’ 그림이 있었습니다. 이 그림들은 모두 14세기 시에나 학파(school of Siena)의 그림이라고 합니다.


   상층 성당의 두 번째 방으로 가면, 베네딕도 성인에 대한 그림이 많이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독이든 포도주를 비코바로(Vicovaro) 수사가 가져왔을 때, 성인이 강복하자, 포도주 잔이 깨지는 그림'이 있고, 그 옆에는 '마귀의 유혹에 빠져서 수도원 밖으로 나가는 수사를 성인이 매질로 악마를 쫓아내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쪽 궁륭에는 '유혹을 이기려고 장미나무 덤불속으로 몸을 던지는 베네딕도 성인', 그리고 '교황과 같은 관에 쓰고 성의를 입고 옥좌에 앉은 영광의 베네딕도 성인' 그림이 있었습니다. 모두 15세기에 그려진 것이라고 합니다. 

        

    

(독 포도주 강복, 유혹에 빠진 제자 치유)                (장미덤불에 몸을 던진 성인)


   상층 성당의 날개부분(익부, 翼部)에는 ‘베네딕도 성인과 스콜라스티카 성녀의 마지막 만남’  그림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스콜라스티까 성녀는 무엇인지 바라는 표정으로 기도하고 있고, 성녀 옆 수녀는 밤이 늦었다고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베네딕도 성인은 난처한 표정으로 있고, 성인 옆의 수사는 비오는 하늘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성인 위는 사각지붕이 있고, 성녀 위는 둥근 지붕이 있어서, 각각 다른 수도원에서 왔다는 것을 보이고 있습니다. 식탁 위를 살펴보면 칼, 컵, 빵은 각각 두 사람 몫으로 나누어 있는데, 가운데 접시는 하나이고, 그 안에 물고기(Ichthus ?)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아마 이 접시에 있는 것(물고기→예수 그리스도)은 서로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상층성당을 본 다음, 계단을 따라 하층성당(lower church)으로 갔습니다.

     

     

(옥좌에 앉은 베네딕도 성인)                     (마지막 만남)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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