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9일 (이슬비).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서 강 안셀모 수사의 전송을 받으며, 오전 8시 버스에 올라 성 오틸리엔 수도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성 오틸리엔 수도원으로 가는 도중, 오래된 뷔르츠부르크(Würzburg) 성을 구경하고, 아이히슈테트(Eichstatt) 시의 중국집 비취옥(Jade)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는데 독일에서 먹는 중국음식도 맛있었습니다. 점심식사 후 아이히슈테트(Eichstätt) 대성당과 발부르가(Walburga) 수녀원을 순례한 후, 성 오틸리엔(St. Ottilien) 수도원에 도착한 것은 오후 6시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성당으로 가서, 저녁기도를 하였습니다. 이곳도 뮌슈터슈바르작 수도원과 같이 기도 중에 오르간으로 반주하여 주었습니다. 저녁식사로 스파게티와 음료, 안데스 수도원의 흑맥주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오후 7시50분, 예레미아스(Jeremias) 아빠스가 식당으로 오셔서 환영인사를 하셨고, 인 클레멘스 신부가 통역하였습니다. 
    “왜관수도원 봉헌회원이 우리 수도원을 방문한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 베네딕도 규칙서에 의하면 수도원을 방문하는 손님을 그리스도와 같이 맞으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 말은 여러분은 그리스도처럼 은총을 가지고, 우리 수도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입니다. 규칙서에 의하면 ‘정주’는 중요한 서원중의 하나인데, 이곳 바이에른 지방의 사람들의 기질이 정주 서원과 잘 일치합니다. 즉 이곳 바이에른 사람들이 가진 어려움에 대한 극복, 노력, 불굴의 의지가 규칙서의 정주 서원과 잘 일치되고, 또한 이곳은 가톨릭 신자들이 많아서 이곳에 오틸리엔 수도회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초기에 오틸리엔 수도승들은 이곳 광범위한 습지를 개간하여 이 수도원을 이룩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독일에 가톨릭을 전한 분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네, 성 보니파시오입니다. 이 분은 영국인으로 독일에 가톨릭을 선교한 분이며, 베네딕도 회원입니다. 이 분에 의하여 독일에 가톨릭이 전해졌습니다. 규칙서에 ‘선교’ 라고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베네딕도회 전통에는 이미 ‘선교’ 라는 개념이 들어 있습니다. 이를 기초로 우리는 아프리카와 한국, 필리핀,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 선교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궁금한 것 있으십니까?”  
   “우리 오틸리엔 연합회에는 ‘안으로는 수도승, 밖으로는 선교’ 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베네딕도 연합회에 비하여,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예레미아스 아빠스는, “우리 연합회는 ‘선교’ 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선교는 복음서에서 중요한 개념이고, 이 정신에 의하여 세계 여러 곳에 복음이 전달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콜롬부스가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를 건너간 배에도 베네딕도회 한 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환영사가 끝나고, 지도신부 인 클레멘스 신부는 “여행 중 집결시간에 늦으면, 늦은 사람이 소속된 조원(5명)은 모두 벌금(5 Euro, 약 7,000원)을 내도록 하던 것을, 늦은 사람에게만 벌금 5 Euro를 내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곽대영 봉사자는 “여행 중 식수 비용과 성 안셀모 수도원에서 유학중인 신부(2명)의 선물을 위하여 기부금(빨랑카)을 모금한다” 고 하였습니다.

5월20일 (흐림). 
   성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독일 휘센(Füssen) 지방에 있는 루드비히 왕 2세의 백조의 성(노이쉬반스타인, Neuschwanstein)을 구경하였습니다. 성 외각을 구경한 후, 백조의 성을 만든 왕의 후손이 운영하는 식당(Bier garten)에서, 후손들이 생산하는 흑맥주(Bier von Königlicher Hoheit)와 송아지 고기로 점심을 하였습니다. 이 흑맥주는 여행중에 먹은 맥주 중에서 가장 맛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왜관 수도원에서도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만들면 좋겠다”고 담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점심식사 후 “쇠사슬에 묶이신 예수” 상이 있는 비스(Wies) 성당으로 갔습니다. 이곳은 원래 사람이 찾지 않는 시골이었는데, 우연히 땅속에서 이 예수상이 발견된 후, 순례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성당이 세워지고, 마을축제도 하는 곳으로 발전하게 된 곳입니다.

          
                   (비스 성당)                  (예수상이 발견된 곳, 공소)            (쇠사슬이 묶이신 예수 상)

   성 오틸리엔 수도원에 돌아와서, 저녁기도(6시)후 미국인 수사신부가 성 오틸리엔 수도원에 대하여 영어로 안내하여 주었고, 인 클레멘스 신부가 통역하였습니다. “성당에 모셔진 성상은 빌헬름 1세 황제가 기부한 것으로 생명나무를 상징하는 보석십자가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성상을 모신 4개의 기둥은 비둘기, 독수리, 사슴, 유니콘(unicorn)으로 이루어져 있고, 전통적으로 성경과 관련된 의미를 지닌 것입니다. 즉 비둘기는 하느님의 어린 양, 독수리는 만왕의 제왕, 사슴은 1년에 한번 독을 섭취함으로서 모든 피와 뿔을 내뿜고 새롭게 살아나는 것으로 부활을 의미하고, 유니콘은 남자는 싫어하고 처녀의 무릎에 기대어 잠이 드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순결을 의미하며,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를 상징합니다. 제대가 놓인 곳은 성당 가로와 세로 통로의 중심이며, 수사와 신자가 동시에 제대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제대는 네 기둥이 만나는 중심으로 제대 4군데에는 아시아의 성인 김대건 안드레아, 아프리카의 성인 르왕가의 일부, 그리고 성녀 오딜리아 및 성인 보니파시오 상이 모셔져 있었으며 제대 안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과 르왕가 성인의 유해 일부가 모셔져 있습니다. 제대를 이루는 네 기둥은 4 복음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마르코와 사자 상, 요한과 독수리 상, 마태오와 사람, 그리고 루가와 소 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둥과 제단을 이어주는 바닥은 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각각의 기둥에는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그리고 독일어로 쓰여 있고, 제대 중앙으로 연결되게 있는데, 이는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그리고 유럽을 비롯한 세계로 향한 선교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제대 안에 각 대륙의 성인을 모신 것이며, 또한 기부(donation)도 받기 위한 것입니다. 지하성당은 설립초기부터 1963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라틴어를 모르는 수사들이 독일어로 성무일도를 하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매주 토요일, 모든 평수사들이 모여서 수사의 영성을 위하여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으며, 수사의 영성은 바로 ‘단순함’ 에 있습니다. 지하성당은 수사의 영성과 어울리게 그림도 표현이 아주 단순하며 쉽게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당 옆에 종탑처럼 보이는 것은 물탱크이며, 과거에는 신부수사들만이 물을 사용하던 것을 평수사들도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물탱크를 증설하여야 하는 데, 설립자이시고, 예술가이신 암 라인 신부님은 ‘외관을 해친다’고 반대하실 것이므로, 암 라인 신부님이 아프리카에 출장 중일 때, 안 쓰는 종탑을 물탱크로 개조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들려주었습니다.

    
(성 오틸리엔 수도원 성당내 제단)         (제대앞 성 김대건신부 동상)         (제대안 성 김대건신부 유해보관함)

   그리고 저녁식사 중에 오틸리엔 봉헌회원(Oblate)인 ‘파트리시아(Patricia)’을 만났습니다. 머리가 희끗한 이 분은 20세에 오틸리엔 봉헌회에 입회하여, 현재 70년이 지난 분으로서, ‘우리를 환영하며, 왜관 수도원의 보나벤뚜라 수사님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 그레고리오 신부님의 제안으로 수도원 묘지에 가서, 암 라인 아빠스의 기념비와 그곳에 잠들어 있는 수도원 가족을 만났습니다. 구미 가톨릭근로자 문화센타에서 작년 이곳에 세미나로 왔다가 선종하신 허 헤르베르트(Herbert) 신부의 묘지에 가서 기도를 바쳤습니다. 묘지 참배 후, 성 오틸리엔 기차역을 보았습니다. 뮨헨에서 성 오틸리엔 역까지 오는 기차는 하루 한번 지나가지만, 뮨헨에서 성 오틸리엔 역의 전 역인 겔텐도르프(Geltendorf) 역까지 오는 급행열차(S-Bahn)는 많이 있으므로, 이 역에서 내려서 약 1km를 걸으면 수도원에 쉽게 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 오틸리엔 수도원에는 큰 화재가 없었는데, 이것은 수도원 내에 자체 소방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