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의 덕이란?(본질과 목적과 그 실천에 대하여)

완덕의 혼은 사랑이라할 수 있으며, 사랑의 뿌리는 겸손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겸손은 내적 삶의 바탕이 되는 기본적인 덕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모든 행위는 겸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때 겸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는 것이라 하겠다.

① 겸손의 본질에 대하여

겸손이라는 라틴어 단어 Humilitas는 어원적으로 대지, 땅, 흙 등의 의미를 포함하여, 비천함을 뜻한다. 대지는 낮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며, 생명을 준다. 이런 의미에서 겸손한 사람은 진리, 자기자신, 이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용한다.

성서에서 겸손은 순수성, 단순성, 정직성, 솔직성, 성실성, 검소함 등으로 표현되며, 자기 스스로를 바르게 인식하는 것을 포함한다. 특히 갈라디아서 6장 3절에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무엇이나 된 것처럼 생각한다면 그는 자기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입니다.”라는 말로 겸손을 표현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인정하고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을 겸손한 사람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겸손은 자기 자신과 이웃을 기만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겸손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 즉 정직성과 솔직성을 말한다. 내가 내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다는 것은 내 자신에게만 정직한 것으로 끝나지 않느다. 더 나아가 이웃과 하느님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는 기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겸손은 내적 생활의 기본으로 사도직의 바탕을 이룬다.

또한 성서에서는 섬김과 봉사, 그리고 순명의 길을 통해 겸손해진 인간은 구원의 삶,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게 됨을 보여준다.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기 위한 여정으로서의 인간의 내적 생활은 겸손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는 기도도 되지 않는다. 겸손은 기도의 밑바탕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겸손이 없는 기도는 자기도취나 자기 중심적인 형태로 변질된다. 겸손은 올바른 기도를 통해 그 영혼의 상태를 신앙 안에서 올바르게 확립시켜 주며 즉 마음과 정신들을 올바르게 신앙 안에 확립시켜 내적 생활을 올바르게 구축해 나간다.

② 겸손의 목적에 대하여

내가 이웃에게 겸손하다는 말은 이웃에게 정직하다는 뜻이며, 그것은 바로 이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이 된다. 하느님 앞에 겸손할 수 있다는 말도 바로 내가 하느님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사랑 그 자체는 모두 좋으나 결과적인 면에서는 그릇된 사랑-자기 중심적인 사랑, 이기적인 사랑, 계산에 의한 사랑 등등 내 식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이방인의 사랑-이 있고 올바른 사랑이 있다. 내적 생활과 연관시켜 볼 때 이 두 사랑의 차이는 그 출발점에서 비롯된다. 이 출발점에 겸손의 중요성이 있는 것이다.

내 식으로 아무리 하느님을 사랑해도 소용이 없다고 할 때, 올바른 인식의 중요성이 대두되는데, 올바른 인식이 올바른 사랑의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올바르게 사랑하려면 먼저 올바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그저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믿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은 정정되어야 한다. 앞에서 겸손을 강조한 것도 모두 하느님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올바른 사랑을 가능케하는 겸손은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게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겸손하지 못할 때는 아무리 들어도 하느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알아듣지 못하고 자기 식으로 알아듣게된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는 하느님의 빛은 겸손한 영혼에게 내려오며, 하느님은 겸손한 영혼에게 은총을 내려 주신다고 시편작가는 우리를 일깨워주심을(시편 138,6) 상기하자.

③ 겸손의 실천에 대하여

그렇다면 이처럼 올바른 신앙이 바탕을 이루는 겸손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단적으로 “정직”과 “순수”를 내세울 수 있다. 자기에게 어떤 손해가 온다 하더라도 정직하려고 노력하며 또한 언제나 사람들을 순수하게 대해야 한다. 내가 순수하게 이야기한 것을 상대방이 이용한다 하더라도 화낼 필요가 없다. 내 마음안에 하느님이 계시는데 그렇게 까지 마음아프게 생각하고 노여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편, 이웃이 내게 하는 말과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겸손을 실천하는 것일까? 단순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계산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방이 이야기 하는 것을 그대로 믿어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내게 어떤 모욕과 손해가 돌아온다 하더라도 정직하게 대답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