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하느님 사랑하기

일반적으로 하느님을 위하여 무엇인가 행하면 다른 어느 누구를 위해서 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진리이지만 우리는 하느님과 자기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을 받고 있다. 이 계명에 와서는 일반적인 규정이 맞지 않는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 (마태 22, 37-40)

우리가 온 몸과 온 마음과 목숨과 뜻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하고 우리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면 우리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두 주인을 섬기거나 두 사람을 섬기는 때와 같이 우리를 두 마음으로 갈라놓지 않는다. 이것이 사랑의 특징이다.

하느님과 우리 이웃과 함께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둘로 우리 마음을 갈라놓지 않는다는 것은 앞에서 말한 원리와 어긋나지 않는다. 즉 우리는 이 지상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만들 수는 있지만 거기에 덧붙여서 하느님을 동시에 사랑한다고 그 명단에 덧붙여 사랑하는 어떤 분이 아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두 개가 서로 보완적이다. 서로가 서로를 설명해 주는 것이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 사랑의 구성이고 그 조건이다(1요한 4,20). 이웃을 사랑하는 것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곧 율법을 완성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마태오 복음 22장에서 “율법서와 예언서가 모두 이 두 가지 계명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하셨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하나의 행동 규범이기 때문에 떼어 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12)

바오로 사도께서도 같은 맥락에서 말씀하신다(로마 13,8-10). 그런데도 하느님을 사랑할 때와 사람을 사랑할 때와는 사랑한다는 말을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 베드로가 스테파노를 사랑한다고 할 때 우리는 두 사람을 볼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베드로가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확인 할 수가 없다. 또 한 가지 다른 것은 베드로는 스테파노를 사랑하지 않고 심지어는 스테파노를 미워하면서도 마리아를 사랑하는 일이 전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베드로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스테파노를 미워하면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모은 사람은 미워하지 않고 다 사랑한다는 것, 한가지로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증거할 수가 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과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과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을 다 함께 쓴다. 이것이 말의 한계이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배워야 한다. 사람을 사랑하듯이 하느님을 사랑해서는 매일 실망만 하게 된다. 하느님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베드로가 사랑하는 하느님을 볼 수 있게 부재한다. 베드로가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말은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어떤 분이 볼 수 있게 부재하는 현상 가운데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다. 그러니까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과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과는 개념의 차이가 크다. 참으로 베드로가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하느님이 창조한 모든 피조물을 다 사랑해야 한다. 베드로가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볼 수 없는 인격(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을 보여 줌으로서가 아니고 볼 수 있는 사람을 완전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줄 때 이다. 베드로가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볼 수 없는 하느님에 대하여 소홀히 한 행동이 발견되었을 때가 아니라 볼 수 있는 개인이나 어떤 사람을 소홀히 대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