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와 독재 <마태 20, 17-28>

한 나라가 어떤 체제로 운영되는가에 따라 행복한 나라인지 불행한 나라인지 결정됩니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자유 민주주의 나라여서 여기 산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주님은 하느님의 나라는 독재 국가가 아니라 민주국가로 다스려지기를 원하시고 상과 벌이 정의롭게 다스려지는 나라를 원하십니다. 지도자가 섬김을 받는 나라가 아니라 섬기는 나라를 가장 이상적 나라라고 가르쳐주십니다. 모두가 높은 자리에서 다른 사람 위에 있으려고 하지 말고 다른 이 밑에 있으라고 하십니다. 십자가의 고난을 겪지 않고는 부활이 없듯이 섬기는 사람,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 없이는 어떤 공동체도 바로 가지 못합니다.

저는 이북 원산에서 초등학생 때 해방을 맞이하였지만, 공산 독재가 싫어서 남쪽 따듯한 나라 대한민국으로 전 가족이 월남하여 천주교 사제로 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믿음의 삶도 저버리고 무엇이 되었을까? 짐작되지만 그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어서 이렇게 자유 대한민국에서 하느님을 자유롭게 섬기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 하느님의 백성 안에서 자유, 평화, 기쁨을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저는 사제의 꿈을 나이 18세에 꾸고 사제가 될 때 “당신은 이제 사제로서 왕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아니요, 나는 지배하는 왕이 아니라 섬기는 왕으로 살고 살려 합니다.” 지금은 또 다른 꿈이 있습니다. 바른 신앙의 본질을 믿는 사람들에게 찾아주는 역할을 하고자 수도원에서 상담을 통해 자신을 다스리고, 자신을 섬기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이끄는 사제로 살고 싶습니다. 이 자리는 높지도 않고 상담자와 마주 앉아 평등, 자유, 사랑의 관계를 맺습니다. 높이 오르려 하지 않고 수도원에서도 가장 낮은 자리, 보잘것없는 자리라도 섬기고, 나누고, 친교를 맺으려고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창조주의 의도대로 세상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사람을 창조하신 후 다스리라고 하셨지 지배하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아담의 큰 잘못은 세상 것을 자기 소유로 생각하고 하느님처럼 지배하려고 했던데 잘못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 위에 있으려 하고, 가진 것을 누리려 하고, 친교보다 인기 중심에 있으려고 합니다. 진실과 사랑과 참인간다운 모습이 아니라 인간성을 잊게 됩니다. 사람으로 사는 의미를 잃게 됩니다.

사순절을 지내는 사람들이 남 앞에 우뚝 서서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겸손하게 돌보고, 다스리고, 평등한 자리에서 서로 사랑과 기쁨을 나누는 사순절의 삶을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