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파악과 무지 <마르코 9, 2-13>

우리는 지금 처해있는 현실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무지로 인해 현실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파악하지 못하면 죽게 됩니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튀어 나가 살지만, 미지근한 물에 넣고 천천히 열을 가하여도 죽을 줄 모르고 그대로 있다가 죽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주님은“엘리야가 기록된 대로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제멋대로 다루었다.” 하시며 현실 파악을 못 하는 무지한 사람들의 행동을 말씀하십니다. 요한이 주님 앞에 오셨지만, 그들은 오신 분이 누군지 모르고 하찮은 일로 목을 베었습니다. 이런 일은 우리 믿음의 생활, 사회생활에서 일어나는 현실입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가 근본적으로 바라는 것은 적응과 쇄신입니다.

“지금껏 실천하던 일이, 가르치던 말이 현실에 맞는 일인가? 내가 매일 행하는 믿음의 삶이 방향이 바르게 되었나?” 판단해야 하는데 무지한 사람은 판단을 위한 것을 찾아보지 못합니다. 현대인의 사고방식, 생활 습성, 기호, 그 방향과 이념을 모르면 습관적, 기계적, 형식적 믿음을 살다가 쉽게 실망하고 교회를 떠나는 사람입니다. 오래 냉담하던 사람이 성당을 다시 오니 기도도 바뀌고, 제단도 바뀌어 그때 그 교회가 아니라 알아듣고 실천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현대적 신학과 종교학이 다른 것은 아니지만, 전 우주적 관점에서 보는 것과 가르쳐 주는 것만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옵니다. 우선, 성경을 가르치지 않은 시대와 성경을 중요시하여 가르치는 오늘 시대가 다릅니다. 성령을 강요하지 않고 거저 “기도하라, 착하게 살아라, 열심히 기도하라” 이것만 가지고 현대를 살기에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미사 참례는 아직도 미사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미사를 구경하려는 사람과 미사에서 은혜를 받는 것은 다릅니다.

주의 기도를 외워서 바치는 사람과 그 깊은 내용을 묵상하면서 바치는 기도는 다릅니다.

알고 믿는 것과 모르고 믿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왜? 무엇인가? 어디로 가나? 오늘 새 아침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무지하지 않고 현실 파악을 바로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을 중심으로 주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을 따라 사는 사람은 매사에 감사와 찬미의 삶을 살아서 유익하고 보람 있는 믿음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구체적으로 응답하는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