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와 목동과 우리 안의 양들 <마태 16, 13-19>

모여서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져 자라고, 무리 밖에 있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나라를 전하고, 하느님의 자비와 일치와 사랑으로 부르시는 교회의 사명을 다하려면 목자, 목동, 양들이 있어야 합니다. 가정이란 아버지, 어머니, 아이들이 있어야 성립되듯이 서로 협력적 관계가 이루어져 교회는 성장하고 세상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가 교회의 초석이 되고 으뜸 목자로서 현존의 초석임을 인정하며 계승해 나오는 것은 권세를 부리는 자리가 아니라, 종중의 종 역할을 하도록 인정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속한 모든 사람은 그 나라의 백성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목장에 속해 일하는 일꾼입니다.

목동은 양을 돌보는 자리 아니, 보살펴야 하는 자리입니다. 섬기고, 나누고, 친교를 맺어주는 역할일 뿐이지 주님의 자리에 앉아 명령하고, 지시하고, 벌주고, 쫓아내고, 버리는 역할이 아닙니다.

길 잃은 양을 찾아 산과 들로 헤매는 착한 목자의 표본을 오늘 교회의 모든 지도자가 깊이 인식하고 자기 직무에 충실해야 합니다.

지도자는 칼자루를 쥐고 권력을 휘두르며, 교도소에 넣고, 물리치고, 쫓아내며, 권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끌어들이고, 모으고, 일치시키고, 함께 가는 일에 협력자일 뿐입니다.

주교 지팡이는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양들을 모으기 위한 도구입니다.

목자는 양들 가운데 있어야 합니다. 양과 다른 생활이나 사는 모습은 착한 목자의 올바른 상이 아닙니다. 양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면 양의 무리 안에 함께 사는 삶이라야 합니다. 현대 사제복은 차별의 상징이 아니라 직무의 표징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백성 위에 군림하신 분이 아니라 믿음을 지키려고 목숨을 바쳐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셨습니다.

저는 수도자로 수도원 안에 있지만, 목자로서 양들 안에 살려고 이런 부족한 글로나마 하느님의 뜻을 해석하여 한 마리의 양이라도 글로 소통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낮이나 밤이나 하느님의 말씀을 제 능력 안에 새기고 묵상하여 기도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은 목자가 아니라 목동입니다. 목동은 피리 불며 양들을 모으고, 노랫소리 맞춰 춤추고,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게 하는 것이 이 나이에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저의 잘 못 부르는 피리 소리를 듣고 주님과 함께 구원의 길을 가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