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의 큰 서러움 <마르코 8, 1-10>

인생의 서러움 중 배고픈 서러움보다 큰 것은 없습니다. 특별히 우리 민족은 6월 보릿고개 시절 6.25란 전쟁이 일어나 식량이 떨어져 배고픈 사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1.4후퇴 때 요행히 배를 타고 제주도를 거쳐 부산까지 피난 가서, 세관에서 거처하며 부두 노동을 할 수 있어 먹고 자는 걱정 없이 9개월 만에 인천으로 돌아오니 어머니 배는 등짝에 붙었고, 동생들도 먹을 것이 없어, 피골이 상접하여 부산에서 벌어온 돈을 풀어 쌀도 사고 반찬도 사서 우선 밥을 했습니다. 부두 노동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서 부산에 다시 가서 일하면서 후에 온 가족이 부산에 거처하며 생활이 안정되어 먹을 것 걱정 없이 살았습니다. 또다시 배고파진 식구들, 아버지 돌아가시고 부제 때 휴가차 집에 가니 쌀통에 쌀이 하나도 없어 휴가비를 가지고 쌀을 사 저녁 식사부터 하고 다음 날 왜관에 올라왔습니다. 집안의 딱한 사정을 말하니 그 당시 50,000원씩 도움을 받아 사시다가, 동생이 제대 후 수도원 철공장에 취직하여 먹는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이런 고생을 한 후, 본당 신부로 부임하고 시작한 일은 배고픈 사람들의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농촌운동의 시작은 “잘 먹어보세” 그래서 본당 안에 돼지도 기르고, 닭도 기르고, 먹거리를 해결하는 길부터 시작한 것이 양송이 협업 단지 만들고, 협업농장 만들고, 신용협동조합 만들어 경제 문제에 힘쓰며 청년들 교육에도 전국적 차원에서 노력하였습니다.

그런데 본당 인사로 이 본당, 저 본당에 가게 되었는데 어느 본당은 그날 저녁거리도 없고, 전기밥통도 없거나, 그릇도 없는 곳에 가면 때를 찾아 먹기에 힘이 드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 후 저는 본당을 떠날 때 적어도 일주일 먹을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하고 떠납니다. 식자재를 어디서 파는지 모르는 경우를 생각하여 준비해놓고 떠납니다.

가끔 수도원 특강 시간에 “수도원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주방이라고 합니다. 주방의 질서가 잘 잡히고 바로 서면 공동체의 불만이 해소되고 서로 사랑하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주님은 “먹을 것이 없다. 저 군중이 가엽구나, 굶겨서 집에 돌려보내면 길에서 쓰러질 것이다.” 주님의 이 섬세한 배려심을 우리는 본받아 이웃의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환경이 좋지 않아 굶주리고 영양실조에 걸려 고생하는 이들을 돌보는 이들을 축복하고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