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예모 <요한 20, 2-8>

사도 요한을 사랑의 사도라 부르는 이유는 사도들의 막내로서 주님의 사랑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의 예모 있는 행동 때문에 사랑의 사도로 증명됩니다.

주님의 무덤에 젊은이로서 빨리 갈 수 있었지만 먼저 무덤에 들어가지 않고 장상인 베드로 사도가 들어가서 그 사실을 확인하게 하였습니다.

요사이 위아래가 없고 능력 있는 사람, 힘 있는 사람이면 예모 없이 인간관계를 맺고 사는 모습은 사랑의 현존을 의심하게 합니다.

우리 수도원은 청원기에 식사 예절, 장상을 대하는 예절, 전례 예절, 동료 간의 예절을 가르치고 수도 생활의 기본을 가르치지만, 시간이 흘러 그 배운 예절이 득이 되지 않으면 예모 있는 삶을 잊어 사랑을 어기게 됩니다.

필요한 예모 있는 행동이 덕성으로 꾸며져야 하지 배워서 익힌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덕은 선한 행위를 반복해서 행하므로 하나의 습성이 되고 습성이 덕으로 나타납니다. 기도의 삶을 통해 주님을 향한 진실과 사랑의 삶도 하나의 덕성이 없으면 지나가는 소나기 같고 지속성이 없습니다. 항상 기도하라는 말씀은 기도의 덕을 지니고 살아야 하지 필요한 때, 아니면 형식적 기계적으로 외운 경문을 바치는 것으로 기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덕은 하나의 천성이며 천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합니다. 기도나 일이나 인간관계가 참사랑으로 성장하려면 즉흥적 행위나 편리한 행위로가 아니라 덕성에서 나오는 것이어야 합니다.

사랑하라는 말씀이 온몸에서 나오는 덕성에서 나와야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자유롭게 사랑이 성립됩니다.

사랑은 억지로 의무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성품, 성격, 인격에서 우러나온 사랑을 해야 합니다. 역시 이런 사랑은 사랑의 본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사람이어야 덕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며 예모 있는 모습에서 사랑이 보이고 증명됩니다.

믿는 이들이 사랑을 액세서리나 겉꾸밈이 아니라 진정성이 깃든 사랑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무서워서도 아니고 의무적도 아니고 오로지 자유와 평화, 기쁨 속에서 서로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