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순교자 <마태 10, 17-22>

어제의 기쁨이 오늘 아침 슬픔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도는 영광의 월계관을 받으신 성인을 찬미하지만, 인간 고통의 극치인 죽음에 대한 생각은 단순히 받아들이기에는 감정이 어긋납니다. ‘순교는 믿음을 증거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내주는 것이지만 죽음 아니면 다른 방법은 없는가?’ 하다가 어제 보게 된 1970년도 사형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이 사람을 어떤 모양으로든지 죽이는 것은 사랑의 최고의 적이다.’ 모두가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보존하려고 아니, 보존시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이나 잠깐 거쳐 가는 생명을 건지려고 병원의 환자 병실을 가보면 살기 위한 투쟁, 살기 위한 안간힘을 보면서 이렇게 생명이 귀한데 어찌하여 사람들은 자기편, 자기 생각, 자기 이익을 위해 생명을 경시하는가?

이 귀한 생명을 쉽게 내주는 사람 어떤 사람이며 남의 생명을 쉽게 빼앗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사랑보다 더 큰 일이 무엇인가? 사람은 생명을 낳고 보존하며, 보호하고, 자유스럽고, 편하고,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인데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은 “죽느냐? 사느냐?” 문제이고 “죽이느냐? 살리느냐?” 문제입니다.

그런데 사랑보다 더 큰 것이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신념이고 종교적 의미로 믿음입니다. 믿음은 모든 힘의 원천입니다. 믿느냐 안 믿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믿음을 지키려고 목숨을 내주는 사람 즉, 순교자는 이 땅에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려는 사람입니다. 첫 순교자 스테파노 성인이 믿음을 증거하기 위하여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순교자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기쁜 성탄 뒤 순교자의 죽음을 축일로 지내게 하는 교회의 의도는 오신 주님이 온갖 고난을 감수하고 구원의 길을 열어주시게 됨을 알려주시려는 뜻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믿음을 사는데 장애 요인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외로움, 슬픔, 죽음을 보는 괴로움, 자기 죽음에 대한 공포, 억울한 죽음, 마음의 깊은 상처, 바라보기도 힘든 사람과 함께 사는 것 외에 많은 장애를 넘지 않으면 믿음을 지킬 수 없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믿음을 지키고 살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 생기고, 억누르고 서로 다른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서로 믿음과 사랑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느님까지도 잃고 사는 사람들을 위해 저는 사랑보다 더 큰 일이 없고 믿음과 사랑이 하나 되어 하느님과 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성탄의 기쁨 나누며 살게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