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어디로 오셨나? <요한 1, 1-18>

어제 오신 분을 찬미 찬송하며 기쁨과 감동의 밤을 지내며 맞이한 분은 누구신가? 어디서 어디로 오셨나? 참으로 인간의 생각으로는 알아듣지 못하지만, 역사 안에 오신 분이 계셨기에 어둠과 혼란 속에 갈 바를 모르던 사람에게 빛을 비추어 길을 열어주고, 고통 속에 억눌려 있는 많은 사람에게 해방을 알려주고,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을 부유하게 하시고, 외롭고 서럽고 소외된 사람에게 벗이 되어주시고, 병과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셔서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주신 분입니다.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고 보이지 않는 분이 말구유에 탄생하여 누워 계시다니 듣고 보고 느낌으로 알아들을 것 같아도 못 알아듣고 아직도 어둠과 고통에 시달리며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오신 분이 어디서 어디로 오셨는지 알려주려고 합니다.

오신 분은 하늘 끝에서 땅끝에 오셨습니다. 거리는 아직도 창조 이래 빛을 발하는 행성의 빛이 지구에까지 이르지 않았고 시간을 헤아릴 수 없는 몇십억 년의 시간,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 영이셔서 물질과 섞일 수 없는 거룩하신 분이 인간의 눈에 보이게 나타나셔서 우리를 참 행복의 길로 인도하십니다.

오신 곳이 어딘지 알려주시려고 장소도 없이 가난하게 말구유에 누워계십니다. 태어나서도 악의 무리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어 죽이려고 하는 위험 속에 먼 곳으로 피신해야 할 운명을 타고 나셨습니다.

인간적 생각이나 예측으로 알아볼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주님에게 “돌아가십시오, 여기는 오실 곳도, 때도 아닙니다.” 빛을 빛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거룩한 것을 거룩하게 빛을 발하게 버려두지 않고, 돼지에게 진주가 의미가 없듯 당신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사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곳을 아시고 오신 주님을 찬미합니다. 이렇게도 오시지 않았으면 이 세상이 어찌 되었을까요? 오셔서 말씀하시고, 보여주시고, 실천하신 당신의 길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며 기쁨이 되어 희망이 없는 것 같은 세상에 희망이 되어 주셨습니다.

이미 주님을 잉태하신 마리아 엘리사벳 앞에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부르시며 저녁기도 때마다 가난한 이, 굶주리는 이, 비천한 이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고자 오신다고 예고하셨고 그 말씀대로 하느님의 전능한 팔이 힘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아니 그렇게 이루어지도록 협력하겠습니다. 하느님의 손이 저의 손이 되어, 하느님의 뜻이 저의 뜻이 되어 저 먼 억겁의 시간에서, 알 수 없는 저 피안의 세상에서 하늘과 땅의 권한을 가지고 진실과 사랑을 실현하시려고 오신 주님을 찬미하고 찬송합니다.

죄의 유혹과 악의 쓰나미 속에 새 생명을 주시고 자유와 평화와 기쁨을 전해주시러 오신 주님을 기다린 보람이 있습니다. 저는 어제저녁 독서기도 끝에 “글로리아” 노래를 소리 높여 부르면서 왜 눈물이 났을까요? 너무나 힘든 사정을 보고, 듣고, 알고 있기에 또 주님이 결국 십자가의 죽음으로 세상 밖으로 쫓겨나실 것을 아시고도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을 생각하면서 억겁의 시간을 뚫고 세상에 오시고, 저 높은 하늘의 끝으로 모르는 곳에서 오셔서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부활의 새 생명을 주고, 우리를 영원한 세상에 살도록 하신 주님의 사랑에 감사합니다. 이런 주님을 알고 믿는 모든 사람이여 주님의 탄생을 함께 축하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