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음 <루카 21, 20-28>

“불행하여라, 그 무렵에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 전쟁터에 일어나는 비극적 현실을 마음 아프게 표현하셨습니다. 저는 6.25 전쟁 때 16살이었는데, 인천에서 인민군을 보고 인천과 수원을 연결하는 수인선을 따라 남쪽으로 피난길을 떠나다가 힘든 현실을 보았습니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강을 건너 철로 다리 위를 지나고 먼 길을 어머니는 아기를 업고 손에 다른 아이를 잡고 어려운 길을 건너갔습니다. 뒤쫓아 오는 인민군을 앞서가려고 힘들게 피난길을 가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위대하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십자가의 길을 하면서 4처에서 성모 마리아 고통의 현장을 묵상했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아들의 모습,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아들 예수를 따라가시다가 서로 만나 위로하는 장면, 그 길을 끝까지 따라가 죽음의 현장에서 시신을 끌어안고 임종을 보십니다. 찢어지고 고통에 짓눌리는 어머니 마음은 모든 어머니 마음입니다.

저는 80이 들어서 수도원의 원장으로 임명받고 ‘나는 이 공동체의 어머니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4년간 살아가며 형제의 안타까운 일을 당하면 함께 걱정하고 위로해주는 일이 나의 일이라 생각하고 어머니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지만, 노력했다는 말입니다.

세상이 무자비하고 어려움을 겪으면 어머니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필요합니다. 어머니 마음은 부드럽고, 온화하며, 오래 참고, 어려움을 감당하고, 희생정신을 가지고, 모든 이를 아들같이 딸같이 대하고 사는 것입니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괴로워하고 자기도 죽고 싶다는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2년간 왜관 수도원 근방에 방을 얻고 위로를 하여 죽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계속 기도하고 있으며 묵상 글을 보내지만, 그 어머니의 마음을 어찌하지 못했습니다. 아들의 죽음이 자기 죽음으로 생각하고 사는 사람을 바꾸지 못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어머니입니다. 오래전에 수녀원 피정을 시키면서 강론 중 “수녀는 만인의 어머니가 되어야 합니다.” 수녀도 모성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수녀들에게 의탁한 불쌍한 사람들을 정성껏 돌보고 특별히 수녀원 원장이나 책임자는 어머니의 마음을 가지고 나이 어린 수녀들, 자기 수하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돌보고, 쓰다듬어 주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규칙과 생활을 유연하게 이끌어가야 합니다. 규칙대로만 적용하여 살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이는 우리의 삶 중심에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서 불행한 세상에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