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도 알지 못하고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루카 18, 35-43>

스스로 보지 못하는 사람과 눈뜨고도 빛이 없어 보지 못하고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눈이 없어 볼 수 없어도 볼 수 있고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길을 따라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못 보는 사람은 마음이 빛을 차단하고 눈을 감고 있거나 빛을 받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잠자는 사람은 밤에 허상만 보고 자고 나면 사라지는 것같이 보는 눈이 준비가 없으면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도 않고 보이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합니다. 권력이나 재력이나 명예에 눈이 어두우면 깨끗한 눈으로 보지 않고 보이는 것에 욕망을 섞어서 보면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합니다. 특별히 어떤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의 의미를 몰라서 가야 할 길을 가지 못하고,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길거리를 헤매고 일을 잡고도 한 가지도 이룰 수 없습니다.

보지 않아도 사물의 이치를 알고 바르게 살 수 있는 사람, 마음에 새긴 양심의 본질을 따라 사는 사람은 보지 못해도 모든 것이 보이고 하느님을 봅니다. 지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느낌으로, 하나의 체험으로 보고 깨닫는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영으로 알고 믿음으로 사랑하게 되어 보이나 보이지 않으나 하느님의 현존은 분명합니다. 저는 느낌으로 잠을 자다가 캄캄한 방에서 밤에 깨어났을 때 몇 시쯤인가 하고 불을 켜고 보면 대부분 그 시간을 맞춥니다. 오늘 아침도 4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자명종을 설정하지 않아서 자고 있는데 ‘4시가 지나가고 있구나.’하고 일어나 불을 켜보니 4시 10분이어서 서둘러 준비하고 성당에 5시 10분 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토마스야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신 것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느님의 현존을 모른다고 하거나, 모르기 때문에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와 찬미의 삶을 살지 않고 주님을 잊어버리고 살거나 믿음의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주님의 현존을 느끼고 믿음의 삶을 통해 주님이 준비하신 영원한 생명에 들어가도록 기도합니다.

저는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주님의 모습이 함께 현존함을 믿고 바라는 마음이 주님의 사랑으로 연결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행복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보이지 않는 것에서 참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며 하느님 아버지의 진실한 사랑을 서로 나누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