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루카 11, 37-41>

이번 휴가는 가고 머무는 휴가가 아니라 고속도로로 가지 않고 일반도로로 주위를 살피고, 시간을 즐기고, 눈으로 보고, 수도원 담 안에서 규칙과 수도자의 삶을 살다가 마음도 눈도 자유를 느끼며 더 많은 하느님의 업적을 보려고 길을 떠났습니다. 춥고 덥지도 않은 좋은 시절 단풍이 덜 들었을 때를 선택하여 자유로운 휴식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를 도와주는 분이 운전해주어서 길을 떠났는데 내 머릿속에는 단양에 일반 길로 가려면 예천, 풍기 중령을 넘어가는 길을 알고 있었지만, 예천에서 문경 쪽으로 내려와 큰 고개를 넘지 않아도 풍경이 더 아름다운 굽이굽이 돌아서 가는 길이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농촌은 한참 추수기에 들어 누런 황금밭이 가을걷이하라고 독촉하는듯하여 속으로 “눈물 흘리며 씨 뿌리던 사람이 춤추며 곡식을 거두어드리리라.”

알 수 없는 길을 찾아가는 사람에게 은근히 ‘이 길이 아닌데’ 그러나 묵묵히 따라가다 보니 보지 못했던 풍경에 놀랐습니다.

오늘 복음에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드시는 예수님을 보고 놀라자, 주님은 이 기회에 겉과 속이 깨끗한 삶이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이번 전례 피정을 하면서 나는 전례 헌장을 갖고 가서 강의 전에 예습하고, 끝에 복습하느라 조금 바빠 산행도 못 하고 침묵 중에 방에만 있었지만 행복한 피정이었습니다.

참으로 미사 전례에 참석하는 신자들이 그 전례 안에 담긴 깊은 의미를 알고 참례하는가? 그저 의무적으로, 형식적으로 지루하게 시간만 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말씀 하나하나, 전례 행위 하나하나의 깊은 뜻을 알고 참례한다면 많은 은총을 받고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피정 강의하시던 신부님에게 신자들 교육에 기회를 주시도록 부탁하고, 내가 평소에 행하던 일도 다시 물어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길지 않은 인생 살던 대로 살지 새로운 것 만들어 힘들게 하느냐고도 합니다. 분명 우리의 삶은 새로운 삶이 더 큰 행복을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힘들이지 않고 살려고 합니다. 오랜 전통의 전례가 바뀌어 새로운 전례 생활을 살듯이 자신의 삶을 앉은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며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합니다. 어떤 전통과 규범에 매여 살지 말고 더 나은 것, 더 깊은 의미를 찾아 새롭게 살아서 더 행복한 삶을 지향해서 나갑시다.

오늘도 내가 알던 길이 아니라 모르는 길을 찾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여러분의 기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