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믿음 <마르코 8, 27-35>

겉모양은 과일인데 설익은 과일은 먹기에 불편하고 상쾌하지 못합니다. 신앙도 성숙하지 못하면 믿음의 본질을 떠나 살게 됩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는 주님을 “스승님은 그리스도입니다.” 고백하고 구세주의 참 본질이 무엇인지 몰라서, 주님의 십자가의 고난 의미를 알지 못해서 주님께 책망을 듣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신앙을 고백하면서 나에게 유익한 것 좋은 것만 찾아 얻으려고 한다면 설익은 믿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처럼 주님을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십니다. 믿음은 어떤 고난에도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단것만 먹고 쓰면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은 하느님이 주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이런 신앙이 있었습니다. 성당에서 옛날에는 사제의 권한이 임금님 같아서 신자들에게 반말하고 때리기도 했습니다. 어느 신부님이 말을 잘 안 듣는 회장 편에 선 사람을 신자들 보는 앞에서 때렸는데 그 회장 그래도 성당에 나오는 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당신은 밸도 없어 성당에 나오시오?” 하니 “나는 신부님보고 성당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천주님 믿고 나옵니다.”하며 성당에 나왔다고 합니다. 이 말을 어렸을 때 듣고는 꽤 열심한 신앙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참 신앙인이면 화해와 일치의 본질을 알고 사제와 화해하고 용서하고 하나 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기도하면서 원하는 바를 청하여 얻을 수 있고, 믿음으로 희망을 품고 살 수 있지만 얻지도 못하고 희망도 없으면 “하느님도 별수 없구나.”하고 믿음의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믿는 사람이 바르게 살지 못하고 교회의 지도자들이 불의와 부정과 무자비한 표양을 보여줄 때 교회를 떠나는 사람은 믿음을 올바로 가지지 못한 이유이며 설익은 믿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나 선과 악이 혼합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밀밭에 가라지가 생기는 것처럼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의 내면을 보고 실망한다면 성숙하지 못한 인격 때문입니다.

마음에 드는 것만 찾고, 좋은 것만 찾으면 어디서나 실망하고 그 무거운 짐으로 인해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믿음을 평화, 기쁨, 행복을 얻기 위해 시작했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게 보이고, 알게 되어 믿음을 포기하는 사람은 신앙의 더 깊은 면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그 외 신앙의 모든 행위도 그 행위 뒤에 현존하는 뜻을 알고 믿음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주님! 우리 신앙인의 삶을 올바로 이끌고 십자가 위 부활의 신비 속에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