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 <마르코 6, 17-29>

오늘 축일을 지내는 우리는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비참함을 보게 됩니다. 세상을 바로 세우려고 주님보다 앞서 오셔서 굽은 길을 바로 만들고, 깊은 골을 메워서 평탄하게 하고, 불의한 세상을 정의로운 세상이 되게 하려는 의인을 비참하게 죽음으로 끝나게 하는 현실을 보며 십자가 안에 숨어있는 고난과 죽음의 의미를 깨닫게 합니다.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은 죽음을 무릅쓰고 외쳐야 합니다. 정의 뒤에는 큰 희생이 따라옵니다. 평화는 전쟁 뒤에 따라옵니다. 미국의 흑인 해방의 기쁨 속에는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손에 아브라함 링컨이 살해당한 역사가 남아있듯이 평화와 안전을 누리는 사람은 피와 땀의 역사 위에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죽음도 구원받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같은 헤로데에게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악의 세력에 있는 사람은 선의를 가진 사람들을 끝까지 따라잡아 피를 보고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입니다. 어떤 이는 한국의 해방은 2차 대전의 결과라고 하지만 나라를 잃고 슬픔에 젖은 이 백성을 위한 순국열사들의 희생 결과이기도 합니다. 흔히 어떤 위치나 자리에 있으면 모든 것이 제대로 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모든 것이 뜻대로 이루어지려면 많은 희생이 요구됩니다. 축복 속에 사제가 되었다고 모든 것이 다 된 것이 아닙니다. 완전하게 되려면 매 순간 희생이 따라옵니다. 사제가 되어도 희생이나 고통에 동참하려 하지 않으려고 하면 사제로서의 완성을 기대하지 못합니다. 울퉁불퉁한 바위를 둥글게 만들려면 망치와 끌로 깨어내고 다듬어야 공과 같이 보기 좋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주님의 교회도 이렇게 이 땅에 서 있게 된 것은 주님을 비롯하여 많은 순교자의 피와 희생의 결실입니다. 우리는 금메달 뒤에 숨어있는 피와 땀의 노력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요사이 인생의 마지막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생각합니다. ‘고생하였으니 편하게 지내다 마지막을 맞이해야 하는가? 아니다. 지금이란 이 시간 더 큰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하고 더 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어지러워 일어나기 힘들지만 일어나야 하고, ‘미사 중에 나가서 안정을 취할까?’ 생각하다가 끝까지 참고 견디어 글을 쓸 힘이 생깁니다. 조금 후에 객실에 나가 상담자를 만나야 합니다. 나가서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의 상담을 듣고 행복한 믿음의 삶을 살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끝까지 십자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이런 용기와 힘을 주시는 주님께 감사하고 찬미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