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이에게 기적이 따른다. <마태 13, 54-58>

주님은 기적을 행하시기 전 “믿느냐?” 물으시고 믿는다는 응답을 받고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믿음은 단순한 신뢰나 무엇을 얻으려는 수단이 아닙니다.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 믿음이어야 합니다. 18년 동안 하혈하던 부인이 주님의 옷자락만 만져도 자기 병이 나을 것이라 믿고 행한 다음 주님은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 주님은 수많은 기적을 행하셨지만, 고향에서, 주님을 경시하고 무시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는, 믿음이 없는 곳에서는 아무 기적도 행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한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고 있지만 서로 믿음이 가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도 하지 못하고 서로의 깊은 친교를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보고 느끼는 것이 알고 알려진 것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큰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수도원에 처음 오는 사람은 감동을 하고 평화 속에 감사의 삶을 살지만 항상 이곳에 사는 사람은 우리가 하는 행동 속에서, 매일 만나는 사람 속에서 신비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너무나 잘 알아서 갈등을 느끼고 시기심, 열등의식 같은 것을 느끼며 신경질 같은 것을 내면서 살아갑니다. 그런 곳에서 일어나는 새로움을 보지 못합니다. 공동체 안에서 믿음을 가지고 살려면 눈에 거슬리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너무 가까이 보지 말고 멀리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잘 그린 그림이라도 가까이 보면 페인트나 물감만 보이지만, 멀리 놓고 보면 그림의 조화와 숨은 의미도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이 형제를 너무 가까이 보지 말고 멀리 떨어져서 보면 사람의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 믿음과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피상적으로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오래전에 “그룹 다이나믹”이란 피정에 참여하면서 어떤 형제가 이런 말을 저에게 해서 믿음과 사랑을 느끼게 한 일이 있습니다. “신부님 이제 보니 형제에 대한 섬세한 배려심이 있습니다.” 이 말은 비록 사실이 아니었지만 나를 변화시켰습니다. 한번은 피정하면서 대화 시간에 함께하는 형제가 저를 보고 신부님은 대화하는 데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합니다. 그 말도 나를 변화시켜 서로 부담을 주지 않는 말을 하도록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이 서로 믿음을 가지도록 하여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서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가지고 살면서 너와 나 사이에 많은 기적을 만들어 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