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우환 <마태 11, 25-27>

어떤 일을 인식하는데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아는 것은 다릅니다. “머리를 굴린다.”라는 말은 있어도 “마음을 굴린다.”라는 말은 없습니다. 머리는 꾀를 부리지만 마음은 꾀를 부리지 못합니다. 먹물이 든 사람에 대한 비난은 있지만, 마음에 대해 비난하는 말은 없습니다. 마음은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있을 뿐입니다. 오늘 복음에 지혜와 슬기는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과 드러내려는 사람, 증명되지 않은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하느님의 진리는 이런 사람에게 감추어져 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하지만, 인간적 지식으로 신의 지식을 판단하려고 하는 사람은 영의 힘을 믿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느님의 존재는 증명된 지식으로 아니고 느낌 즉, 마음의 문제입니다. 어떤 사람이 신앙생활을 잘 못 하는 이유를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가 결국 마음이 없어서 열심히 살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어떤 신학자가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하는 책을 쓰고 말하였지만, 어느 날‘참으로 하느님이 계신가?’하는 의심이 생겨 이름 있는 신부를 찾아가서 상담하면서 하느님이 참으로 계신지 의심이 된다고 말하니 아무개가 쓴 책을 내주면서 읽어보라고 내놓은 책은 자기가 쓴 책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이 학자는 하느님을 인식하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인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마음을 비운 사람, 마음이 가난한 사람만이 하느님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하셨습니다. 머리로 하느님을 받아들이려고 하면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이 우환이 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 은총의 삶을 살지 못하고 세상의 문제 속에서 머리로 해결하지 못해서 마음을 드높이지 못한 삶을 살게 됩니다. 머리에 의존해서 살려고 하면 느리고, 실타래처럼 엉킨 문제를 풀지 못해서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랑하면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게 됩니다. 참 대화는 진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기도의 삶도 마음의 열정이 없으면 올바른 기도를 드리지 못합니다.

저는 오늘 철부지 같아도 참을 보는 마음의 눈이 있어 하느님을 받아들이며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