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가까이 있다. <마태 10, 17-22>

오늘 복음에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하신 말씀은 이해되나 “형제, 자식, 부모로 인해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라는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적은 내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멀리 있는 적은 대적할 준비를 잘하면 물리칠 수 있지만 가까이 있는 적은 알지 못하는 사이 나를 구렁텅이에 빠지게 합니다. 나를 고발하는 사람은 가까이 있는 사람이며 나를 잘 아는 사람입니다. 미투 사건도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고발로 죽거나,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나를 살리는 것도 너요, 나를 죽이는 것도 너인 것을 알고 너와의 관계를 슬기롭고 지혜롭게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나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는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내 안에 나를 죽이는 것들이 많이 내재하고 있어서 내가 조심해야 할 가장 존재는 나 자신입니다. 죄는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나를 망치려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내가 믿음을 잃은 것은 너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 때문입니다. 나의 이기심, 시기심, 편견으로 나를 잘못 판단하고 나의 욕망 때문에 악으로 나를 이끌고 갑니다. 조심성이 없어서, 무지해서 실수하고 후회하게 됩니다. ‘내가 이렇게 살려고 무엇이 되었나?’ 그런데 그렇게 사는 것은 온전히 자기 탓입니다.

내 안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적을 다스리는 방법은 마음을 드높이 주님께 올리는 사람처럼 주님의 자비를 구하는 사람이며 아침저녁으로 자기반성을 깊이 하는 사람입니다. 자기 안에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품위를 지니고 해야 할 일을 분별력 있게 선택하여 조심성 있게 살아가야 합니다.

자기를 믿지 않고 살듯이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믿지 말고 주님만 믿고 의지하며 살아갑시다. 기도의 은총으로 모두가 가장 가까이 있는 것에 해를 입지 않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