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공사 <마태 7, 21-29>

집을 짓는 사람이나 어떤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기초가 튼튼해야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넘어짐 없이, 바람이 불거나 지축이 흔들려도 서 있을 수 있습니다. 믿음도 기초가 튼튼해야 어떤 시련이 와도 흔들림 없이 신앙을 지켜나갑니다. 믿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 믿음의 기초입니다. 부정과 불의를 행하면서 “나는 주님만 믿습니다.” 믿음은 겉모양이 아니라 내면의 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얻어 누리려고 하면 기초 없는 건물처럼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져 버립니다.

오늘 주님은 기초공사가 잘 되려면 모래 위가 아니고 바위 위에 집을 지어야 하는데,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은 기초 공사가 잘된 사람이라고 하십니다.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라도 인재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무엇을 체험하고, 느꼈는지, 심지가 얼마나 굳은지가 문제입니다. 어떤 신자가 “저는 성경을 전부 필사하고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합니다. 그런데 나에게 불편을 주는 사람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기도 때마다 결심하지만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고 있는데 왜 실천이 힘들까요?” 저는 “그 모든 일을 믿음으로 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믿음의 중심은 주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입니다. 십자가의 죽음 없이 부활은 불가능하고 믿기 어렵지만, 십자가의 죽음 뒤에 참삶이 있다는 확신은 바로 믿음의 기초입니다.” “오늘 미사에 참례하고 얻은 은총은 무엇입니까?” 물으면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아니면, “그저 그렇게 참례했다.”고 합니다.

교회는 과거에 매여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공동체가 아닙니다. 쇄신과 적응으로 그 시대와 함께 갑니다. 신심을 깊이 마음에 새기려면 바티칸 2차 공의회 문헌을 반드시 보고 익히고, 이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알고 체험해야 합니다.

전례 헌장 6장을 반드시 보고 미사에 참석하는 이유를 알고 미사 전례에 참석해야 합니다. 교부학이나 옛사람들의 믿음을 듣고 깨달을 필요가 있지만,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미사의 은혜는 자비와 일치와 생명입니다. 이 은혜를 알고 받아들여야 미사가 우리 신앙의 기초가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왜 사느냐고 물으면 사랑하기 위해 산다고 대답합니다. 나이 들어서 아무 직책도 없지만, 하느님이 아침마다 주시는 일은 상담을 통해 믿음의 기초를 쌓아주는 일입니다. 오늘도 믿는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자비와 일치와 생명을 나누며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