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카 제사와 십자가의 제사 <마르코 14, 12-16. 22-26>

이 두 제사는 생명을 주는 제사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보존하려면 이외에도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종교의 본질은 제사 없이 인간과 신의 관계를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제사를 드리는 데 제물이 필요합니다. 옛날 파스카 제사도 양을 제물로 삼았고, 땅에서 나오는 곡식을 제물로 삼았습니다. 카인과 아벨도 제사를 드렸고 멜키세덱은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였습니다. 가톨릭은 제사에서 빵과 포도주가 주님의 몸과 피로 변하여 하느님의 어린 양이신 주님을 제물로 봉헌합니다. 오늘 이를 경축하는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이 행위는 신비입니다. 가장 가까우면서 먼일입니다. 주님의 말씀 한마디로, 또한 사제의 말씀 한마디로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란 말을 통해 빵과 포도주가 주님의 몸과 피로 변합니다. 저는 미사성제 때마다 그 신비에 젖어 감사와 찬미를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미사를 통해 주님의 자비와 주님과의 일치와 주님의 생명을 받게 됨을 생각하면 할수록 그 신비에 몰입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신비가 이해되는 것은 자연 안에서, 여기저기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는 보이지 않고 감각으로 느끼지 않아도 내 코로 숨 쉬도록 하고, 저 높은 태양은 가까이하지 못해도 내 몸은 태양의 힘으로 생명이 유지되고 땅속의 물은 샘솟듯 땅 위로 올라와 물을 마시며 생명이 유지됩니다.

이런 것은 자연 안에 산재해 있으며 “말씀” 한마디로 세상을 창조하신 주님의 말씀 한마디로 빵이 몸이 되고 포도주가 피가 되는 것이 이해됩니다. 오늘 많은 것을 묵상하고 체험하지만, 이것 하나는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주님이 우리 생명을 살리시려고 빵과 포도주 안에 주님의 몸과 피로 변화시켜 내주셨듯이 우리도 믿음을 통하여 변화되어 사랑으로 너와 우리에게 먹이가 되어 서로 살리는 성체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은 너에게 넘어가 생명이 되려면 너에게 자신을 내주어야 합니다. 모두가 이기적 야심에서 벗어나 주님이 십자가 죽음을 통해 자신을 내주셔서 우리를 살렸듯이 나도 내주어 공동체의 생명이 살아가도록 기도합니다.

매일 제대 상에서 이루어지듯이 우리의 생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