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옥한 토양 <요한 12, 24-28>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어서 싹이 트고 결실을 보려면 비옥한 토양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모래땅에 씨를 심을 수 없듯이 비옥한 토양과 물이 있어야 합니다. 교회가 어느 지역에 들어가 많은 결실을 보려면 순교자의 피와 살이 밑거름되어야 합니다. 미리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있어야 신앙의 씨앗이 떨어져 풍요로운 결실을 볼 수 있습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300년의 박해 기간을 지나서야 로마에서 교회가 싹이 나고 결실을 거둬들이게 되었습니다. 한국 교회도 윤지충 순교자를 위시해서 100년간의 순교 역사가 말하듯 순교자의 피와 희생의 결실을 기초로 하여 그 기초 즉, 토양 위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져 오늘같이 많은 결실을 내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땅은 매년 사용하면 산성화되든지 영양가 없는 땅이 되어 씨앗을 심어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결실을 내지 못합니다. 오늘날 교회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교우들의 신앙과 깊은 삶도 있어야 하지만 희생의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교회는 다양한 단체와 구성원이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단체는 수도 생활을 하는 수도 단체입니다. 수도원이 세상의 시류에 따라 물질 만능주의에 빠지면 신앙의 씨앗이 싹도 돋아나지 않으며 결실을 거둬들일 수 없습니다.

오늘날 비옥한 땅을 무엇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수도 셀 수 없이 많은 수도자의 삶이어야 합니다. 세상을 떠난 하느님만 위한 삶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세상에 자기 일이나 행위가 드러나는 삶이 아니라 침묵과 기도 속에 하느님의 은총이 흘러넘치도록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종교의 본산지라고 할 수 있는 유럽부터 성소 자가 없어 문을 닫는 수도회가 있고 한국도 지원자가 없어 각 수도회는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저는 ‘가정의 신앙교육이 잘못되어 물질주의에 빠져들어 가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교회 자체가 시들어진 결실을 내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비옥한 토양을 가지려면 밑거름되는 기도와 희생의 삶이 지속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