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사 <이석철 미카엘 수사님>

사랑하는 미카엘 수사님, 우리는 수사님의 떠나심에 마음이 아픕니다. 한 세기를 넘어 사신 수사님과 그렇게 오랜 시간 정들었고, 역사의 긴 이야기가 저희의 가슴에 메아리쳐 오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주님을 위해 잘 사셨습니다. 모든 이가 공경하고 사랑받으셨고, 한 점의 오점 없이 후배들의 모범이 되시며, 공동체의 자랑이며,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가시는 길 붉은 카펫 위에 5월 성모님의 달, 온갖 꽃이 깔렸습니다. 그 길을 따라 주님 품에 이미 안기셨습니다. 일생 그렇게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던 소원이 이루어졌으리라 믿습니다.

수사님 편안하게 길을 가시고 저희도 그 길을 수사님과 같이 가도록 하느님 아버지께 전달해주세요. 수도 생활의 완성은 외적으로 수도 형제들 앞에서 관 뚜껑을 덮고 “쾅쾅” 소리가 들릴 때라고 합니다. 마지막 수사님의 거룩한 얼굴을 보면서 “잘 참으시고 잘 사셨습니다. 아름답게 사셨습니다. 행복하게 사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시며 사셨습니다.”하고 마지막 입관 예절에 참석하고 하느님께 감사, 찬미 기도드렸습니다.

저의 눈으로 이런 모습을 보게 하신 주님을 찬미하면서, 수사님과 64년을 함께 이 수도원에서 산 것을 감사합니다.

그러나 그 긴 세월 수사님과 저는 약간의 불목도 있었지만 용서해주시고, 저도 용서합니다. 주님이 주신 꽃가마 타시고 하늘 높은 곳으로 잘 가세요. 급히 가시지 말고 여기 보세요. 수사님의 떠남을 슬퍼하고 있는 사람들, 평생 그들을 돌보시고 사랑 주신 이들을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이승에서 다시 웃고 자비로운 얼굴을 보지 못함을 슬퍼합니다. 여기 형제들은 비어있는 수사님의 방을 보고 쓸쓸하게 생각합니다. 저희는 기도하고 기도합니다. 편한 길 되시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시며 다시 만나 여기 사시던 일을 상기하며 주님 안에서 기쁘게 만납시다. 안녕히 가세요.

시 한 수 올리겠습니다. 수사님의 답 시입니다.

뭉게구름 저 멀리서 다가오네.

꽃마차 되어 어서 타시라 하네.

꽃구름 타신 임, 벗들이여 보시게.

하늘 높이 떠올라 춤을 추자네

하느님 아버지 계신 곳 이르셨네.

이 보게들 내가 이렇게 호사하듯

나를 따라 살아 꽃가마 타고 오세

듣기보다 살기 좋은 곳이라네.

순명으로 자유 누리며 살고

청빈으로 평화 누리며 살고

정결로 기쁘게 살다 보니

이런 행복 누리며 영원히 살게 되었네.

이석진 그레고리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