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님 앞에 어떤 사람인가? <요한 1, 6-8. 19-28>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이 보내신 사람이며 빛이신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믿게 하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빛이신 주님 앞에 주님의 신발 끈도 풀어드릴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하십니다. 아침이면 밤새 빛을 비추며 천지를 밝히던 빛이 태양의 위력 앞에서 빛을 잃게 됩니다. 저는 병실에 누워 나의 미약한 존재를 이렇게 체험하였습니다. 나는 알려진 사람도 아니고 알려지면 안 되는 사람이다. 나는 하느님 앞에 아무 존재도 아닙니다. 지금껏 한 일은 세례자 요한처럼 주님이 참 빛이시며, 성령으로 가득한 힘이 있고, 주님으로 인하여만 모든 것이 참 생명을 지니고 우리는 그 빛을 받아 전하고 증명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리는 것뿐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다른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빛을 증언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어려운 일을 하고, 봉사적 삶을 살고, 자기가 관리하는 재산을 나누어 주면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자신을 내주면서 친교를 맺으며 기쁨과 즐거움의 주일입니다. 자선 주일에 무슨 자격을 갖춘 사람이 봉사하고, 나누고, 친교를 맺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받은 것을 내주는 것일 뿐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우리 스스로가 빛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빛을 증언하는 것이며, 무익한 종일 뿐입니다.

머나 된 사람처럼 행세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아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주님의 지식이고 주님이 마련해놓은 것일 뿐입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런 일을 한 사람이다."라고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 앞에 나는 무익한 종일 뿐입니다.” 늘 고백하면서 살아가며 “오소서, 주님이 자비를 베푸시고 주님과 하나 되게 하시고 주님의 생명으로 살게 하소서.” 기도하며 살 때 주님 앞에 합당하게 서 있을 수 있습니다.